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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대록계 국문장편소설의 다성성 연구

A Study on Polyphony in Three-generation Stories of Korean Full-Length Novel

초록 (요약문)

본 논문은 삼대록계 국문장편소설의 장르적 특징을 바흐친의 다성성(多聲性, Polyphony) 개념에 기반해 논의함으로써 삼대록계 국문장편소설의 미학적 의의를 재론하는 데 연구의 목적이 있다. 그간 국문장편소설사에서는 유교적 가부장제에 대한 다성적 시각이 통시적으로 발전한 것으로 이해되어 왔고, 이에 초기 형태인 삼대록계 국문장편소설은 후대 작품들에 비해 유교적 가부장제를 옹호하는 텍스트로 비춰져 온 경향이 있다. 그러나 삼대록계 국문장편소설은 유교적 가부장제에 대한 상이한 지평들을 적극 끌어들이는 특유의 방식을 구현하고 있는바, 본 논문에서는 텍스트의 구성적 측면에 주목함으로써 삼대록계 국문장편소설의 수용에 관한 논의를 보완하고 그 소설사적 가치를 재고하고자 했다. 17세기 <소현성록>을 기점으로 확장되어 간 국문장편소설이 어떠한 세계관을 바탕으로 산생되었는지, 그리고 그 의의는 무엇인가를 재검토하기 위해 오히려 초기 형태로서 삼대록계 국문장편소설을 다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본 논문은 <소현성록>, <유씨삼대록>, <임씨삼대록>, <조씨삼대록>을 대상으로 삼대록계 국문장편소설의 다성성을 연구하였다. 이에 삼대록계 국문장편소설이 다성성을 구현할 수 있었던 문학적 배경을 고찰하였다. 소설의 장르적 특징으로서 다성성 개념을 정리하고, 그간 판소리계 소설을 중심으로 다성성 연구가 이루어져 왔음을 간략히 살펴보았다. 판소리계 소설의 다성성 연구에서는 판소리계 소설의 민중적 성격을 중심으로 그 문학사적 의의가 논의되었다. 본고는 삼대록계 국문장편소설이 기왕의 상층 사대부 남성 중심의 문학적 환경으로부터 배제되어왔던 여성들을 주축으로 확장되었다는 점에 착안해, 지배적 가치에 대한 전복의 성격을 갖는 텍스트로서 삼대록계 국문장편소설의 다성성을 논의할 수 있다고 보았다. 이러한 관점을 기반으로 삼대록계 국문장편소설에서 다성성이 구현될 수 있었던 문학적 토대를 확인하였다. 삼대록계 국문장편소설에는 ‘상황에 대한 올바른 판단’에 대한 상이한 관점들이 논쟁적으로 존재한다. 국문장편소설의 논쟁적 성격에 주목한 기존의 논의들은 공통적으로 서사의 순차적 흐름보다는 서사의 전개가 느려지고 서술의 시간이 극대화되는 지점에 주목하였다. 이에 본 논문이 삼대록계 국문장편소설에서 다성성이 구현되는 양상을 분석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서사의 인과적 계기를 벗어난 지점들에 유의해야 할 필요성이 요구되었다. 본고는 삼대록계 국문장편소설에서 하나의 서사적 상황에 대해 상이한 해석적 지평을 드러내는 구성 방식을 ‘대화적 구성’으로 명명하였다. 그리고 장면의 배치, 서사의 전개, 인물 구성, 방어적 서술이라는 네 가지 영역에서 대화적 구성의 유형을 정리하였다. 이를 통해 삼대록계 국문장편소설에서 다성성이 구현되는 양상을 분석하기 위한 연구 방법을 마련할 수 있었다. 대화적 구성을 통해 삼대록계 국문장편소설의 다성성 구현 양상을 살핀 결과 다음과 같은 특징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장면의 교차 배치는 장면의 대치, 장면의 나열, 장면의 중첩을 통해 텍스트의 인과적 계기를 따라가기만 해서는 발견하기 어려운 해석의 단서들을 제시하였다. 이를 통해 지배적 가치의 전도를 발견할 수 있다. 다음으로, 삼대록계 국문장편소설에서 서사의 지체 현상이 사태에 대한 쟁점을 생성하는 양상에 주목했다. 인물의 판단 지연에 따른 사건의 공론화, 인물의 주변 탐색에 따른 쟁점의 파생, 그리고 인물의 내면 탐색에 의한 재쟁점화 양상을 두루 살폈다. 또한 갈등 관계에 놓인 두 인물 간 관계가 동등하지 못한 경우 주도권을 갖지 못한 인물의 사고와 행위를 대신하는 ‘대리자’의 존재를 살폈다. ‘대리자’는 삼대록계 국문장편소설의 다성성과 관련한 본고의 핵심 내용이다. ‘대리자’는 유교적 가부장제에 기반한 가족 구조에서는 보장되기 어려운 각 구성원의 개별성을 환기한다는 점에서 주목을 요한다. 가족 구조의 위계가 갖는 폐쇄성을 해소하고 개별성을 드러내고자 하는 표현의 수요를 충족하기 위한 사유에 대응하는 것으로서 ‘대리자’라는 서사적 장치가 호출되었음을 강조하였다. 대화의 시도를 통한 억눌린 감정의 발견, 해결하기를 통한 체면 손상의 최소화, 대항하기를 통한 위계의 전복 가능성 제시를 논하였다. 마지막으로, 독자의 문제 제기를 의식하는 방어적 서술은 서술자가 이야기 세계 내부에 적절히 개입하기 위한 타협적 태도의 소산으로 보았다. 가장의 실추된 권위를 복권하는 서술을 통해 균열된 이념을 봉합하고, 서사적 개연성을 강조함으로써 서술자는 자신의 서술 행위를 변호하였다. 이러한 방어적 서술은 독자의 비판적 사유 능력에 대한 서술자의 인지가 전제된 것으로, 텍스트와 독자의 적극적 소통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이상의 분석을 바탕으로 본고는 삼대록계 국문장편소설의 장르적 특징으로서 다성성의 의의를 다음과 같이 논하였다. 첫째, 삼대록계 국문장편소설의 다성성은 내밀한 감상 공간을 형성하도록 함으로써 사적 공간을 보장받지 못했던 당대 상층 사대부 여성들의 사생활을 허용하였다. 주로 제문(祭文)을 통해 확인되는 여성의 독서에 대한 기록에서는 소설에 대한 여성들의 부정적 시각이 부각된다. 하지만 그것은 당대 여성의 자기 검열적 말하기이거나 혹은 제문 기록의 주체인 아들에 의한 검열적 서술일 가능성이 있다. 그것은 여성의 독서에 대한 당대의 비판적 시각을 전제로 한다. 그런 점에서 여성의 독서에 대한 기록을 있는 그대로 신뢰할 수는 없다고 보았다. 소설에 대한 여성들의 말하지/서술되지 못한/않은 감상은 오히려 다른 방식으로의 존재 가능성을 환기한다. 본고는 그것이 독자의 정신 속에 구축된 내밀한 감상 공간 속에서 개별적으로 존재할 것이라고 보았다. 나아가 삼대록계 국문장편소설의 다성성은, 유교적 가부장제에 대한 상이한 시각을 단순히 텍스트가 제공하는 대로 경험할 수 있다는 데서 가치가 있다기보다, 텍스트가 제공하는 여러 기제를 통해 텍스트 너머 독자의 감상이 자극된다는 데에 그 의의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그것은 또한 독자의 자기 응시를 통한 정체성의 개발을 추동할 수 있다는 점을 함께 논했다. 둘째, 삼대록계 국문장편소설의 장르적 특징으로서 다성성은 이념에 대한 ‘역동적 담론 공간’의 문학적 형상화라는 측면에서도 의의를 갖는다. 그것을 삼대록계 국문장편소설에 대한 집단 향유의 관습과 관련하여, 그리고 당대 한글 필사본에서 보이는 이념에 대한 반성적 사유의 흔적과 관련하여 논의하였다. 삼대록계 국문장편소설의 집단 향유에 관한 기록에서는 단순히 공동 창작의 단서뿐만 아니라 시간적 간격을 두고 집필을 이어나갔다는 점도 확인된다. 또한 공동 감상의 근거도 확인된다. 이를 통해 향유자들 사이의 감상 공유가 텍스트 창작 과정에 어떤 식으로든 관여했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보고 삼대록계 국문장편소설의 다성성 구현은 그러한 향유 관습에 기반한 문학적 형상화의 한 양상으로 볼 여지가 있음을 논했다. 나아가 당대 필사본 규훈서의 수용에서 유교적 이념에 대한 반성적 사고가 행해졌음을 토대로 삼대록계 국문장편소설에서의 다성성 구현 역시 그러한 삶의 일단으로부터 연관성을 찾을 수 있으리라고 보았다. 이에 17세기 <소현성록>을 출발점으로 그 영역을 확장해나간 삼대록계 국문장편소설은, 당대 이념에 대한 역동적 담론 공간으로서 소설사적 의의를 갖는다. 이상과 같이 본 논문은 국문장편소설의 초기 유형인 삼대록계 국문장편소설의 장르적 특징으로서 다성성이 구현되는 양상을 살폈다. 다만 본 논문은 삼대록계 소설 장르 내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양상들에 주목해 논의를 개진함에 따라 개별 텍스트에 대한 깊이 있는 논의가 다소 미진하다는 아쉬움이 있다. 여기서 이루어진 논의들을 발판 삼아 앞으로 개별 텍스트를 대상으로 한 삼대록계 국문장편소설의 다성성 연구가 보완될 필요가 있다. 또한 본 논문에서는 국문장편소설의 초기 형태를 대상으로 그 장르적 특징을 논의한 만큼, 다른 국문장편소설과의 비교를 통해 다성성 구현의 전변 양상에 관한 연구로 후속 논의가 확장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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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 (요약문)

The purpose of this paper is to discuss the genre characteristics of the Three-generation Stories of Korean Full-Length Novel based on Bakhtin's concept of polyphony and to reconsider the aesthetic meaning of the Three-generation Stories of Korean Full-Length Novel. Until now, it has been understood that the polyphonic view of the Confucian patriarchy has developed diachronically in the research history of Korean Full-Length Novel, and the Three-generation Stories of Korean Full-Length Novel tend to be seen as a text advocating Confucian patriarchy compared to later works. However, the Three-generation Stories of Korean Full-Length Novel embody a unique way of actively attracting different prospect about the Confucian patriarchy. So, In this paper, by paying attention to the compositional aspect of the text, I will supplement the discussion on the acceptance of the Three-generation Stories of Korean Full-Length Novel and reconsider its historical status. In particular, it was judged that it was necessary to look back at the Three-generation Stories of Korean Full-Length Novel as an initial form to review the worldview of the Korean Full-Length Novel, which was expanded from the 17th century's <Sohyunsungrok>. Therefore, this paper studied the polyphony of the Three-generation Stories of Korean Full-Length Novel for <Sohyunsungrok>, <Yussisamdaerok>, <Limssisamdaerok>, and <Jossisamdaerok>. In Chapter II, the literary background in which the Three-generation Stories of Korean Full-Length Novel were able to realize polyphony was examined. To this end, the concept of polyphony as a genre characteristics of the novel was first summarized, and the situation in which polyphony research has been conducted centering on pansori novels was briefly examined. Furthermore, discussions focusing on the controversial characteristics of Korean Full-Length Novels were reviewed. In common, it focused on the point where the development of the narrative slows down and the time of the narrative is maximized rather than the sequential flow of the narrative. Therefore, in order to analyze the aspect of polyphony implemented in the Three-generation Stories of Korean Full-Length Novel, it was necessary to pay attention to points outside the causal trigger of the narrative. From this perspective, the unique method of realizing polyphony in Three-generation Stories of Korean Full-Length Novel was named 'dialogue composition'. It appears in terms of scene intersection, narrative delay, character composition, and defensive narration. Through this, a research method was prepared to analyze the aspect of the implementation of polyphony in the Three-generation Stories of Korean Full-Length Novel. In Chapter III, the pattern of realizing polyphony through dialogue composition in the Three-generation Stories of Korean Full-Length Novel was analyzed. The cross-arrangement of scenes presented clues of interpretation that are difficult to discover only by following the causal momentum of the text through the confrontation, arrangement, and overlapping of scenes. Through this, it was discussed that the dominant value is trying to overthrow. Next, I paid attention to the phenomenon in which the delay in narrative creates an issue about the situation in Three-generation Stories of Korean Full-Length Novel. The public debate of the case due to the delay in the judgment of the character, the derivation of the issue according to the search around the character, and the pattern of re-controversy by the search inside the character were examined. In addition, if the relationship between the two figures in a conflict is not equal, the existence of a "agent" in place of the thoughts and actions of the person who did not have the initiative was examined. It is important to note that 'agent' evokes the individuality of each member, which is difficult to guarantee in a family structure based on Confucian patriarchy. It was discussed that the possibility of finding pent-up emotions through attempts to talk, minimizing loss of face through resolution, and subversion of hierarchy through opposition is suggested. Finally, the defensive description conscious of raising the reader's problem was viewed as the product of the narrator's compromise attitude to properly intervene inside the story world. The narrator defended his narrative behavior by sealing the cracked ideology through a description that reinstated the lost authority of the head of the household and emphasizing the narrative probability. This defensive description presupposes the narrator's perception of the reader's critical thinking ability, and can be seen as part of active communication between the text and the reader. In Chapter IV, the meaning of aesthetic and novel history was examined based on the previous analysis. First of all, in terms of aesthetic meaning, the Three-generation Stories of Korean Full-Length Novel provided a literary space to allow desire and develop self-identity through metaphors by allowing women of the upper aristocracy of the time who could not lead a private space. In the records of women's reading of the time, women's negative views of novels tend to be highlighted in common. Or reading for cultural purposes is evaluated positively. By the way, all the records of women's reading at the time are found in a funeral oration written by their son, there may be a distance from the reality of women's reading. Only the public utility of reading is highlighted and the private utility is rarely mentioned. In other words, in terms of cultural life of reading, the privacy of women of the upper class of the time was not recognized. However, women's unwritten appreciation of the novel does not seem to exist for that reason, but rather evokes the possibility of existence in a different way. That is the appreciation that exists inside their minds. On the other hand, in relation to the historical meaning of novels, the polyphony of the Three-generation Stories of Korean Full-Length Novel is valuable as a literary space that builds dynamic discourse on ideology. In Joseon, there is a record of collectively creating and enjoying novels. People of the time created works at intervals of time, and they gathered together to read novels and share their thoughts. In that way, among the people who create the novel together, opinions on how to narrate the story must have been shared, it is possible to guess the possibility that such opinions were reflected in the narration of the work. In addition, it is reported that traces of reflective thoughts on Confucian ideology were found in the acceptance of the manuscript of the Gyuhunseo(閨訓書), the ethical textbook of women were printed by dynasty, In Joseon. In other words, a critical view of Confucian ideology was intervened in the process of transcribing the Chinese Gyuhunseo into Hangeul. It is related to the fact that Hangeul, which was an unofficial character In Joseon, has a resistance to the existing official culture centered on Chinese characters. This study thinks that the above is related to the fact that polyphony was realized in Three-generation Stories of Korean Full-Length Nov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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