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80년대 한국의 도시문제로서 바퀴벌레의 등장과 박멸
The Emergence and Eradication of Cockroaches as an Urban Problem in Korea, 1960s-1980s
초록 (요약문)
본 연구는 1960-80년대 한국에서 바퀴벌레가 도시 해충으로 문제시되어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게 된 과정과 바퀴벌레를 제거하기 위해 전개된 여러 주체들의 박멸작업에 주목한다. 이는 바퀴벌레가 ‘혐오스러운 외관을 가진 해충이기 때문에 박멸한다’는 단순한 차원을 넘어, 이들의 존재와 제거 행위를 한국 현대사의 맥락 속에 위치시킴으로써 역사화하려는 시도이다. 이러한 시도를 통해 ‘바퀴벌레’라는 주변적 존재를 중심으로 1960-80년대 한국 사회의 여러 모습들을 읽어내고자 한다. 19세기 개항을 기점으로 한반도에서 인식되기 시작한 바퀴벌레는 ‘돈벌레’로 불리며 긍정적으로 여겨졌으나, 새로운 의학 지식의 발견 이후 ‘전염병의 매개체’로서 ‘비위생’의 상징이 된다. 산업화와 도시화에 따른 도시의 인구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건축되기 시작한 아파트는 바퀴벌레가 서식하기에 적합한 공간적 특성을 지녔고, 이로 인해 아파트에서 증가한 바퀴벌레는 또 다른 ‘도시문제’가 된다. ‘문제’가 된 바퀴벌레는 암묵적 합의 속에서 제거의 대상으로 간주되었으며, 아파트 거주민과 (주관적) 중산층의 증가라는 사회적 배경 하에서 바퀴벌레의 제거는 민간의 몫이 되었다. 이는 소독업의 전문화 및 가정용 살충제의 보급화로 이어졌다. 즉 바퀴벌레는 도시화로 인한 여러 문제, 근대화의 산물인 ‘위생 담론’, ‘계층화 담론’이 투영된 존재임과 동시에, 가정과 국가적 차원에서 ‘선진-문명’과 ‘후진-비문명’을 가르는 구별짓기의 상징물로 기능했다. 특히 냉전의 최전방이자 군사 정권의 치하에 있던 한반도의 맥락에서 바퀴벌레는 수사적 표현을 통해 적으로 상정되었으며, 논리적 구조를 통해 ‘멸공’ 담론을 정당화하는 요소로 활용되기도 하였다. 이렇듯 바퀴벌레는 생태적 연결망 속에서 인간의 행위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었고, 이들에 대한 인식 또한 시대에 따라 변화하였다.
more초록 (요약문)
This study examines how cockroaches came to be perceived as urban pests and acquired a negative image in South Korea from the 1960s to the 1980s. It focuses on the extermination efforts undertaken by various actors to eliminate cockroaches, going beyond the simplistic notion of “extermination due to their repulsive appearance.” Instead, it situates the presence and removal of cockroaches within the broader context of modern Korean history, thereby attempting to historicize their significance. Through this approach, the study aims to reveal various aspects of South Korean society during this period by centering on the marginal yet symbolic figure of the cockroach. Initially referred to as “돈벌레”(donbeolle, or “money bugs”) and viewed positively upon their recognition on the Korean peninsula in the late 19th century, cockroaches later came to symbolize “unhygienic conditions” and vectors of disease with the advent of new medical knowledge. Apartments, constructed to address urban population issues during industrialization and urbanization, provided ideal habitats for cockroaches. As a result, cockroaches became another urban problem. Once perceived as a social issue, cockroaches were implicitly agreed upon as targets for elimination. With the rise of apartment residents and the (subjective) middle class, the responsibility for cockroach control shifted to the private sector, leading to the professionalization of disinfection services and the popularization of household insecticides. Thus, cockroaches reflected various facets of urbanization, including modern hygiene discourse and stratification discourse, while also functioning as symbolic tools for distinguishing between the “advanced-civilized” and the “backward-uncivilized” at both household and national levels. Within the context of the Cold War and military dictatorship on the Korean peninsula, cockroaches were rhetorically framed as enemies and used to justify “anti-communist” discourse. Ultimately, cockroaches were entangled in human behavior within an ecological network, and public perceptions of them shifted according to the sociopolitical climate of the time.
more목차
Ⅰ. 머리말 1
Ⅱ. 1960-1970년대 도시의 문제가 된 바퀴벌레 12
1. 바퀴벌레와 관련한 질병 지식의 형성: ‘비위생’의 발견 12
2. ‘문제’가 된 아파트의 바퀴벌레: ‘비문명’의 이미지 18
3. 제거의 대상이 된 바퀴벌레 22
Ⅲ. 1980년대 바퀴벌레 박멸을 위한 여러 주체의 행위 32
1. 민간에게 맡겨진 바퀴벌레 구제작업: 무허가 소독업자의 난립과 제도적 해결 32
2. 확대된 살충제 시장과 기업들의 전략: 신문 광고를 중심으로 42
3. 국제대회와 정부의 해충 비가시화 기획: 86 아시아 경기대회와 88 올림픽대회를 중심으로 61
Ⅳ. 맺음말 68
참고문헌 7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