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청준 소설에 나타난 소리의 수사학
초록/요약
이 글은 이청준이 개인과 집단의 갈등에 문학적으로 대응하고자 소리의 역동적인 힘을 활용하여 ‘소리’라는 은유적 수사학을 소설에서 구축해 왔음을 밝히고자 했다. 그래서 이 글은 이청준이 ‘소리’로 그의 소설에서 디자인해 온 이상적인 ‘소리 풍경’을 밝혀냄으로써, 소리에 대한 천착이 작가 의식에 관한 탐구로 이어질 수 있음을 증명하고자 했다. 이러한 목적하에 이 글은 이청준 소설에서 소리가 중요한 이유와 소리를 수사학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조건을 살펴보았고, 이청준의 소설론을 소리의 수사학으로 해명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론을 구축하였다. 이청준에게 있어 소리는 화자의 감정이 어떠한 관념들을 통하지 않고 그대로 청자의 마음으로 전달되도록 한다. 소리의 기의는 청자의 내부에서 개념적이고 관습적으로 형성되는 것뿐만 아니라, 화자와 청자의 상호관계에 따라 청자의 외부에서 주관적이고 동시적으로 형성된다. 그래서 이청준에게 소리는, 그 소리의 효과로 청자에게 설득을 이루어내려는 은유의 힘을 부여받기 때문에 기표와 기의의 틈을 좁혀갈 수 있는 소설적 언어로 활용될 수 있다. 이 글은 이청준이 소리의 효과를 형상화할 수 있는 미적 모델을 구축하기 위해서 소설의 서술 주체를 ‘듣는 주체’로 설정했다고 가정하였고,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밝혔다. ‘듣는 주체’는 이청준의 소설에서 수사적 상황을 이끌어가는 능동적 주체이다. ‘듣는 주체’는 발성자가 촉발한 청각성에 의해 수행성을 갖는다. 이 수행성은 ‘듣는 주체’를 특정 방향으로 이끌어 그의 ‘행위’를 강조한다. ‘듣는 주체’는 소리의 역동성을 따라가며, 서사적 현재에서 극적 상황을 하나의 사건이 되도록 한다. 이 극적 사건이 ‘구성적 사건’으로서 다른 사건들과 결합하여 서사 구조를 이룬다. 이 과정에서 ‘듣는 주체’는 행위력을 지닌 인물로 기능하는 것을 넘어 자신이 처한 상황과 조응하여 역동적인 캐릭터의 면모를 지닌 인물로 형상화된다. 다음으로 이 글은 서술 차원에서 ‘듣는 주체’가 ‘청각성’을 수행하는 과정과 그의 청각 경험이 이루어지는 수사적 상황을 분석하는 데 필요한 개념들을 규정하고자 아래와 같은 작업을 진행하였다. 첫째, 이 글은 멜바 커디-킨의 용어를 활용하여 ‘듣는 주체’를 ‘청진자’로, ‘청진자’가 듣는 소리를 ‘소리원천’으로, ‘청진자’가 소리를 듣는다는 의미를 강조하기 위해 ‘청진화’와 ‘청진화하다’라는 용어를 정립하였다. 둘째, 이 글은 머레이 쉐이퍼의 ‘사운드스케이프’와 ‘사운드스케이프 디자인’ 개념을 참조하여 수사적 상황의 특성을 이해하였다. ‘사운드스케이프’는 소리와 그 소리를 지각하는 사람들의 관계망을 하나의 풍경으로 파악하는 개념이다. 쉐이퍼는 현대인들이 잃어버린 청력을 회복하여 ‘이상적인 사운드스케이프’에서 소리와 조화롭게 살아갈 수 있게 하고자 ‘사운드스케이프 디자인’ 개념을 제시하였다. 이 글은 ‘사운드스케이프 디자인’ 개념을 활용하여, 청진자가 발성자와 소리로써 상호작용을 하면서 형성하는 ‘수사적 역장’을 이청준이 어떤 모습으로 디자인해가는지 규명하고자 노력했다. 이 디자인 작업을 밝히기 위한 전제조건으로 이 글은 먼저 ‘수사적 역장’을 ‘청각적 장’으로 규정한 뒤, 이 장을 작동시키는 힘의 조건들을 돈 아이디의 개념을 원용하여 살펴보았다. ‘청각적 장’을 이루는 소리의 포위성과 방향성이 공존하면서 발생시키는 힘이 청진자를 에워싸고 또한 청진자가 소리의 방향성을 지각하도록 한다. ‘청각적 장’에서 청진자는 자신이 원하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려는 지향성을 가진 존재로, 소리가 발생시키는 두 힘을 이용하여 이 장을 변화시켜간다. 청진자의 지향성이란 ‘청각적 장’에 함께 속한 발성자에게도 소리의 에워싸임의 힘을 함께 지각하게 하려는 그의 내적 움직임이다. 이청준 소설에서 이 지향성은 발성자의 처지와 그의 내면을 함께 청진화하여, 그것을 청진자의 마음으로 품으려는 의지력으로 나타났다. 그래서 이청준 소설에서 소리에 대한 청진자의 지향성은, 발성자가 속한 풍경을 받아들여 청진자의 마음에 ‘소리풍경’이라는 미적 형상을 형성시키는 힘으로 작용할 수 있었다. 다음으로 이글은 이청준 소설에 나타난 ‘소리풍경’의 변화 양상을 체계적으로 밝히려고 노력하였다. 소설의 분석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이 글은 하트의 수사적 상황을 참조하여, 소리 매체를 중심으로 청진자가 청진화 국면을 발생시킬 수 있게 하는 수사적 조건을 상정하였다. 그 조건은 청진자에게 육체성을 부여하는 것이다. 청진자가 서사적 행위를 이끌어가는 육체적인 존재로 독자에게 상상되어야만, 독자는 청진자의 몸의 수행성이 청진자의 마음에 보이지 않는 ‘심적 풍경’을 새기는 것을 허용하여 받아들일 수 있다. 따라서 이 조건이 만족 될 경우, 청진자는 청진화의 과정에서 ‘개별적 신체’에서 다른 신체와 소통하며 소리로서 발성자와 함께 ‘에워싸임’을 지각할 수 있는 ‘일반적 신체’를 가진 주체가 될 수 있다. 이 글은 청진자가 어떤 소리원천을 청진화하는가, 즉 청진자의 소리원천에 대한 지향성에 따라 어떤 ‘소리풍경’이 그의 내면에 새겨지는가를 고려하여 본론의 Ⅱ장은 단성적 청진화, Ⅲ장은 다성적 청진화로 각각 유형화하였다. Ⅱ장에서는 이청준 소설들에서의 소리원천들을 ‘청각적 장’에서 청진자에게 ‘들리는 소리’, ‘청각적 장’에서 청진자가 ‘들으려는 소리’로 나누었다. ‘들리는 소리’는 청진자에게 ‘원치 않는 소리’로, 청진자는 이 소리원천을 청진화하면서 자신이 속한 ‘청각적 장’을 축소해가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들으려는 소리’는 청진자가 ‘원하는 소리’로, 청진자는 그 소리를 청진화하기 위해 발성자를 향해 나아가려는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Ⅲ장에서의 소리원천들은 청진자들이 지각하는 소리뿐만 아니라 상상하는 소리이다. 청진자들은 이 소리원천을 다양한 방식으로 청진화하면서 ‘청각적 장’을 확대해 나갔다. 청진자들은 발성자의 소리를 공간성과 시간성의 측면에서 상상하였고, 발성자의 내면의 소리, 기억의 소리, 무의식의 소리까지 상상적으로 청진화하면서 발성자와 거리를 좁혀가고자 노력했다. 그리고 청진자들은 신화적 청진화를 통해 발성자가 되는 초월적 체험을 하기도 했다. 따라서 다성적 청진화 과정에서는 지각적 방식과 상상적 방식의 이중구조 속에서 청진자의 복합적인 청진화가 이루어졌다. Ⅱ장과 Ⅲ장에서 청진자들은 소리원천의 수동적인 수신자의 모습에서 다양한 소리원천을 복합적인 방식으로 청진화하려는 적극적인 모습으로 변해갔다. 따라서 청진자들은 청진화의 과정에서 발성자가 되는 체험을 통해 발성자를 온전히 끌어안으며 자기 자신을 변화시키는 윤리적인 주체로 거듭났다. 이상으로 이 글은 청진자와 발성자를 잇는 ‘소리풍경’의 연구를 통해 소리의 수사학의 궁극적 모습이 타자의 수사학이며, 듣기의 수사학임을 증명하고자 했다. 이청준 소설에서 발성자는 낯설고 아픈 타자이다. 이청준은 ‘청각적 장’에 발성자가 도래하기 전에 청진자를 존재하게 하여 청진자의 존재함 그 자체에 청진화의 당위성을 부여했다. 그래서 청진자는 기다림의 윤리로 발성자의 낯섦을 인정하며, 그의 소리에 강렬하고 집중된 주의력을 쏟을 수 있었다. 즉 이청준은 청진자가 발성자의 소리에 대한 주관적 공감이 아니라 ‘청진하다’라는 구체적 행동을 통해 발성자에게 다가가도록 하여, 청진자를 ‘듣기’의 사건에 참여하는 강한 윤리적 주체가 되도록 하였다. 더 나아가 이청준은 청진화의 윤리가 청진자의 내면의 소리에 대한 청진화로 귀결되도록 하였다. 그래서 이청준은 청진자의 마음에 몇 겹으로 새겨진 ‘소리풍경’이 궁극적으로 그 자신을 변화시켜가는 힘으로 작용할 수 있게 하였다. 그러므로 청진자와 소리의 관계 맺기를 타자 간의 관계 맺기에서 자신과의 관계 맺기로 확대해 나가려는 이청준의 작업은, 소리의 유기적 힘을 통해 타자의 고통을 끌어안아 자기화하려는 문학적 실천행위가 된다. 결론적으로 이 글은 이청준이 이상적인 ‘소리풍경’을 소설에서 디자인하기 위해서 ‘듣는 주체’인 청진자를 요청하고 있으며, 청진자는 자신과 타자의 경계를 무화시켜서 자신이 적극적으로 타자가 되고자 하는 실천적인 소설 주체임을 주장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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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s article aims to reveal that Lee Cheong-jun has established metaphorical rhetoric of ‘sound’ in his novel by employing dynamic power of sound in order to respond literarily to conflicts between individuals and groups. Lee Cheong-jun has made meaning of narrative from character’s auditory experience, noting the relationship between sound and its listener in his novel. The article seeks to uncover the ideal ‘soundscape’: Lee Cheong-jun has designed in his novel with “sound,” by identifying rhetorical method that the changing perception and attitude of the person in the process of listening which is related to writer’s consciousness. To this end, the article examined the reason why sound is important in Lee Chung-jun’s novel and the conditions under which sound can be studied rhetorically, and established a concrete methodology to explain Chung-jun’s novel theory as the rhetoric of sound. For Lee Cheong-jun, sound is conveyed to the listener’s mind without any ideas. The Signified of sound is determined both subjective and simultaneous from outside the listener according to the interaction between the speaker and within the listener as well as conceptual and customary form within the listener. So, sound has the metaphorical power to persuade listeners as the effect of sound, it is used as a novel language to narrow the gap between the Signifier and Signified for Lee Cheong-jun. The article assumes that Lee Cheong-jun set up the narrative subject as ‘listening subject’ to build an aesthetic model that can shape the effects of sound, and that the reasons are written below. ‘listening subject’ is an active player who leads the rhetorical situation in Lee Cheong-jun’s novel. ‘listening subject’ leads the dynamics of sound and makes the dramatic situation an event in the narrative present. This dramatic event as an ‘constructive event’ combines with other events to form an epic structure. In the process, ‘listening subject’ is portrayed as a person who has a dynamic character by adjusting his situation. Next, this article intends to proceed with the following works in order to define the concepts necessary to analyze the process of ‘listening subject’ performing ‘audiory’ and the rhetorical situation in which his hearing experience is performed in the narrative level. First, this article uses the terminology of Melba Cuddy-Keane to establish the terms ‘listening subject’ as ‘auscultator’, ‘auscultator’ as ‘source’, and ‘auscultation’ and ‘auscultize’ to emphasize meaning that ‘auscultator’ is listening. Second, the article refers to Murray Schafer’s concept of ‘soundscape’ and ‘soundscape design’ to understand the characteristics of the rhetorical situation. ‘Soundscape’ is a concept that identifies the network of sound and people who perceive it in a single view. Schaefer presents the concept of ‘soundscape design’ to create an ideal soundscape that allows people to recover their lost hearing and harmonize with sound. The article uses the concept of ‘soundscape design’ to identify how Lee Cheong-jun design the ‘rhetorical force field’ that a auscultator creates by interacting with a speaker. Preconditioned for revealing this design work, this article first defines the “rhetorical force field” as the ‘auditory field’ and then looks at forceful conditions which actuate this chapter by employing Don Ihde’s concept. The forces generated by the co-existence of the surroundability and directionality of the sound that constitute the “auditory field” surrounds the auscultator and also allows the auscultator to perceive direction of the sound. Auscultator is a being who has an intentionality to listen to the sound he wants, and by utilizing two forces which produces change the ‘auditory field’. This intentionality is also the inner movement of auscultator to perceive the power of enclosing sound even to speaker, which is also part of the ‘auditory field.’ This intentionality shows that auscultator is in the position of speaker and his will to enshrine his inner self in the mind of auscultator. Thus, in Lee Cheong-jun’s novel, the auscultator’s intentionality to sound can be served as a force to change conditions of the ‘auditory field’ and shape the aesthetic shape of ‘soundscape’ in his mind. In other words, when Shaffer’s ‘soundscape’ refers to outer landscape in which the characters belong, ‘Soundscape’ in Lee Cheong-jun’s novel refers to the ‘psychological scape’ in which he himself inserts himself in the mind of auscultator. And then, the eagle this study tries to systematically reveal the changing patterns of ‘soundscape’ in Lee Cheong-jun’s novel. Drawing upon the analytical criteria for the novel, this article refers to Hart’s rhetorical situation, and find out the rhetorical conditions that causes auscultator around the sound media to develop a phase of auscultation. Only when auscultator is imagined to the reader as a physical being the reader can accept that the performance of auscultator’s body extends to the perception of the perception and engrave a ‘psychological scape’ that is invisible to his mind. Therefore, in the process of auscultation, auscultator becomes a practical entity with a ‘general body’ that communicates with other bodies in the ‘individual body’ that is embraced by epic conditions, which is able to perceive ‘encirclement’ with speaker as a sound. Considering what source auscultator auscultizes, i.e. which ‘soundscape’ is engraved on his inner surface according to his intentionality to the source of auscultator, chapter II of the main theory is shaped into a monophonic auscultation and Chapter III into a polyphonic auscultation. Chapter II examines the aspects of auscultator’s auscultation by dividing the sound into ‘audible sounds’ and ‘listening sounds’ from ‘auditory field’. This source is divided by the movement of auscultator. ‘Audible sound’ is an ‘unwanted sound’ to auscultator and auscultator is moving to reduce the ‘auditory field’ as it auscultizes the sound. Chapter III deals with sound of the sound source as well as sound of auscultator being late. Auscultator evolves the sound in a complex way, expanding the "auditory field”. Chapter III also deals with the sounds that auscultator perceives and imagines. Auscultator imagines the sounds of speaker as ‘rumbling’ and ‘wailing’, furthermore, auscultator narrows the distance from speaker by imagining inner sound of speaker, sound of memory and even the sound of unconsciousness. And auscultator also has a transcendent experience of becoming speaker through mythical auscultation. Thus, in the polyphonic auscultation, the auditory experience of auscultator is achieved in dual structure of perceptual and imaginative. In the process of chapters II and III, auscultator changes from passive to active to auscultize various sounds. Auscultator auscultizes the possibility of self-recovery, while closing or opening the ‘auditory field’, pointing toward the type in self-isolation appearance. Through his efforts to experience or restore the soundscape by enlarging or transcending the ‘auditory field’, auscultator is reborn as an ethical subject that changes itself by embracing speaker through his own experiences as a speaker in the mythical auscultation. This is to reveal that Lee Cheong-jun has been using the literary language ‘sound’ to embody his literary framework in the aesthetic form of ‘soundscape’. This article plans a study of the ‘soundscape’ linking the suscultator with the speaker, proving that the ultimate aspect of Lee Cheong-jun’s rhetoric is the rhetoric of the Other and the rhetoric of the listening. In Lee Cheong-jun’s novel, the speaker is a ‘sick character’ and a strange the Other. The auscultator exists in the ‘auditory field’ and waits for the speaker. Auscultator already has been requested to auscultize the sound of the speaker in itself. In that sense, auscultator acknowledges the unfamiliarity of speaker with the ethics of waiting, and concentrate intense attention on speaker’s sound. That is, auscultator becomes a strong ethical subject in the case of ‘listening’ since auscultator approaches speaker through concrete actions of ‘auscultation’ rather than subjective sympathy for the sound. The ethics of auscultator ultimately lead to auscultator bringing the speaker’s sound into his relationship, resulting in his evolution toward oneself. So the ‘soundscapes’, which are engraved in the mind of speaker, ultimately serve as a force to change oneself. Therefore, this article shows that the work of auscultation, which stirs up the ‘soundscapes’, stems from the author’s consciousness to expand the relationship between auscultator and sound from the other(speaker) to the one with the other. This is the rhetoric of embracing the other’s suffering and self-portrait through the organic power of sound, and is the literary practice of author Lee Cheong-jun. The conclusion to be drawn here is that Lee Cheong-jun is asking for auscultator, the ‘listening subject’ to design the ideal ‘soundscape’ in his novel, auscultator is a practical subject who tries to reach inside himself by experiencing himself as a batter by smoothing the boundaries of himself and his players by using the power of sound, and that he is the ideal novelist who can realize ‘dream of a nov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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