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상세

신재효 판소리 사설의 직조 방식과 의식 지향 연구

A Study on the texture and consciousness of Shin Jae-hyo’s Pansori works

초록/요약

본 연구는 동리 신재효(桐里 申在孝, 1812-1884)가 개작한 판소리 사설 전체(총 6바탕 7작품)를 대상으로 사설 직조 방식을 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작가 신재효의 의식 지향을 탐색한 논의이다. 그동안 많은 양질의 연구가 축적됨에 따라, 신재효 사설에 다양하고 복합적인 의식과 지향이 내함되어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이제 학계의 공감대가 있게 되었다. 따라서 신재효 사설 속 상호 이질적인 가치들이 어떻게 관계를 맺고 있고 그 가운데 작가가 궁극적으로 추구한 것은 무엇인지, 또 사설에서 새롭게 실험한 것은 무엇인지 파고드는 것이 현 시점에서 요청되는 과제라고 판단하고 연구를 진행하였다. 신재효 사설은 서술자 또는 작자의 작중 개입이 이루어진 부분에서의 개작 내용과 그렇지 않은 부분에서의 개작 내용이 서로 무관하기도 하고 심지어 상충하기까지 한다는 점이 매우 중요한 특징이다. 이에 텍스트의 부분과 부분 그리고 부분과 전체의 관계를 살피는 ‘직조 방식’ 연구가 필수적이라고 보았다. 또한, 텍스트의 짜임새는 발신자의 의식세계와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다는 관점에서 사설의 직조 방식과 작가의 의식 지향을 적극적으로 연계시켜 이해하고자 했다. 여기서 ‘의식 지향’은 연구자가 사설 직조 방식을 통해 유추해본 것으로서, ‘의도’와는 구별되는 개념이다. 이 용어는 신재효가 자신도 모르게 추구했던 것까지 포괄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유용하기에 채택되었다. II장에서는 신재효 사설의 직조 방식을 크게 담화 구성, 인물 및 배경 구성, 사건 및 장면 구성의 세 층위에서 구체적으로 살폈다. 먼저 ‘담화 구성’의 층위에서는 인물에 대한 서술자의 거리 조정이 동화/비동화인물의 구분을 넘어 전방위적으로 이루어지고, 인물 발화에 종종 문맥상 이질적인 목소리가 돌출하며, 가사체 율격과 희곡적 담화 형식이 쓰이고 있음을 논했다. 다음으로, ‘인물 및 배경 구성’ 층위에서는 직접 규정과 간접 제시의 불일치를 통해 다차원적 인물을 형상화한 점, 대립하는 인물들 간에 상보적 관계를 조성한 점을 살펴보는 한편, 19세기 중후반의 동시대적 맥락을 작중 배경으로 적극 소환해 현실 진단을 하고 있음을 밝혔다. 마지막으로, ‘사건 및 장면 구성’ 층위에서는 특정한 위성 사건을 전경화함으로써 문제의식을 담아내는 통로로 활용한 점, 장면들 간의 유기적 관계 조성에 힘쓰면서도 이를 차단함으로써 진지한 문제제기, 비판의식을 얼마간 비틀고 있는 점에 대해 논했다. 이 장에서 다룬 사설 직조 방식상의 특징들은 신재효 사설에 투영된 작가의 의식 지향의 모습을 유추해보게 하는 중요한 지표들이 된다. 이에 III장에서는 II장에서 분석한 내용을 바탕으로 하여 신재효 사설에 나타난 작가의 의식 지향을 세 가지 측면에서 해석하였다. 먼저 신재효 사설은 서술자나 작자가 직접 ‘내세운 것’과 그 외 부분들에서 ‘보여준 것’ 사이에 불일치, 충돌, 모순이 존재하는 텍스트로, 이중 작가의 의식 지향의 진정한 방점은 후자에 놓여 있음을 주장했다. 그리고 이러한 현상을 작가의 운신의 폭을 제약한 당시 판소리 연행 환경상의 조건들, 그리고 신재효의 계층적·경제적 위치에서 비롯한 특수한 정체성 및 개인적 성향과의 관련 속에서 이해해보았다. 다음으로는 19세기 중후반 격변기 사회 속에서 신재효 사설 또한 갈등적 세계관을 보여준다는 점을 지적하고, 그 가운데 신재효의 의식 지향은 당시 새롭게 부상하던 민중적 사유(특히 동학)와 교향하는 입장에 서 있음을 밝혔다. 마지막으로는 신재효 사설이 훗날 등장하는 창극과 여성적 감수성을 반영한 여창(女唱)에의 상상력을 보유하고 있음을 밝히고, 전문 창자에 의한 판소리 연창뿐 아니라 다양한 향유 형태를 아우르려는 시도 또한 내포하고 있음을 논했다. 이를 통해 신재효에게 ‘실험가’로서의 위상도 부여해볼 수 있었다. 본 연구는 작품 표면에 강조되고 있는 것, 양적인 우위를 차지하는 것에 얽매이지 않고 사설 전체 짜임새를 살핌으로써 그간 덜 주목받았거나 미처 눈길이 미치지 못했던 신재효 사설의 특징과 가치를 발굴하는 데 주력해본 시도라는 데 의의가 있다. 특히, 사설에서 겉으로 표방한 것들이 당시 신재효가 처한 위치나 당면해 있던 중층적 요구들로 인해 택한 일종의 ‘페르조나’라고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은 본고가 제안하는 작가 의식 재해석의 핵심 내용이다. 신재효가 판소리 활동에 몰두한 19세기 중후반은 조선에 대내외적으로 극심한 사회 변화가 초래된 시기였다. 그리고 신재효 그 자신 역시 중인이자 향리, 부민으로서 서로 다른 정체성을 동시에 보유하고 있었고 때로 소속집단 내부에서도 소외의식을 경험하는 등 복잡다단한 내적 갈등을 경험한 인물이다. 그런 와중에도 그는 판소리 창자들의 지원자, 교육자를 자임하면서 당시 판소리의 연행 환경의 변화(특히 청중의 문제)에도 민첩하게 반응해야 했다. 이런 것들이 신재효가 사설 속에서 하고픈 말을 직접적이고 공개적인 방식보다 간접적이고 은근한 방식으로 하게 된 주요인이었으리라 생각되며, 기왕에 보고된 실제 신재효의 개인적 행적이나 성향은 이 점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판소리에서 ‘사설을 짠다’는 말이 문학과 음악을 결합시켜나가는 행위를 가리킨다는 점에서 본다면 본 연구는 음악적 측면을 다루지 못한 제한점이 있다. 또, 신재효 사설 전체를 대상으로 추출할 수 있는 직조 방식을 위주로 논의를 진행했기에 개별 작품론에 있어서는 논의가 많은 미진함을 안게 된 한계점이 있다. 보다 풍부한 동시대 이본 비교 검토와 후대 창본, 소설들과의 비교도 신재효 사설의 특성과 위상을 더욱 분명히하는 데 필요한 후속 과제들로 남겨두고 있다. 이러한 부족한 점들을 앞으로 지속적으로 보완해나가고자 한다.

more

초록/요약

This study aimed to analyze the texture of Shin Jae-hyo[申在孝, 1812-1884]’s Pansori works and explore the consciousness of the writer Shin Jae-hyo based on it. As many related researches have been accumulated, there is now a consensus among the academic community on the fact that Shin’s Pansori works contain diverse and complex consciousness and orientation. Thus, I found that it is a necessary task at this point to examine how various values in Shin’s works relate to each other and what the writer ultimately pursued among them and newly experimented with. In Shin’s works, there are some conflicts between the part where the narrator or author’s intervention has been made and the part where the intervention has not taken place. So this paper attempted texture analysis to investigate the relationship between part and part of the text, parts and the whole. Also, given that the texture of one text is closely related to the consciousness world of it’s sender, this study correlated the texture of Shin’s works with the writer’s consciousness. The procedure of this study is as follows. In Chapter II, the texture of Shin’s Pansori works was analyzed in three levels: discourse, characters/settings, and events/scenes. Firstly, at the level of ‘discourse’ I explained that the narrator’s distance adjustment to characters is made regardless of the sympathetic/non-sympathetic figures; heterogeneous voices are often inserted in the voice of characters; and the form of directions and give-and-take conversation are used in Shin’s works as in a drama. Secondly, at the level of ‘characters and settings’ it was discussed that Shin designed multi-dimensional figures by the inconsistencies of direct definition with indirect presentation; established a complementary relationship between opposing figures; and drew contemporary contexts of the mid-to-late 19th century in his works. Thirdly, at the level of ‘events and scenes’ I discovered that there are particular satellite events which include certain critical minds, and deviant scenes holding off on posing a problem are intentionally placed in Shin’s work in comparison with other passed down Pansori texts. The characteristics of the texture of Shin’s works discussed in this chapter are important indicators that enable us to infer the writer’s consciousness. In Chapter III, based on analysis results in Chapter II, the consciousness of writer Shin in his works was explored. In the first place, I argued that ‘what the narrator or author puts forward’ and ‘what is subtly shown’ in Shin’s texts are in a relationship of discordance, conflict or contradiction and true consciousness of the writer lies in the latter. This phenomenon was described in relation to the environment of Pansori performance in the 19th century; and Shin’s multiple identities and personal disposition of him. In the second place, I discussed that in the social upheaval of mid-to-late 19th century Shin exposed conflicting world views in his works; however, a careful reading of them revealed that his main consciousness was in favor of the emerging popular voices at that time, especially Donghak[東學]. In the third place, it was revealed that Shin’s works have an imagination about the future Changgeuk[唱劇] based on the division of roles, and Female Singing[女唱] reflecting the female sensibility; and encompass various ways of enjoyment of Pansori as well as performances by the professional Pansori singer. Shin can be said to have a status as an ‘experimenter’ in the history of Pansori in this regard. This paper is meaningful in that it discovered the characteristics and values of Shin Jae-hyo’s Pansori works, which have been unnoticed, by paying attention to the whole texture without being tied to the things that is being emphasized on the surface of texts. The core argument of this study is that what is emphasized outwardly in Shin’s works need to be regarded as a ‘Persona’ chosen by the writer, as he had to satisfy various demands and himself had multiple identities. It is also supported by Shin’s actual life and personal disposition that have been reported in recent studies. Given that ‘weaving Pansori texts’ refers to a practice of combining literary aspects with musical aspects, this paper has a limitation that did not analyze the aspect of music of Shin’s Pansori works. And since this research was conducted on the texture of the entire Pansori works of Shin, there is a lack of discussion of individual works. Comparisons with more other passed down Pansori texts are also a follow-up task needed to clarify the characteristics and status of Shin’s works. It is to be hoped that these deficiencies can be supplemented by future related researches.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