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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영화의 국가폭력 재현 연구 : 2010년 전후 아시아·아프리카 제노사이드 다큐멘터리 영화를 중심으로

A Study on Representation of State Violence in Documentary Films: Focusing on Asian/African Genocide Films before and after 2010

초록

본 연구는 은폐‧왜곡된 국가폭력을 새로운 미학적‧양식적 방법으로 재현한 2010년 전후 아시아‧아프리카 제노사이드 다큐멘터리 영화들을 자크 데리다와 한나 아렌트의 거짓말 이론을 중심으로 들여다보는 시도이다. 제노사이드 다큐멘터리 영화의 국가폭력 재현 연구에 데리다와 아렌트의 거짓말 이론을 토대로 삼은 것은 거짓말의 수행성인 ‘거짓말하기’를 통해 ‘폭력’이 은폐‧왜곡되고 반복되는 현실을 인식하기 위함이다. 아렌트는 거짓말이 훨씬 더 폭력적인 수단을 대체하기 위해 사용되므로 자칫 정치 행위의 무해한 연장으로 오인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국가폭력을 정당화하기 위한 첫 번째 전략이 ‘거짓말’임을 모두 알고 있지만 비폭력적인 수단이라고 착각하기 쉽다는 의미이다. 한나 아렌트의 거짓말 개념을 확장하고 해체한 자크 데리다는 “거짓말은 어떤 사실이나 상태가 아니고 의도적인 행위, 곧 ‘거짓말 하기’” 이며 진실의 효과를 거두기 위해 “환원 불가능한 가상화에 이른다.”라고 강조한다. 환원 불가능한 가상화에 이르고 있는 역사 왜곡은 수정주의와 부인주의 등 다양한 양상으로 현대사회에 녹아들어 있다. 국가 혹은 국가 권력에 준하는 가해자 진영의 왜곡은 지금 이 순간에도 미디어를 통해 끊임없이 재생산되며 새로운 왜곡을 낳는다. 현대의 거짓말은 거짓임을 알면서도 의도를 갖고 진실이라고 주장하는 ‘반-진실(conter-truth)’을 통해 탈진실에 이르고 있다. 데리다는 이런 거짓말로 점철된 시대에 균열을 가하는 거짓말의 대안은 증언과 공표, 용서 불가능성이라고 주장한다. ‘용서는 없다’는 장켈레비치의 주장을 해체하고 확장한 데리다의 ‘용서 불-가능성’은 용서가 불가능한 상태가 지속되는 것을 의미하며 이는 곧 ‘망각 불가능성’을 견인한다. 데리다의 용서 불가능성에서 착안하여 본 연구를 통해 개념화 하고 의미를 확장한 ‘망각 불-가능성’은 기억과 애도의 수행성이 지속되는 상태, 즉 망각 불가능이 가능한 상태로 지속된다는 의미이다. 이런 측면에서 본 연구에서 분석하는 제노사이드 다큐멘터리 영화들은 데리다가 거짓말의 대안이라고 강조한 증언과 공표, 용서 불가능성에 이은 망각 불가능성을 포괄한다. 2010년 전후 국내 영화제와 개봉관 등을 통해 한국 관객들과 만난 제노사이드 다큐멘터리 영화들은 은폐‧왜곡된 국가폭력과 거짓말의 대안이며 균열의 시작이라 할 수 있다. 관련된 다양한 연구가 선행되었으나 ‘역사’와 ‘맥락’ 보다는 ‘재현’과 ‘다큐멘터리 영화’에 비중을 두고 있어 폭력에 대한 트라우마의 근원에 대한 논의가 부재했다. ‘역사 다시 쓰기’와 ‘영화 미학적’ 측면, 다큐멘터리 영화 쟁점으로서의 ‘액티비즘’ 측면의 논의도 5‧18 민주화운동 등 특정한 국가폭력의 경우 다양하게 진행되었으나 이를 지구사적 관점에서 조망하여 모두 연결된 문제임을 통찰하지는 못했다. 가공할만한 국가폭력이 ‘왜’ 발생했는지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사유하는 제노사이드 다큐멘터리 영화 연구가 필요한 시점인 것이다. 폭력을 재현하는 과정에서 가해자와 피해자로 양분되는 제작 방법론과 서사구조, 역사적‧사회과학적 함의 추출과 포스트메모리 세대 시각의 국가폭력에 대한 다원적 서사화 연구들도 필요하다. 근현대 국가폭력에 대한 은폐·왜곡에 균열을 야기하는 다큐멘터리 영화들이 2010년 전후 더욱 활발하게 제작 상영된 것은 피해자들은 물론이고 가해자 입장에서도 치유와 성찰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된 까닭이다. 국가폭력에서 시작된 제노사이드의 ‘망각 불-가능성’을 실천하고 공론화하는 것은 한나 아렌트식 ‘폭력에 대응하는 새로운 권력, 즉 대중들의 힘(시민들의 힘)’이 자리잡는 과정이기도 하다. 따라서 본 논문은 다음과 같은 연구문제를 다룬다. 연구문제1 : 2010년 전후 활발히 제작되고 상영되는 아시아·아프리카 제노사이드 다큐멘터리 영화들은 과거를 어떻게 기억하고 재현하는가? 연구문제2 : 이를 영화적으로 재현하기 위해 어떠한 다큐멘터리 양식적 방법이 사용되며, 이를 통해 드러나는 쟁점과 경향성은 무엇인가? 본 논문에서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세 가지 연구방법을 사용한다. 첫째. 2000년대 전후 활발해진 아시아ߴ아프리카 중심의 냉전사와 탈식민주의 연구를 기반으로 20세기 신생 독립국에 집중된 제노사이드가 강대국들의 신식민주의에서 비롯되었음을 인식한다. 냉전시대를 연 한국전쟁을 시작으로 베트남 전쟁, 인도네시아 대학살, 캄보디아 대학살, 르완다 대학살, 콩고 대학살, 시리아 내전 등은 홀로코스트에 준하는 제노사이드로 알려져 있다. 서구에서 ‘상상의 전쟁’이었던 냉전 시대는 아시아‧아프리카 지역에서는 유혈이 낭자한 격전의 시대였다. 2010년 이후 본격 연구된 역사 다원론적 관점을 통해 왜 이런 시각의 차이가 생겼는가를 추적한다. 둘째, 데리다와 아렌트의 거짓말에 대한 논의이다. 오랜 시간 권력을 유지해온 국가폭력 가해자들의 행위는 시간이 흐를수록 명분이 생기고 사회적 약자로 남는 피해자들의 기억은 가해자들 혹은 국가에 의해 은폐·왜곡된다. 데리다는 중세부터 현대에 이르는 ‘거짓말’ 개념을 해체하며 왜 이런 일이 발생하고 지속되는가에 대해 논의한다. 한나 아렌트의 ‘절대적 거짓말(absolute lie)’과 데리다가 언급한 ‘환원 불가능한 가상화(irreducible simulation)’는 미디어의 범람에서 탈진실로 거듭나는 현대의 거짓말을 의미한다. 미디어를 통해 무제한 복제되는 거짓말은 사실적 진리와 사실적 실제의 파괴(데리다 식 원본의 파괴) 혹은 망각으로 귀결된다. 폭력의 세기였던 20세기는 거짓말을 통해 망각되고 21세기 제노사이드를 견인했다. 본 연구는 이런 현실을 파악하고 그 근원을 철학적인 사유와 통찰로 인식하고 대안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수십 년간 지속되어 온 은폐‧왜곡에 균열을 일으키고 더욱 확고해진 가해자의 권력화와 피해자들의 ‘죄 없는 범죄자(criminal without a crime)’화에 대한 원인과 대안을 찾기 위함이다. 아렌트의 거짓말 개념을 데리다가 재해석한, 반-진실과 자기기만(self-deception)을 고찰하고 사실적 진리를 추적하여 실천적 대안을 제시하는 것은 본 연구의 핵심 목표이다. 이는 아렌트가 시간성에 대한 사유에서 언급한 과거와 미래 사이 틈새 역동인 ‘대각선의 힘(diagonal force)’이기도 하다. 세 번째, 2010년 전후 제노사이드 다큐멘터리 영화들의 양식적 변화를 추출하고 분석하는 것이다. 연구의 주된 대상은 2010년 전후 제작되어 한국에 상영된 아시아‧아프리카 국가폭력과 이를 통한 제노사이드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들이다. 총 43편의 제노사이드 다큐멘터리 영화들을 분석하면서 도출한 대표적인 경향성은 ‘발화자 위치의 탈경계(혹은 발화자 위치의 다각화)’이다. 카메라를 잡은 이와 카메라가 대상으로 하는 이의 탈경계는 폭력을 다루는 다큐멘터리 영화에 고착화 되는 가해자와 피해자, 선과 악의 이분법을 해체했다. 감독이 발화 내용을 이끌어 가지만 발화 행위는 제3자(현재의 감독이 아닌 사건이 발생한 시점에 존재한 피해자로서의 감독, 혹은 감독이 매개하는 재현의 주체들)가 하는 경우를 ‘피해자(관찰자)-나-감독(카메라)’으로 구조화할 수 있다. 또한 가해자 입장에서 제노사이드의 은폐‧왜곡을 드러내는 시도들은 ‘가해자(관찰자)-나-감독(카메라)’로 구조화한다. 다양한 스크린을 배치해 무대를 만들고 가해자와 피해자를 만나게 하는 ‘멀티스크린(multiscreen)’은 데리다의 거짓말 개념인 반-진실을 드러내는 미학적‧양식적 실험이다. 과거 작품들을 아카이브로 하여 사실적 진리를 찾아가는 ‘오토 아카이브(auto-achive)’, 연극, 애니메이션, 극영화, 토론회, 책 등 여러 미디어 플랫폼과 예술적 장르를 넘나들며 하나의 세계관을 공유하는 ‘트랜스미디어(trans media)’ 등도 본 연구에서 2010년 전후 제노사이드 다큐멘터리 43편을 분석하여 도출한 경항성이다. 본 연구에서는 이런 경향성들이 고루 목격된 <S21: 크메르 루즈 살인 기계>(2003), <지옥의 지배자>(2011), <잃어버린 사진>(2013), <액트 오브 킬링>(2012)과 <침묵의 시선>(2014), <콩고 재판>(2017), <백두산 호랑이를 찾아서>(2006), <할매꽃>(2007), <레드툼>(2017), <206: 사라지지 않는>(2021),<사마에게>(2019), <옵티그래프>(2017) 등 12개 작품들을 기반으로 분석한다. 결론적으로 2010년 전후 아시아‧아프리카 제노사이드 관련 다큐멘터리 영화들의 다양한 출현과 미학적‧양식적 실험들은 가해자 연행과 피해자들의 적극적인 목소리 내기로 발화자의 탈경계를 시도하며 환원불가능한 가상화에 균열을 야기하고 있다. 이는 망각 불가능성을 향한 아렌트식의 정치 행위이며 본 연구를 통해 추동(推動)하려는 수행적 실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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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

This study attempts to look into the Asian/African genocide documentary films before and after 2010—an aesthetic and stylistic depiction of distorted state violence—through the lense of the lies theory of Jacques Derrida and Hannah Arendt. Derrida and Arendt's theory of lying was used as the basis for the study of the reenactment of state violence in genocide documentary films because it suggests how 'violence' is concealed, distorted and repeated through “lying.” Arendt’s theory warns that lying could be mistaken for harmless extension of political action, since lying often obscures the use of blatant violence. In other words, it is easy to mistake state lies as a non-violent mean, though it is in fact a primary strategy to justify state violence. Jacques Derrida dissects and expands Hannah Arendt's theory of lying. He emphasizes that "lie is not a fact or state, but an intentional act of 'lying,'" and that in order to resemble truth, "leads to an irreducible simulation." Revisionism and Denialism are few of many ways in which such phenomena are spreading throughout modern society. The distortions of state perpetrators are constantly being reproduced, disseminating more distortions. By claiming truth for known falsity, modern lies are eluding truth by becoming the ‘counter-truth.’ Derrida claims that countermeasures to these lies are testimony, proclamation, and the “impossibility of forgiveness.” Derrida's “impossibility of forgiveness” dissects and expands Vladimir Jankelevitch's argument that “forgiveness does not exit,” the continuation of unforgiveness that further leads to the “impossibility of forgetting.” The ‘impossibility of forgetting’, inspired by Derrida’s “impossibility of forgiving,” and explored throughout this study, is the state in which memory and grief persist—that is, where the “impossibility of forgetting” is preserved. In this respect, the genocide documentary films analyzed in this study encompasses Derrida’s emphasis on testimony, proclamation, and “impossibility of forgiving,” in addition to the “impossibility of forgetting.“ Genocide documentary films released to Korean audiences through domestic film festivals and movie theaters around 2010 could be seen as a countermeasure of the concealed and distorted state violence and “lying.” Various related studies were held, but they mostly focused on the reenactment and the documentary film itself than the history and context of the film—which led to the absence of discussion on the causes of the trauma of violence. Discussions on rewriting history, aesthetic perspective on films, and activism on the ground of documentary films were conducted in various ways in the case of certain national violence, such as the May 18th Democratization Movement; they were, however, not perceived from an interconnected point of view. Thus, a study that questions the fundamental cause behind state violence is necessary. In reenacting violence, it is also imperative to study the dichotomic narrative structure that sets perpetrators aside from the victims, its historic/social-scientific implications, and the multi-faceted perspectives of the post-memory generation. The reason documentary films that expose the concealment and distortion of modern state violence were actively screened around 2010 is due to the social consensus that formed by not only the victims but also the perpetrators who realize the need to reflect and remedy the past. Practicing and publicizing the “impossibility of forgetting” of genocide that germinated from state violence, is the process of establishing Hannah Arendt’s “rising power to confront violence: the power of the public mass.” Therefore, this paper addresses the following research questions. RQ 1: How do Asian/African genocide documentary films actively produced around 2010 remember and portray the past? RQ 2: What mode of documentary is used to cinematically reenact the past, and what issues and implications does it reveal? In this paper, three research methods are used to address these questions. First, based on studies actively conducted around 2000s concerning the Cold War and post-colonialism centered on Asia/Africa, we acknowledge that the 20th century genocides in newly independent countries originated from the neo-colonialism of great powers. Following the Korean War, the Vietnam War, the Indonesian Genocide, the Cambodian Genocide, the Rwanda Genocide, the Congo Genocide, and the Syrian Civil War are genocides known as equivalent to that of the Holocaust. The Cold War, perceived as an era of “imaginary war” in the West, was an era of actual, bloody battles in Asia and Africa. Through the lense of historical pluralism studied since 2010, we trace the source for such difference. Second, we discuss Derrida and Arendt’s concept of “lying.” The perpetrators of state violence tend to justify themselves the longer they stay in power, and the memories of the victims who are ruled-over are concealed and distorted. Derrida dissects the notion of “lying” that spans the medieval and the modern era and contemplates why this happens and persists. Hannah Arendt's “absolute lie” and Derrida’s “irreducible simulation' refer to modern lies that eludes truth by the force of media. Hannah Arendt's 'absolute lie' and 'irreducible simulation' mentioned by Derrida mean a modern lie that is reborn as post-truth from the overflow of media. Lies disseminated by the media concludes in the destruction of factual truth and reality (Derrida’s concept of the Deconstruction of the Original), or oblivion. The 20th century, an era of violence, was lost in lies and eventually triggered genocides in the 21st century. This study is an attempt to enlighten such reality, trace its source via philosophical insights, and explore countermeasures; that is, to find the causes for and countermeasures against the empowerment of the perpetrators and ”the criminal without a crime“ of the victims, while creating chasms in the decade-long concealments and distortions. The main objective of this study is to contemplate counter-truth and self-deception, and to suggest practical countermeasures by tracking the factual truth. This is also the 'diagonal force' that Arendt mentioned in his thoughts on temporality, the niche dynamic between the past and the future. Third, we extract and analyze the stylistic changes of genocide documentary films before and after 2010. The main subjects of the study are documentary films about national violence and genocides in Asia/Africa, made and screened around 2010 in Korea. The outstanding trend deduced from analyzing a total of 43 genocide documentary films is “de-bounding of the enunciator position (or diversifying the enunciator’s position).” The de-bounding of the camera operator from its subject dismantled the dichotomy of the perpetrator and the victim, or the good and the evil—normally conceptualized in documentary films covering violence. The case when the content of the narrative is led by the filmmaker but the action of the narrative is conducted by the third party (not the present director, but the director as a victim at the time of the incident, or the subjects of reenactment mediated by the director) can be structured as “the victim(observer)-me-filmmaker(c -amera).” From the perpetrator’s perspective, attempts to reveal the concealment and distortion of genocide is also structured as “the victim(observer)-me-filmmaker(camera).” “Multiscreen,” a various screen arrangement that confronts victims with their perpetrators, is an aesthetic/conscientious experiment that exposes Derrida’s concept of counter-truth. “Auto-archive” that seeks factual truth in light of archived works, and “trans media” that shares a unified world-view across genres such as plays, animations, feature films, forums, and books, etc, are also among the notable tendencies derived by analyzing the aforementioned documentaries. In this study that notably demonstrate these tendencies To Find Tiger Kim(2006), Grandmother's Flower(2007), Red Tomb(2013), Optigraph(2017 ), 206:Unearthed(2021), The Act of Killing(2012), The Look of Silence(2014 ), S21:The Khmer Rouge Death Machine(2003), Duch, Master Of The Forges Of Hell(2011), The Missing Picture(2013), The Congo Tribunal(201 7), For Sama(2019), etc. are analyzed based on 12 film works. In conclusion, the emergence and aesthetic/stylistic experiments of various documentary films covering genocides in Asia/Africa attempts de-bounding of the enunciator by the reenactment of perpetrators and active proclamation of the victims, creating chasms in the unexchangeable virtualization. This is Arendt's interpretation of political action towards the impossibility of forgetting, and also a performative practice to be driven through this stud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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