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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매매 집결지 폐쇄 과정에 나타난 ‘자활’ 담론 분석

초록/요약

본 연구는 성매매 집결지 폐쇄 과정에 나타난 자활담론의 변화과정과 사회적 효과를 분석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성매매 집결지 폐쇄 논의가 본격화되는 2004년부터 2019년 3월까지 성매매 집결지에 관한 국가정책의 담론, 성매매여성 자활에 대한 담론들이 어떤 어휘를 사용하여 어떻게 규정되고 있으며, 그 의미작용은 어떠한지, 이들 담론이 어떤 과정을 거쳐 변화되는지, 그리고 성매매여성 자활 담론이 사회 내 다른 거시적 담론들과 어떻게 접합되면서 주류 담론을 형성했으며, 그 결과 어떤 사회적 실천을 하게 되었는지를 연구하였다. 성매매는 용어만 놓고 보면 ‘사고파는’ 중립적인 행위이다. 그러나 성매매 관련 정책은 단순히 사고파는 자들의 문제를 다루는 것이 아니라 국가 지배 권력의 정치·경제적 관점, 불평등한 젠더관계를 필연적으로 반영한다. 그래서 성매매는 여성 전체, 사회 전체의 문제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한국 사회에서 성매매 집결지는 국가가 성매매 문제와 성매매 여성을 어떻게 위치 지어 왔는가를 보여주는 프리즘이자 상징이다. 국가의 성매매 관련 정책에 따라 성매매 여성에 대한 정책 역시 변동을 겪어왔다. 도덕주의 관점에서 ‘윤락녀’로 규정되어 정신개조와 선도정책의 대상이 되어왔고, 개발국가 시대에 경제적인 관점에서 국가의 외교와 경제발전을 위해 ‘특수업태부’로 규정되면서 경제를 책임지는 ‘직업여성’으로 요구되기도 하였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인권과 여성주의 관점에서 ‘피해자’로 정의되어 보호와 지원의 대상이 되었고, 자활정책의 ‘수혜자’가 되면서 성매매여성에 대한 지원정책의 성과를 증명해 내야 하는 ‘경제적 자활’이라는 임무가 주어지기도 하였다. 성매매 집결지 폐쇄 과정에 나타난 ‘자활’ 담론은 성매매 관련 정책의 변동에 따라 변화해 왔으며, 담론의 변화에 따라 정책변화 역시 견인해 왔음을 연구 결과 확인할 수 있었다. 먼저, 성매매 집결지가 여성의 인권을 착취하는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그간 유지 관리해 온 국가의 책임을 통감하고 성매매 피해자를 구조하고 지원해야 한다는 인권 보호 담론이 대두되었다. 즉 착취와 피해에서 벗어나기 위한 ‘탈업소’, ‘탈성매매’가 곧 ‘자활’로 인식되면서 ‘성매매 집결지 시범사업’이 추진되고, 탈성매매를 위한 긴급구조와 함께 생계비 지원 등이 시도되었다. 한편 성매매집결지 폐쇄를 위해 단속이 본격화되자 성매매 여성들의 생존권 보장 요구와 함께 ‘성노동’ 담론이 사회적으로 확산되었다. 이는 성매매 집결지 단속으로 인한 경제위기론과 풍선 효과를 내세우며 성매매방지 정책 실효성에 문제를 제기하는 담론과 접합하면서 언론 보도를 통해 크게 퍼지었다. 성매매여성의 인권을 보호하면서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은 성매매 집결지 자활지원 사업을 이끌었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성매매방지 정책의 실효성을 증명하고 성매매여성 지원에 대한 당위성을 설득해야 하는 부담을 가진 정부에서는 국가의 책임에 따른 ‘보상’이 아니라, ‘개인의 경제적 자활’을 강조하는 정책이 주를 이루게 된다. 집결지 폐쇄정책도 성매매여성 보호 정책도 모두 ‘경제적인 자활’을 향해 나아가게 되고, 주류 담론을 형성한다. 이러한 ‘자활’ 담론은 성매매 문제에 대한 국가책임과 성매매의 구조적인 문제는 드러내지 않은 채, 성매매 여성만 담론의 중심에 두는 효과를 낳기 때문에 ‘문제적’이다. 또한, 성매매여성의 ‘자발적 선택’의 결과에 따른 ‘개인 책임’이라는 신자유주의, 보수주의 이데올로기와 접합하면서 ‘자발적’ 성매매 여성에 대한 낙인과 혐오를 강화하는 담론이 주류를 형성하게 한다. 결국 ‘자활’ 담론은 성매매 여성에게 개인적인 책임과 경제성을 강조하는 이중의 억압을 가하게 된다. 이에 대한 대항 담론 역시 꾸준히 제기되는데, 성매매 여성은 사회 양극화와 불평등 시대에 따른 사회적 약자이며, 국가와 사회는 사회적 약자를 끊임없이 성매매 착취구조로 몰아가는 구조적인 문제에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또한, 성매매 여성이 성매매하지 않고 다른 삶을 선택할 권리를 보장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성매매 여성에 대한 사회적 기본권 담론이 주류 담론이 되기 위해서는 사회권 보호 확대라는 인권 담론, 보편적 복지정책과 결합하여 더 많은 공론의 장에서 논의될 필요가 있다. 성매매 집결지 폐쇄 과정에 나타난 ‘자활’ 담론분석을 통해「성매매방지법」 제정 이후 성매매와 성매매 여성에 대한 담론 변화가 가져온 의의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우선 성매매를 ‘성(性)’에서 ‘섹슈얼리티’, ‘젠더’, ‘여성들 간의 차이’로 이동시켰으며, ‘성매매 집결지’는 언제든지 성매매가 가능한 열린 공간에서 ‘사회적 배제’와 ‘사회정의’ 차원에서 바라봐야 하는 공간이 되었다. 이처럼 성매매집결지 폐쇄 과정에 나타난 ‘자활’ 담론은 「성매매방지법」과 「지자체 자활지원 조례」 제정을 거치면서 한국 사회에서 성매매 여성을 ‘정치적 아젠다’로 등장시키고, 성매매 문제해결에 있어 ‘여성 인권’에 대한 공공의 책임을 명확히 하는 데 이바지하였다. 이를 통해 성매매 집결지 문제가 더 국가의 성풍속과 성도덕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정의와 관련된 문제이며, 사회적 약자에 대한 자원의 재분배와 사회문화적 권리 획득이라는 소수자 관점으로 성매매 문제를 인식하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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