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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 역사교과서 폐지운동 : 시민불복종운동을 중심으로

초록/요약

이 논문은 박근혜 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맞서 전개된 폐지운동의 과정과 의미를 ‘시민불복종운동’ 의 관점에서 고찰한 것이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폐지운동은 ‘역사전쟁’의 전개과정에서 축적된 다양한 운동의 동력과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형성된 국정화 문제의 이론적 토대를 바탕으로 두 단계에 걸쳐 전개되었다. 첫 번째 단계는 정부가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강행하면서 대중적 저항이 확산된 시기이다. 시민들은 강력한 저항과 연대를 통해 국정교과서 저지운동에 참여했고, 과반수의 반대 여론을 이끌어 냈다. 이러한 동력은 이후 박근혜 정권에 대한 ‘불복종’으로 확산됐으며, 20대 총선에서의 정권 심판과 국정교과서 무효화 운동, 촛불시민혁명의 적폐청산운동으로 이어졌다. 두 번째 단계는 국정교과서가 공개된 후 본격적인 역사교과서 국정화 불복종운동이 벌어진 시기이다. 박근혜 게이트가 불거지면서 시민들은 목적도, 절차도, 내용도 정당하지 않은 국정교과서는 무효라고 선언하면서 불복종에 나섰다. 학계와 교육감, 교육주체들의 불복종운동도 전개됐다. 2016년 10월 이른바 ‘박근혜 게이트’로 촉발된 촛불시민혁명은 헌법을 농단한 대통령의 퇴진을 넘어서 근본적인 체제의 변화를 요구했다. 국정교과서는 시급하게 청산해야 할 대표적인 적폐였다. 국정교과서가 공개되자 시민들은 강력한 시민불복종운동으로 저항했고, 그 결과 국정 역사교과서는 단 한 학교에도 채택되지 않았다. 국민을 무시하고 헌법과 민주주의를 유린했던 대통령은 파면을 당했고, 구속이 되었다. 그리고 2017년 5월 31일, 국정교과서는 대통령 박근혜의 지시로 추진된 지 3년 3개월 만에 문재인 정부에 의해 사라지게 되었다. 촛불시민혁명은 국정교과서를 시급히 처리해야 할 ‘적폐’라고 규정했다.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도 국정교과서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 교육부의 연구학교 선정에 맞서 끝까지 저항했던 문명고 구성원들과 국정교과서 추진 실무책임자의 발령을 끝내 무산시킨 교원대 구성원들의 저항은 국정화폐지운동의 승리에 마지막 방점을 찍는 것이었다. 역사교과서 국정제는 국가가 역사교육을 독점하는 제도로 정치적으로 악용될 수 있으며,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고 있는 대한민국 헌법 정신을 훼손하는 것이다. 또한 자율성, 다양성, 창의성을 존중하는 민주주의 교육이념을 부정하는 것이며, 세계 추세에 어긋나는 시대착오적 제도이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 배경에는 역사를 학문이 아니라 정치적 도구로 이용하려는 ‘역사장악 음모’가 자리하고 있었다. 국정교과서 폐지운동의 성과는 첫째, 범국민적인 저항으로 끝내 국정교과서를 폐기시켰다는 것이다. 둘째, 친일-독재-반공을 바탕으로 구축된 박정희 패러다임을 해체시키고 ‘박정희 체제’의 종말을 가져왔다는 것이다. 셋째, 국정교과서 반대에만 머문 것이 아니라 새로운 역사교육 제도에 대한 필요성을 공론화하는 계기가 되었다는 것이다. 넷째, 지속적이고 다양한 형태의 유기적인 연대가 형성이 되었다는 것이다. 다섯째, 참여자들이 역사문제에 대한 관심과 민주시민 의식이 고양되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국정화폐지운동은 ①의도성 ②공공성 ③공개성 ④비폭력성의 요소를 갖춘 정당한 정치행위로서 ‘시민불복종운동’의 전형을 보여주었다. 앞으로 국정교과서 폐기 이후의 역사교육와 역사갈등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교과서 발행제도에 대한 전면적인 논의와 함께 역사교육의 정상화를 위한 법적·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한편으로는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추진한 세력에 대해 분명한 책임을 물어야할 것이다. 역사교과서 국정화폐지운동은 정부가 역사장악을 목적으로 시민들의 의견을 거스른 것을 바로잡기 위해 각계의 시민들이 문제점을 공론화하고 이를 비폭력적으로 전개해나간 시민불복종운동이었다. 또한 한국이 처한 민주주의 훼손 문제, 헌법유린의 문제, 비상식의 문제에 대한 대규모 저항운동이었으며, 이른바 한국의 ‘시민촛불혁명’의 출발점이었다. 2008년부터 진행되어 온 ‘역사전쟁’은 민주와 독재, 진실과 거짓, 다양성 대 획일성, 이성과 우상의 싸움이었다. 따라서 국정 역사교과서의 폐기는 새로운 체제를 요구하는 촛불시민혁명으로 일궈낸 민주, 진실, 다양성, 이성의 승리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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