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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지로, 지금

Euljiro at the Present

초록/요약

“이곳에 가면 ‘탱크’도 만들 수 있다.” 괜한 우스개 소리가 아니었다. 청계천과 을지로 사이. 세운상가를 중심으로 양 옆에는 낡고 허름한 집들로 가득한 골목이 있다. 이 골목에는 한국 전쟁 이후부터 산업화 시대를 거쳐 약 70년 동안 자리를 지켜 온 철공소 장인들, 인쇄소, 공구 유통 상인들이 모여 있다. 이 거리에만 모여 있는 상점들만 3,720개다. 한국 전쟁 이후 형성 된 을지로 철공소 일대는 급격한 산업화 과정을 거치면서 도심 제조업의 대표로 자리를 잡았다. 오랜 시간이 흐른 만큼 많이 낡았고 때로는 흉해 보일 수도 있지만 을지로 일대 도심 제조업 생태계의 가치는 무시할 수 없다. 서로 협업 관계인 을지로 일대 철공소들은 다품종의 물건을 소량으로 제작할 수 있는 생태계를 구축해왔다. 다른 곳에 가면 일정 수량이 있어야 제작 가능한 물건도 이곳에 오면 단 하나라도 제작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는 과거 산업화 과정 속에서 신제품을 만들고 창업자들이 등장하는데 큰 역할을 톡톡히 했다. 4차 산업을 앞둔 지금도 도심 제조업 같은 2차 산업은 우리나라 산업의 기반으로 그 역할을 다하고 있다. 이런 을지로에 최근 거센 재개발 바람이 불어 닥쳤다. 서울시와 중구청은 세운상가축을 중심으로 을지로동과 입정동 일대 모두를 ‘세운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했다. 2018년 10월 세운 3-1구역을 시작으로 이 일대는 기존 산업 생태계와는 전혀 다른 아파트와 호텔로 변한다. 이처럼 서울시는 도심제조업과 을지로 일대의 산업 생태계 가치는 전혀 인정하지 않고 도시를 슬럼화 시키지 않겠다는 명목 아래 재개발 을 추진 중에 있다. 다행히 2019년 1월경 재개발 속도를 잠시 늦추는 이슈가 하나 나왔다. 최근 을지로가 젊은이들에게 복고풍이 인기를 끌면서 노포(오래 된 상점)를 지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졌다. 서울시는 부랴부랴 계획을 일시적으로 중단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을지 냉면 같은 노포 보존을 위해) 잠시 계획을 늦추라”는 시장의 말 한마디 때문이었다. 서울 사대문 안에는 역사적 가치가 많은 것들이 현재와 공존하고 있다. 이곳 을지로 일대 철공소 골목도 역사적 가치가 있는 곳 중 하나다. 당장은 아니지만 어쩌면 사라질지도 모르는 을지로 일대 현재 모습과 이곳을 터전으로 살아가는 각기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 내고, 을지로 청계천 산업 생태계 보존의 중요성을 보여주기 위해 이 다큐멘터리를 기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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