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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의 정념기호학적 연구 : 분노를 중심으로

A Study on the Semiotics of Passions in A Dwarf Launches a Little Ball

초록 (요약문)

본고는 조세희 소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후 『난쏘공』)속 인물들이 지니는 분노를 구조적 방식으로 살펴보며, 텍스트가 그것을 형상화시키는 서사적 전략에 대해 분석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를 통해 『난쏘공』 속 인물들이 단순히 경제 계층 혹은 윤리성에 따라 이분법적으로 분리되지 않음을 확인하며 나아가 분노의 구조를 통해 드러나는 텍스트의 주제 의식을 살펴본다. 본고에서는 정념을 구조적으로 분석하는 ‘정념기호학’ 이론을 바탕으로 인물 분노 분석을 진행한다. ‘정념기호학’에서 제안한 ‘정념도식’을 통해 인물별 분노의 정념도식을 ‘일직선형’, ‘나선형’, ‘병목형’이라는 도상적 용어를 설정하여 설명한다. 또, ‘긴장도식’을 통해 분노로 말미암은 폭력이 ‘불안’, ‘확신’, ‘체념’과 함께 발현된다는 것을 밝힌다. 이렇게 인물들이 지니는 분노와 그로 말미암은 폭력적 반응의 양상을 살피고 텍스트가 이것을 형상화시키는 서사적 전략에 대해 논한다. Ⅱ장에서는 일직선형 정념도식을 보이는 인물인 신애의 분노 구조를 살핀다. 먼저, 신애는 정념 도식의 다섯 단계가 일직선형으로 이어지는 분노 구조를 지닌다. 이는 신애의 분노의 폭발과 그로 인한 신체적 반응이나 행동이 일회적으로만 나타나는 것을 보여준다. 신애가 지니는 행동의 1회성은 중간계층이라는 경제적 계층의 특성으로부터 말미암는다. 신애의 분노는 불안을 매개로 하여 폭력으로 발현된다. 신애의 긴장도식 유형은 지각의 강도가 상승하고 지각의 범위는 중립을 이루면서 ‘불안의 폭력’ 유형을 보인다. 신애는 사나이가 난장이를 죽일 것이라는 불안감으로 사나이를 찌른다. 이성적, 계획적으로 폭력을 수행한 것이 아니라 공포의 상황 가운데 불안으로 말미암아 폭력을 수행한다. 이러한 불안은 「칼날」에서 초점 화자와 서술자의 서술이 혼재되는 서사 전략을 통해 효과적으로 구사된다. 「칼날」에서 이루어지는 많은 서술에서 그 서술의 주체가 분명히 구분되지 않는다. 주어진 서술이 초점화자인 신애의 서술인지 서술자의 서술인지 쉽게 판단할 수 없는 부분들이 존재하면서 독자들 또한 혼란스러움을 느끼게 된다. Ⅲ장에서는 나선형 정념도식을 보이는 영수의 분노 구조를 살핀다. 영수는 다수의 작은 ‘정념화-정동화’ 과정을 겪으며, 점차 그 분노의 강도와 범위를 확장시켜 나간다. 이전 단계의 ‘정념화-정동화’ 과정에서의 주체의 좌절은 다시금 장치화 단계로 편입되어 이후 더 큰 틀의 ‘정념화-정동화’ 속 분노의 근거가 된다. 이렇게 다층의 과정을 통해 분노를 쌓아가면서 영수는 폭력 수행의 필요성에 대해 확신하게 된다. 그에 따라 영수의 폭력은 확신을 매개로 하여 이루어지는데, 이때 긴장도식은 지각의 범위와 지각의 강도가 모두 순행하는 ‘확신의 폭력’ 유형을 보인다. 영수의 폭력은 자신이 행동함으로써 노동자 계층을 도울 수 있고, 또 도와야 한다는 확신으로부터 말미암는다. 즉, 노동자 공동체의 고통을 타개할 방편으로 폭력을 사용하면서 폭력에 당위성을 부여하고 있다. 따라서 영수의 분노와 폭력은 이성의 산물이라고 볼 수 있다. 이때 시각 자료의 삽입이라는 서사 전략은 영수의 분노 생성 과정에 대한 근거로 기능하며, 사실성과 구체성을 높임으로써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이는 영수의 ‘저항에 대한 확신’의 자리로 독자를 호명하는 글쓰기를 가능하게 한다. Ⅳ장에서는 병목형 정념도식을 보이는 난장이의 분노 구조를 밝힌다. 난장이는 분노 정념 행로의 ‘정념화’ 과정이 비대해진 반면 ‘정동화’ 과정은 축소되어 나타난다. 난장이는 사회적 약자로서 수많은 정념적 사건을 마주하지만 그가 분노를 신체화하여 드러내는 모습은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난장이는 표출되지 못하고 축적되는 분노 속에서 ‘실어증’과 ‘표준 시간 인식의 균열’을 경험한다. 상승하는 ‘지각의 강도’와 역행하는 ‘지각의 범위’ 속에서 난장이는 ‘체념의 폭력’ 유형을 보이고, 체념으로 말미암아 스스로에 대한 폭력을 수행하게 된다. 난장이의 체념은 징후적 문체인 시공간 전환 문체를 통해 효과적으로 형상화된다. 체념으로 말미암는 발화와 행동 속에서 축소되고 비어버린 난장이의 기표는 그 침묵의 자리를 다른 극중인물 그리고 독자로 하여금 대신 채워 넣고자 하는 욕망을 만들어낸다. 이렇듯 본고에서는 세 가지 정념도식을 보이는 인물들의 분노에 대해 살펴보았다. 이 중, 텍스트가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은 나선형 정념도식이다. 텍스트는 시각 자료의 삽입, ‘우리’라는 대명사의 빈번한 사용, 청유형 문체 등의 ‘참여를 유도하는 설득적 서사 전략’은 독자를 사회적 부조리를 깨닫고 분노를 행동화하는 영수의 자리로 호명한다. 영수의 죽음으로 비어버린 나선형 분노 행로의 주체 자리에 독자들이 자리하여 행로가 계속해서 이어진다면 나선형은 안과 밖이 분리되지 않는 모형체가 된다. 무한한 나선형 도식의 가능성은 독자의 경제적 계층에 상관없이 ‘우리’ 모두가 자본주의 체제 내에서 ‘사랑’과 ‘희망’이 없어져 가는 구조적 모순에 대항해서 싸우도록 촉구하는 작품의 주제의식과도 연관된다. 『난쏘공』 서사가 좌절의 이야기이면서도 희망의 이야기로 읽히는 것은 이런 의미에서 가능하다. 암울했던 시대상을 반영하듯 서사 내에서 난장이도, 영수도 죽음을 맞이한다. 하지만, 부재하게 된 영수라는 기표의 자리에 독자들이 자리하여 서로 연대하고, 구조적 모순 해결을 위해 함께 노력하게 된다면 『난쏘공』의 서사는 희망적인 서사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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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 (요약문)

The principle purpose of this research is to examine the anger of the characters in Jo Se-hee’s novel A Dwarf Launches a Little Ball in a structural way, and to analyze the narrative strategy in which the text embodies it. Through this, we confirm that the characters in A Dwarf Launches a Little Ball are not simply separated according to the economic class or ethics, and further examine the subject of the text revealed through the structure of anger. In this research, analysis on characters’ anger is conducted based on the theory of ‘the Semiotics of Passions’ which structurally analyzes passion. Through the ‘schema passionnel’, the iconic terms “straight type”, “spiral type”, and “bottleneck type” are set to explain different aspect of each anger of characters. Further, ‘schema tensionnel’ reveals that violence caused by anger is expressed along with “anxiety”, “confidence”, and “resignation”. In this way, we examine the anger of the characters and the aspect of the violent reaction, and discuss the narrative strategy in which the text embodies this. Chapter II examines the anger structure of Shinae, who has a straight type schema passionnel. First, Shinae shows a structure of anger in which the five stages of schema passionnel proceeding in a straight line. This shows that the explosion of Shinae's anger and the resulting physical reaction or behavior appear only once due to the characteristics of the economic class of the middle class. Shinae's anger is expressed as violence through anxiety. The type of schema tensionnel of Shinae shows a type of ‘violence of anxiety’ as the intensity of perception increases and the range of perception becomes neutral. Shinae stabs the man with anxiety in urgent situation in which the pump man could have killed the Dwarf. She does not commit violence rationally or intentionally, but rather due to anxiety in a situation of fear. The anxiety is effectively embodied through a narrative strategy in which the descriptions of focalizer and narrators are mixed in Blade. In many descriptions made in Blade, the subject of the description is not clearly distinguished so readers also feel confused like Shinae. Chapter III examines the anger structure of Yeongsu, who shows a spiral type of schema passionnel. Yeongsu goes through a number of small ‘pathémisation- émotion’ processes, gradually expanding the intensity and range of his anger. The frustration of the subject in the process of ‘pathémisation- émotion’ of the previous stage is incorporated into the process of ‘disposition’ of the next stage, and becomes the basis for anger in the larger framework of ‘pathémisation- émotion’. As anger builds up through this multi-layered process, Yeongsu becomes convinced of the necessity of violence. Accordingly, the violence of Yeongsu is carried out through confidence, and at this time, the scheme tensionnel shows a type of ‘violence of certainty’ in which both the range of perception and the intensity of perception increase. The violence of Yeongsu comes from the conviction that he can and should help the working class by acting. The narrative strategy of inserting visual data functions as the basis for Yeungsu’s anger generating process, and stimulates the reader's imagination by becoming more realistic and concrete. Therefore, it calls the readers to the Yeungsu’s position which is place for resistance. Chapter IV reveals the anger structure of the Dwarf showing a bottleneck-type scheme passionnel. While the process of ‘pathémisation’ has become enlarged, the process of ‘émotion’ has been reduced. As a socially weak, Dwarf faces numerous passionate events, but he rarely shows his anger by physicalizing it. Dwarf is experiencing ‘aphasia’ and ‘crack in standard time perception’ in anger that accumulates without being expressed. In the rising ‘intensity of perception’ and the ‘range of perception’, the Dwarf shows a ‘violence of resignation’ type, and through resignation, he performs violence against himself. The resignation of the Dwarf is effectively shaped through a time-space conversion narrative style. The empty signifier of the Dwarf creates a desire of other characters and readers to fill the empty place of Dwarf inste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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