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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하 소설 연구 : 작가 의식의 변모를 중심으로

A Study on the Novels of Lee Je-ha: Based on the Author's Changing Consciousness Over Time

  • 조문형 (Cho, Moon-hyung, 서강대학교 일반대학원)

초록

본고는 이제하가 한국전쟁에서부터 4.19와 5.16, 그리고 광주민주화운동 및 동구권 사회주의의 몰락과 같은 일련의 정치적 격변을 겪어나가며 정치적 트라우마를 지닌 4.19세대 작가라는 사실을 근거로, 그의 작품에는 정치적 트라우마에서 비롯한 죄의식 이 내재되어 있다고 가정하고 연구를 시작한다. 때문에 프레드릭 제임슨의 ‘정치적 무의 식’을 수용하여 이제하 작품에 드러난 문학적 알레고리를 해석하여 작가 의식이 어떤 변모 과정을 거쳐 정치적 무의식을 드려내고 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각 장의 1절에서 남녀 사이의 성애(性愛) 장면을 중심으로 관계의 변화 양상이 알레고리로서 어떻게 나 타나는지 시기별 특성을 찾아보고, 2절에서는 1절에서 찾아낸 알레고리적 특성이 해당 시기 작품에서 어떤 표현 방식을 통해 드러나고 있는가를 살펴본다. 1절과 2절의 내용 을 토대로 3절에서는 이제하가 해당 시기 겪은 정치적 상황을 결부시켜 정리하며 그가 어떤 정치적 무의식을 갖게 되었을지를 귀납적으로 추론하는 것이 본 연구의 기본적인 틀이다. 이 세 단계를 거쳐 이제하 작품과 정치적 무의식을 검토한 후, 그가 작품을 통해 드러내고자 했던 정치적 무의식의 지향점과 정체를 밝혀냄으로써 이제하 작품이 갖는 현실 응전 연구를 진행하며 작가 의식의 변모 과정을 살펴보는 것이 연구의 최종 목표이다. Ⅱ장은 초기소설(1958~1979) 작품을 대상으로 살펴본다. 이 시기는 이제하가 한국전쟁부터 4.19의 좌절을 몸소 겪어오며 정치적 트라우마를 가장 강하게 남긴 시기이다. 이 시기 소설의 특징은 성관계의 불가능성이다. 남성과 여성 인물 모두 성관계를 할 수 없는 불구의 몸이 되어 개별적 성(性)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 동시에, 번식에 대한 강력한 거부를 표현한다. 이들의 불구성은 소설 속에서 숨기지 않고 과장되게 드러냄으로 써 작가가 현실에서 느낀 무력감과 좌절감을 그려내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작가는 이 시기에 남녀관계의 불가능성을 그려냄으로써 시대적 좌절감과 무력감을 끊임없이 표현한 것으로 정리해볼 수 있다. 이 시기 표현상의 특징은 위장적 진술이다. 위장적 진술은 환상과 우화적 서술 기법으로 나타나는데, 이는 작가의 의도를 우회적으로 표현함으로써 현실을 부정하는 특징을 나타낸다. 특히 단편소설 내에 공상과 망상으로 표현되는 환상적 서술의 비중이 높고, 이는 현실로부터 도피하거나 좌절감으로 인해 명확한 문제의식을 진단하지 못한 상태임을 확인시켜준다. 이 시기 사용된 환상은, 현실로부터 도피를 추구하거나 문제의식을 흐리게 하는 수단으로 사용되는 경향이 짙다. 이 시기는 매형이 보도연맹사건에 연루되어 희생된 사건과 좌익계 미술가 동맹에 연루되어 죽게된 임동은의 사건, 보도연맹원 딸과의 연애 소동 등을 통해 겪은 상처들이 객관화 되기 이전 시기이므로, 부조리한 현실에 대한 회피와 부정 의식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Ⅲ장은 중기소설(1980~1996) 작품을 대상으로 살펴본다. 이 시기 작품들은 신군부 독재시대 치하에서 광주민주화운동을 간접적으로 겪으며 4.19의 좌절감을 넘어선 변화의 의지를 표현하고자 하는 시기에 쓰여졌다. 이 시기 남녀 인물들은 가학적인 성관계 양 상을 나타냄으로써 정치적 죄의식을 더욱 강하게 표현하고 있다고 진단할 수 있다. 지독한 욕을 듣거나, 빠른 사정을 했다는 이유로 남성 인물을 살해하거나, 여성 스스로 자궁을 찢어버리는 등의 가학적 행동들을 서슴지 않고 보여줌으로써 남녀 관계를 이전 보다 강하게 거부하는 양상을 보여준다. 막연하고 환상적으로 이야기를 그려나가던 단 편 위주의 초기작품에서 벗어나, 자신의 죄의식과 트라우마를 구체적으로 정리하며 서술해나가는 변화가 도출되고 있는 시기적 특징을 살펴볼 수 있다. 이 시기 문학적 특성은 회화적 이미지를 활용하여 치유 가능성을 모색한다는 점이다. 서사적 특성이 강화된 중‧장편 소설이 대두됨에 따라 정치적 트라우마를 구체적으로 인식함으로써 그들에게 맺힌 한(恨)을 플어주려고 시도하는 양상이 드러난다. 한 수단으로써 그림을 활용하는 데, 「풀밭 위의 식사」에서 마네(Edouart Manet)의 <풀밭위의 점심식사> 그림을 제시하며 ‘남과 북’이 ‘홀딱 벗고 있’는 모습을 비유적으로 나타내며 통일을 시사하는 발언을 한다든가, 『열망』의 정신병자 최윤희가 치유되는 과정을 그림으로 설명하는 과정이 그 예로 볼 수 있다. 그림을 통해 정치적 문제를 예술로 해결하고자 하는 움직임인 동시에 치유의 방법으로 제시하는 것이다. 군부독재 치하에서 문학적 검열이 강화된 시기였기 때문에, 이와 같은 방법들을 활용함으로써 치유의 가능성을 모색하였을 것이라 짐작된다. 그럼에도 이 시기는 좌절하지 않고 현실과의 대면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임으로써 변화 가능성을 모색하는 시기로 이해할 수 있다. Ⅳ장은 후기소설(1997~2017) 작품을 대상으로 살펴본다. 이제하는 이 시기 집필 이전 에 한동안 휴지기를 갖다가 다시 창작 활동을 이어왔는데, 이전까지 죄의식에 사로잡힌 남녀 관계를 그려냈던 것과 다르게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는 양상으로 소설의 방향을 전환하고 있음을 살펴볼 수 있다. 특히 『풍경의 내부』에서 단순한 성교(性交) 장면을 넘어 성애(性愛)로 발전해 나간 장면을 가장 유의미하게 평가할 수 있는데, 이 성애(性愛) 의 승인은 기존에 여주인공 서례를 억누르고 있던 죄의식의 비유로 나타난 ‘동강난 비석’을 부숴버림으로써 비로소 가능해진다는 점에 큰 의미가 있다. 이 ‘동강난 비석’이 광주항쟁의 흔적으로 추정되는 물건으로써 이를 부수는 행위를 통해 죄의식을 벗어날 수 있는 현실적 변화를 이끌어내는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후기소설은 초기·중 기 소설에서 살펴본 남녀관계의 불구성과 가학성을 넘어서, 정치적 죄의식으로부터 벗어나고 해결하려는 의지를 표명하며 확연한 변화 양상을 제시한다. 이 시기는 대안적 서사를 통해 작가 스스로 새로운 가능세계를 제시함으로써 현실의 한계를 극복한 변화를 상상하고 제시한다. 『능라도에서 생긴 일』에서 상상의 공간을 통해 통일 시범시를 제시하고, 『마초를 죽이려고』에서 새로운 태극기를 만드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을 통해 작가가 소망하는 새로운 세계로의 가능성을 기대하는 것이다. 대안적 서사의 제시는, 단 순한 상상을 벗어나 원죄의식으로부터 해방된 작가의 해방 의지와 소망을 표출한 것이기도 하다. 이는 작가 의식이 한계적 상황을 벗어나 적극적으로 해결하려는 태도와 변혁의 의지를 표명하는 것이기에 의미 있는 변화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하 소설의 시기적 변화 양상은 앞서 정리한 내용과 같다. 남녀의 성애(性愛) 장면을 알레고리로 살펴본 결과 이제하 소설은 정치적 무의식을 좌절감, 저항, 이념에의 회의의 변화 양상으로 드러냄으로써 성관계의 불가능성, 가학성, 성애(性愛)의 승인의 변 화 과정을 거쳐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작가의 정치적 무의식이 어떤 변모 과정을 거쳐 변화 양상을 드러나고 있는가를 살펴볼 수 있는 중요한 단서로 기능한다. 본 연구는 단편적인 이제하 작품 연구와 초기소설에 국한된 기존 연구의 한계를 보완하여, 이제하 작품과 작가의 긴밀한 정치적 무의식 연결고리를 찾아냄으로써 작품의 본질적 의식을 찾아내는 통시적 연구의 결과물로써 의미가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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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

Based on the fact that Lee Je-ha is a politically traumatized author of the April 19 Revolution generation, having lived through significant political upheavals such as the Korean War, April 19 Revolution, May 16 military coup d'état, Gwangju Uprising and fall of socialism in the Eastern Bloc, this study posits that a sense of guilt stemming from political trauma is embedded in his works. Consequently, this study interprets literary allegories in Lee's works and examines how the author's consciousness evolved over time, revealing the political unconscious by adopting Fredric Jameson's concept political unconscious. Section 1 of each chapter analyzes characteristics in different periods, exploring how changing patterns of relationships manifest as allegories based on the scenes of sexual love between men and women. Section 2 then examines how the allegorical characteristics identified in Section 1 are manifested in Lee’s works during each respective period. Building on the findings of Sections 1 and 2, Section 3 correlates with the political situations Lee experienced at that time, inductively inferring the political unconscious he may have developed. This study’s overall framework aims to review Lee’s works and political unconscious, examine the orientation and identity of the political unconscious he sought to reveal through his works, and research his works respond to reality to appraise how the author's consciousness transformed over the years. Chapter II examines novels in his early days (1958-1979). This period encapsulates Lee’s experience during the Korean War and the April 19 Revolution, marking a phase fraught with frustration and leaving profound political trauma. His novels from this period are characterized by the depiction of the impossibility of sexual intercourse. Both male and female characters in these works are portrayed as disabled, rendering them incapable of engaging in sexual intercourse. This portrayal signifies a strong rejection of reproduction while failing to acknowledge the value of individual sexuality. By accentuating these disabilities instead of hiding them, in his novels, the author is perceived to articulate the powerlessness and frustration he personally experienced. In summary, the author constantly expressed frustration and powerlessness in this period by describing the impossibility of relationships between men and women. A notable feature of this period is deceptive statements. These manifest as fantastical and allegorical narrative techniques, characterized by the denial of reality by alluding to the author's intentions. Notably, fantastic narratives expressed as fantasies and delusions in short stories were often used during this period, indicating a state of escapism or inability to confront problems due to frustration. During this period, the author exhibited a clear inclination towards using fantasies as a means of escaping from reality or blurring problems. His avoidance and denial of the absurdity of reality were quite noticeable, predating the objectification of wounds from events such as his brother-in-law’s involvement and death in the Bodo League massacre, Lim Dong-eun's demise linked with a left-wing artist alliance, and his love affair with the daughter of a member of the Bodo League. Chapter III examines novels in his middle days (1980-1996). His works during this period were written at a time when he indirectly experienced the Gwangju Uprising under the new military dictatorship, and sought to express his will for change beyond the frustration of the April 19 Revolution. By showing the patterns of abusive sexual intercourse, male and female characters during this period represented a stronger sense of political guilt. They did not hesitate to show abusive behaviors, such as characters being harshly sworn at, a male character killed for ejaculating quickly, or a female character tearing apart her own womb, typifying a stronger rejection of relationships between men and women than hitherto. What is identified during this period is a shift away from his early short stories telling vague and fantastical descriptions to novels narrating his own guilt and trauma more specifically. One of the literary characteristics of this period is the use of painterly images to explore the possibility of healing. The emergence of novellas and novels with stronger narratives demonstrates his attempts to address their sorrow by specifically recognizing political trauma. The authors used paintings as a means to do so. For instance, in his Luncheon on the Grass, Edouard Manet's painting Luncheon on the Grass is presented as a metaphor for how "North and South Korea" are "naked" and to make remarks suggestive of reunification. Another example is Aspirations, in which the process of healing for mentally ill Choi Yoon-hee, is explained through paintings. Paintings serve as a means to address political problems through art and, simultaneously, are presented as a form of healing. Given the period marked by heightened literary censorship under the military dictatorship, the author presumably sought a possibility of healing by using these methods. Nonetheless, this period can be understood as an exploration of the potential for change, characterized by a proactive attitude in confronting reality without succumbing to frustration. Chapter IV examines novels in his late days (1997-2017). Lee took a break from writing for a while before this period. He shifted the direction of his novels toward exploring new possibilities, unlike his previous works depicting relationships between men and women preoccupied with a sense of guilt. In particular, the scene in Inside the Scenery, which develops into sexual love beyond simple sexual intercourse, is considered most significant as the approval of sexual love is made possible only by breaking ‘the split tombstone’, which serves as a metaphor for the sense of guilt that has previously suppressed the female protagonist. This is because ‘the split tombstone’ is supposedly a remnant of the Gwangju Uprising, and breaking the tombstone plays a role in bringing about realistic changes, which allows her to escape the sense of guilt. Beyond the disability and abusiveness of relationships between men and women explored in his novels from the early and middle days, his novels in the late days express the will to not only escape and resolve political guilt but also present clear patterns of change. During this period, the author imagines and represents the changes that overcome the limitations of reality by setting forth a new possible world through alternative narratives. He presented a reunification poem in an imaginary world in What Happened in Neungra Island and showed the process of making a new Korean flag in To Kill Macho. By doing so, the author anticipates the possibility of a new world that he envisions. In addition, alternative narratives embody the author's will and desire for liberation to go beyond mere imagination and be free from a sense of original guilt. It is regarded as a significant transformation, as the author's consciousness is expressed not only through the attitude of transcending and proactively resolving restrictive situations but also through the will to bring about profound change. The aforementioned shifts over time in Lee's novels are summarized as follows: Upon examining the scenes of sexual love between men and women as allegories, this study finds that Lee's novels have gone through a process of change from the impossibility of sexual intercourse to abusiveness to the approval of sexual love by representing the political unconscious from frustration to resistance to skepticism toward ideology. It serves as an important clue to examine how the author's political unconscious has changed and manifested over the years. To complement limitations in the previous studies regarding early novels of Jeha Lee, and holds significance as a diachronic study that finds a close link for the political unconscious between his works and the author and thereby identifies essential consciousness in his wor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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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Ⅰ. 서론 1
1) 연구사 검토 및 문제 제기 1
2) 연구 방법 및 연구 범위 12
Ⅱ. 초기소설(1958~1979)의 세계 29
1) 성관계의 불가능성과 상실로 인한 좌절 29
2) 방어기제로서의 위장적 진술 46
3) 부조리한 현실로부터의 회피와 부정 의식 58
Ⅲ. 중기소설(1980~1996)의 세계 65
1) 가학적 성관계와 억압으로부터의 저항 65
2) 치유 수단으로서의 회화적 이미지 활용 79
3) 현실과의 대면을 통한 변화 가능성 모색 92
Ⅳ. 후기소설(1997~2017))의 세계 99
1) 남녀 간 성애(性愛)의 승인과 순결에의 의지 99
2) 대안적 서사를 통한 이념적 지향 표출 107
3) 원죄의식으로부터의 해방 의지와 소망 117
Ⅴ. 결론 124
참고문헌 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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