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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방송영상산업의 글로벌 산업화와 주체적 적응 과정 : 넷플릭스 시대 스튜디오화, 플랫폼 아비투스를 중심으로

Globalization and the Self-Adaptative Process by the Korean Broadcasting Industry: Studioization and Platform Habitus in the Netflix Era

초록 (요약문)

이 연구는 한국 방송영상산업 제작자들을 중심으로, ‘플랫폼 아비투스’와 ‘스튜디오화’ 라는 개념을 통해 방송영상산업의 구조변동을 살펴본다. 오늘날 한국에서 넷플릭스는 매우 보편적으로 회자되는 OTT 플랫폼이자 풍부한 자율성과 자본을 무기삼아 국내 제작자들의 선택을 받고 있다. 하지만 격화된 콘텐츠시장 경쟁과 글로벌 OTT로의 급격한 이행기에서 한국 방송영상산업은 다양한 기회와 위험에 직면해 있다. 그동안 산업, 경제, 문화, 법제도 등 매우 다양한 연구 영역에서 넷플릭스를 조명했지만, 이에 대한 사회적 담론은 과소하다. 창작자에게 제작 자율성과 대량의 자본이 주어지고, 이것이 한국 방송영상물의 질적 도약이라는 원리를 근간에 둔다는 점에서 넷플릭스와 관련된 비판적 논의가 쉽게 검토되지 못했다. 따라서 오늘의 방송영상산업 현실은 ‘방송한류’를 위시한 산업 규모나 수출액 검토 차원을 넘어 생산자의 시선을 통해 관찰하고 담론화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문제의식하에 이 연구는 먼저 미디어 생산자 이론과 방송 장의 특징을 검토했다. 이어서 전통적인 방송 장의 공공성 아비투스가 OTT 플랫폼이라는 새로운 방송 장의 자유주의 아비투스로 변화되는 과정을 살펴봤다. 다만, 아비투스 개념이 장기지속적인 ‘계급 재생산’을 설명하는 이론이자, ‘개인’의 위상과 권력에 중점을 두었다는 점에서, 변동에 주목하는 경험연구와 지속에 주목하는 이론 사이의 격차를 줄여내는 노력이 필요했다. 달리 말해, 아비투스 개념은 오늘날 넷플릭스 유입 이후 구조의 출현과 변화, 안정, 파열, 해결, 전환과정과 같은 당면과제를 분석하기에는 적절치 않았다. 따라서 이 연구는 아비투스 개념의 한계점을 보완하기 위해 전략적 행위장(SAF) 이론을 접목함으로써 부르디외 장 이론에서 상대적으로 간과된 방송 장 자체의 형성과 변화를 탐구했다. 한편 역사적 제도주의라는 방법론적 틀에 입각하되 경로의존에 의한 제도적 제약만을 강조하는 역사적 제도주의의 맹점을 간과해선 안 됐다. 이에 점진적인 내부 변화에 집중하는 마호니와 텔렌(Mahoney & Thelen, 2010)의 논의를 참조했다. 이들의 논의는 제도변화의 맥락적·제도적 원인과 단계별 변화 주도자의 유형을 파악함으로써 제도 형성에 참여하는 행위자 간 권력자원의 불균등을 살펴보는 데 유용하다. 구체적으로 이 연구는 두 가지 질문을 던져 한국 방송영상산업을 탐구한다. 첫째, 한국 방송영상산업은 어떠한 변동을 겪어왔으며, 이는 넷플릭스의 유입 이후의 변화와 어떠한 관계를 맺고 있는가? 이 물음은 넷플릭스 진입 이전 방송영상산업의 변천에 대한 입체적인 서술이 오늘날 넷플릭스로 인해 변화된 방송영상산업을 보다 풍부하게 이해하기 위한 출발점이 될 것이란 믿음에서 비롯된다. 이미 여러 차례 반복된 사회적 환경과 제도변화에 따라 한국 방송산업이 어떠한 변화 과정을 보였는지에 대해서는 방송영상산업에 관심을 둔 사람이라면, 그 시나리오를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다. 하지만 제작사가 방송사에 얽매이지 않고 콘텐츠 자체만으로 사업을 확장할 수 있는 ‘스튜디오 체제’가 마련되고, 넷플릭스 유입 이후로는 국내 방송사와 제작사 모두가 ‘넷플릭스의 하위 스튜디오화’가 되는 변화의 흔적을 통시적으로 살펴본 논의는 찾기 어려웠다. 결과적으로 넷플릭스 전후 한국 방송산업의 변동을 추동한 힘을 크게 네 가지로 꼽을 수 있었다. 이는 각각 ‘코리안 뉴웨이브의 등장’과‘ 생산요소시장의 균열’, ‘넷플릭스 딜레마’, ‘피크 넷플릭스 이후’라는 가능성과 한계로 간명하게 요약된다. 그렇다면 넷플릭스의 등장은 한국의 방송영상 제작시스템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가? 먼저, 영화감독의 시리즈물 제작 진입이 활발해지면서 방송 장과 영화 장의 뿌리 깊은 장르 간 분리 의식이 허물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미 티켓 판매를 통해 유료 서비스에 천착했던 영화 장이 또 다른 유료 서비스인 넷플릭스와 조응하는 것도 영화 장 행위자들이 드라마 장에 유입된 주된 요인 중 하나였다. 또한 프로덕션 과정의 세분화와 콘텐츠 QC(Quality Control)가 전에 없이 강화되면서 국내 제작자들에게 글로벌 표준에 대한 감각을 익히는 기회가 마련됨을 알 수 있었다. 다만 넷플릭스가 제작자들에게 요구하는 세부적인 기술적 규정이 오리지널 작품의 퀄리티를 무한대로 보장해 주는 것은 아니었다. 외견상으로는 넷플릭스가 오리지널 콘텐츠의 실패 위험을 감수하는 과감성을 보여주고 있지만, 그 목적은 디지털 파일로 전송되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의 전 세계적인 흥행을 감안한 조치이기 때문이다. 콘텐츠IP가 넷플릭스가 제공하는 ‘돈의 두께’만큼 넷플릭스에 귀속되는 가운데, 넷플릭스로 인해 소거되는 국내 예능 콘텐츠의 고유한 제작 방식과 특수성을 ‘넷플릭스 젠트리피케이션’으로 명명했다. 한편 ‘콘텐츠IP 확보’와 유사한 관점에서, 국내 방송영상사업자가 넷플릭스와의 힘의 관계를 조절하거나 변환하기 어려운 이유를 넷플릭스의 ‘데이터 권력’으로 간주했다. 데이터 권력은 한국방송영상산업 구조변동 과정의 동력으로 작용하면서 국내 사업자가 안팎으로 새로운 대안을 두루 고민하는 절합(articulation)적 사고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 한국 콘텐츠의 투자 가능성과 전 세계 수익성은 알고리즘을 통해 양화된 데이터에 근간해 “이미 계산된 것”이나 다름없다는 점에서다. 이 모든 변화들을 ‘세계체제로의 뒤늦은 편입’으로 규정하고, 제작자들이 지닌 플랫폼 아비투스가 세계체제로의 편입을 정당화하는 행동체계임을 주장했다. 월러스틴의 논의를 전유해, 넷플릭스 체제를 장기간 유지하도록 돕는 것이 지배-예속 관계에 자발적으로 뛰어들면서 중심부를 향해 나아가는 ‘한국’이라는 ‘반주변부’의 존재라고 보았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러한 흐름이 미국의 착취와 완전한 종속이 아닌, ‘중심부 미국의 초대’에 의해 이루어짐을 강조했다. 넷플릭스와 협력하는 한국 제작자들은 중심부에 완벽히 포섭된 반주변부라기보다는, 그 경험을 지렛대 삼아 플레이 메이커의 역할을 수행하는 위치로 이행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반주변부 한국이 넷플릭스와의 수직적 분업 체제를 장기지속하고, 한국이 글로벌 히트작의 주요 공급지로 간주된다면, 과연 한국 방송영상제작자의 지위는 높아졌다고 볼 수 있는가? 대기업 방송사에 소속된 피디나 작가들은 방송영상 노동시장 지위에서 상층을 구성하며, 이 상층 노동자를 중심으로 넷플릭스 오리지널 제작과 납품이 이뤄졌다는 점은 자명한 사실이다. 결국 글로벌 OTT와의 협업 가속화는 1차 시장(대기업-정규직-노조 있음)에 속한 제작자와 2차 시장(중소기업-비정규직-노조 없음)에 속한 국내의 열악한 중소제작사 간 위계화를 더욱 공고히 할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 물론 ‘넷플릭스의 영향력 있는 하위 파트너’라는 한국 방송영상산업의 지위는 언제는 사라질 수 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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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 (요약문)

This research investigates the structural shifts within the Korean broadcasting industry by exploring the notions of “platform habitus” and “studioization” with an emphasis on producers in the Korean broadcasting industry. Netflix has become a universally-known OTT platform in Korea, as it is highly favored by Korean producers for its extensive creative autonomy and financial backing. Amidst intense competition in the content market and the rapid transition to global OTT platforms, the Korean broadcasting industry faces a myriad of opportunities and challenges. Despite extensive scholarly discussions regarding Netflix across various sectors such as the economy, industry, culture, and the legal system, there is a lack of social discourse on the matter. Given that Netflix offers ample financial resources for content producers and plays a significant role in enhancing the quality of Korean content, it has become difficult to form a critical discourse with regard to the platform. This calls for a discussion on the current state of the broadcasting industry from the perspective of the producers and an examination that goes beyond mere industry scale and total exports driven by Hallyu. Taking these concerns into consideration, this research delves into theories on media producers and the characteristics of the broadcasting field. Subsequently, it explores the process of transitioning from the public habitus of the traditional broadcasting field to the liberal habitus of the new OTT-based broadcasting field. However, it was also necessary to bridge the gap between empirical research that focuses on changes and theories that emphasize continuity, as the concept of “habitus” is a theory that explains the enduring notion of “class reproduction,” highlighting the social class and power of the “individual.” In other words, the habitus concept was not appropriate for analyzing the imminent challenges including the emergence, change, stability, fragmentation, resolution, and transition process of the structure created after the arrival of Netflix. Therefore, this study explores the formation and transformation of the broadcasting field, an aspect that has been relatively overlooked in Pierre Bourdieu’s field theory, to complement the limitations of the habitus concept by incorporating the Strategic Action Fields (SAF) theory. In addition, it is important not to overlook the blind spots of historical institutionalism, which primarily emphasizes institutional constraints resulting from path dependence, while staying within its methodological framework. To address these concerns, this study draws upon the discussion presented by Mahoney and Thelen (2010). Their focus on incremental internal change provides valuable insights for examining power-resource asymmetries among agents involved in institutional formation, by identifying the contextual and institutional causes of institutional change and the types of change initiators at each stage. This research specifically focuses on the Korean broadcasting industry with two primary questions: What changes has the Korean broadcasting industry undergone, and how does it relate to the arrival of Netflix? This question is rooted in the belief that a multifaceted description of the history of changes in the Korean broadcasting industry prior to Netflix’s market entry will provide the starting point for gaining a comprehensive understanding of the transformations caused by Netflix’s presence today. Such transformations are perhaps predictable to some extent for those with an interest in the broadcasting industry, given the process of change demonstrated by the Korean broadcasting industry amid repeated societal and institutional shifts that Korea has already experienced in its past. However, there has been a lack of diachronical discussion investigating not only the establishment of the “studio system,” which allows production companies to expand their business independently of broadcasters and solely based on their content, but also the traces of change in which both domestic broadcasting and production companies have become de facto subsidiary studios of Netflix since the company’s arrival in Korea. Consequently, this study identifies four key forces that have driven the changes in the Korean broadcasting industry pre- and post-Netflix. These forces are succinctly summarized as follows: the possibilities and limitations of the “emergence of the Korean New Wave,” “cracks in the production factor market,” “the Netflix dilemma,” and “post-peak Netflix.” Then what impact has the emergence of Netflix had on the Korean broadcasting production system? First, it was observed that the deep-rooted boundary between genres in the broadcasting and the cinematic fields is being dismantled, as more film directors are venturing into series production. One of the main drivers of this trend was that the cinematic field, which had already embraced paid services through ticket sales, was compelled to compete with Netflix, another paid service. In addition, with the increased fragmentation of the production process and strengthened quality control (QC) for content, domestic producers were given the opportunity to familiarize themselves with global standards. However, the detailed technical regulations that Netflix imposed on producers did not necessarily represent an infallible guarantee for the quality of original works. On the surface, Netflix appears to take bold risks with its original content, but this approach is taken in consideration of the overall global performance of its original content, which is transmitted as digital files. While the intellectual property (IP) rights of Korean content belong to Netflix, on par with the “scale of funding” provided by the company, the phenomenon in which Netflix eliminates the distinct production methods and uniqueness of domestic entertainment content has been dubbed “Netflix gentrification.” Meanwhile, from a similar perspective of “securing content IP,” the difficulty faced by domestic broadcasters in adjusting or transforming their power dynamics with Netflix is attributed to Netflix’s “data power.” This data power drives the process of structural change in the Korean broadcasting industry and makes it difficult for domestic operators to consider new alternatives both internally and externally through a thorough articulation process. This is because the investment potential and global profitability of K-content are “already calculated” based on quantified data using algorithms. All of these changes are regarded as products of a “late entry into the world system” under the claim that the platform habitus of producers constitutes a behavioral system that seeks to justify their integration into the world system. Drawing on Wallerstein’s discourse, the long-term continuation of the Netflix system is arguably facilitated by the presence of “Korea” as a “semi-peripheral” entity, which willingly engages in a dominance-dependence relationship with Netflix while striving to become a core part of its sphere. More importantly, it is emphasized that this process is not based on exploitation by and complete subordination to the United States, but rather by “invitation from the United States at the center of the said sphere.” This argument carries weight in that Korean producers who collaborate with Netflix have the potential to rise to the position of a “playmaker,” leveraging the said experience rather than remaining a semi-peripheral actor that is entirely subject to the core. However, if “semi-peripheral Korea” continues to maintain a long-term vertical division of labor with Netflix and is considered a major supplier of global hits, is it genuinely valid to claim that the position of Korean broadcast producers has been elevated? It is evident that producers and writers affiliated with major broadcasting companies occupy the upper stratum in the broadcasting labor market and the production and distribution of Netflix originals primarily revolve around this group of high-end workers. In the end, intensified collaboration with the global OTT content industry creates room for further solidification of the hierarchy between producers in the primary market (conglomerates/regular workers/unionized) and domestic small and medium-sized producers that face poor working conditions in the secondary market (SMEs/temporary workers/non-unionized). Amid these considerations, however, it is also naturally possible that the status of the Korean broadcasting industry as “an influential junior partner to Netflix” may disappear at any mo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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