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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베르 카뮈(Albert Camus) 연극의 비극성 연구 : 『칼리굴라 Caligula』, 『오해 Le Malentendu』, 『정의의 사람들 Les Justes』을 중심으로

Les études sur le tragique dans le théâtre d'Albert Camus

초록/요약

본 연구는 알베르 카뮈의 희곡 작품인 『칼리굴라 Caligula』(1944), 『오해 Le Malentendu』(1944), 『정의의 사람들 Les Justes』(1949)를 중심으로 비극성(le tragique)이 어떻게 구현되었는지 고찰하는데 목적이 있다. 프랑스 문학에서 비극 장르의 위상은 예전과 달라졌지만 비극성의 개념은 여러 분야로 확대되고 재생산된다. 본고에서는 비극성의 개념을 살펴보는 과정에서 인간 중심의 사고로 전환되는 현상과 맞물려 비극성을 탄생시키는 여러 요소들을 찾아볼 수 있었다. 고대 비극에서는 ‘숙명(la fatalité)’이라는 이름으로, 17세기 비극에서는 ‘정념(passion)’, 이나 ‘도덕률(loi morale)’로 표현되는 인간을 둘러싼 내부적인, 혹은 외부적인 힘들이 작용한다. 이와 같이 다양한 이름과 형태를 가진 힘들이 인간의 의지에 영향을 주거나 반항적인 행동을 불러일으킬 때 비극의 이중성이 드러난다. 카뮈는 비극이 주목받았던 시기가 역사적, 사상적 혼란을 겪었던 시기와 중첩되었다는 분석으로부터 당대에 비극성이 재탄생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발견한다. 인물과 그를 억압하는 힘이 가지는 팽팽한 ‘균형’, 그리고 맹목과 열정에 사로잡혀 ‘한계’를 넘어설 때 균형이 파괴되는 과정이 바로 작가가 생각하는 비극적 상황이다. 카뮈의 작품 속 인물들이 처한 부조리하고 비극적 상황에서 고전 비극의 핵심 요소인 숙명(la fatalité)의 자리에 부조리(l’absurde)가 놓이게 된다. 이제 신과 인간의 대립이 아니라 개인과 개인, 사회와 개인, 역사와 인간의 문제로 비극성의 초점이 변화한다고 볼 수 있다. 이와 같이 카뮈에게 있어 비극성을 만들어 낼 가능성을 지닌 극단적 힘의 대립과 상호작용은 그의 작품에서 중요한 문제의식이다. 카뮈의 비극성에 접근하기 위해서 본론에서는 우선 희곡 작품 속 인물들의 내적, 외적 충돌을 중심으로 분석한다. 『칼리굴라』에서는 부조리한 인간의 조건에 절망하여 극단적 자유를 행사하는 칼리굴라를 중심으로 다른 인물들이 대립한다. 케소니아와 케레아, 스키피오는 서로 다른 측면에서 칼리굴라와 공감대를 형성하는 동시에 대립하면서 칼리굴라가 지닌 다면적인 특성을 드러내는 역할을 한다. 『오해』의 마르타 역시 인간의 부조리한 조건에 분노하고 살인이라는 수단으로 행복을 얻으려 하지만 죽음을 맞는 인물이다. 이 작품에서는 닿을 수 없는 행복을 위해 가면을 쓰지만 결국 그로 인해 영원히 행복을 잃어버리는 인물들을 통해 가면의 이중성을 확인할 수 있다. 『정의의 사람들』에서는 인물들이 겪는 충돌의 범위가 더욱 확대되어 개인과 역사의 대립으로 나타난다. 이 작품의 인물들은 하나의 가치를 대변하는 상징적인 존재가 되고, 이 모든 가치의 충돌은 비극성으로 연결된다. 두 번째로는 『칼리굴라』의 극중극, 『오해』의 언어와 침묵, 『정의의 사람들』의 고전적 요소와 같은 다양한 연극적 장치들을 살펴본다. 작가는 『칼리굴라』의 극중극을 통해 부조리에 반항하는 인간의 모습을 드러냄으로써 진실을 전달하는 수단으로 사용한다. 『오해』에서는 언어와 침묵의 요소가 비극성을 자아내기 위한 주요한 연극 장치로 사용되었다. 진실성이 결여된 언어는 인물들이 한계를 넘게 만들고 모두를 비극적 죽음으로 이끈다. 반면 늙은 하인의 침묵은 오해를 증폭시키고 사건을 비극적으로 전개하는 촉매제의 역할을 한다. 『정의의 사람들』에서는 고전 비극의 원칙들이 변형되는 과정을 살펴본다. 이와 같은 시도는 작가의 엄격한 사상과 고전 비극 미학이 결합되어 윤리와 미학의 혼융이라는 측면과 비극성의 효과를 높인다는 점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다. 작가가 그린 이상적인 비극성과 그에 부합하는 언어를 구현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존재했음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형태의 연극적 실험을 끊임없이 이어간 시도는 재평가되어야 할 부분이다. 인물이 가진 내면의 이중성부터 역사와 인류의 가치의 충돌에 이르기까지 넓은 스펙트럼을 보여주는 다양한 대립 구도는 작가가 당대의 비극성을 창출하기 위해 이루어낸 성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작가가 희곡에서 그려낸 이중적이면서도 모호한 인물들은 여전히 다양하게 재해석될 가능성을 보여준다. 또한, 카뮈는 이전 세기의 연극에서 영감을 얻고 다음 세대의 작가들에게 영향을 주는 연극적 가교로서의 역할도 수행한다. 이와 같은 분석을 통해 우리는 작가의 비극성에 대한 탐구가 비극적 세기에 연극을 통해 절망 대신 반항의 메세지를 전하려 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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