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상세

멀치아 엘리아데(Mircea Eliade, 1907-1986)의 일기와 자서전에 나타난 죽음인식과 불멸 연구 : 로버트 제이 리프톤(Robert Jay Lifton, 1926- )의 관점을 중심으로

초록/요약

본 논문은 죽음을 주제로 종교적 인간 멀치아 엘리아데를 고찰하는 것을 목적으로 했다. 또한 이를 토대로 엘리아데의 실존적 경험들이 그의 종교 연구에 어떻게 영향을 주고 있는지를 살펴보고자 했다. 이 문제의식에 답하기 위해 본 논문은 종교심리학의 죽음 논의 가운데 로버트 제이 리프톤의 관점을 끌어 왔다. 리프톤은 좁은 의미로써 생물학적 죽음과는 또 달리 인간이 삶 전체에서 경험하는 죽음에 ‘준하는’ 경험들에 관심했는데 이는 삶 속에서 다양한 원인에 의해 경험하게 되는 분리, 해체, 정지와 같이 심리적으로 경험되는 죽음들을 포함하는 것이었다. 그는 이와 같은 죽음 이해를 기초로 ‘형성화󰡑(formulation)라는 개념을 제시했는데 이는 인간이 죽음인식으로 인해 처절히 무너진 실존의 상태에서 자신과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세계의 공간과 시간을 새롭게 형태 지으며 자신을 일으켜가는 심리적 과정이었다. 즉, 죽음을 통해 경험하게 되는 실존의 유한성에 맞서 다시, 시간과 공간을 창조하여 ‘재생󰡑(再生)해 가는 과정이다. 또한 리프톤은 이 과정의 모습을 유형화하여 살펴봤는데 이것이 그가 제시한 불멸 형성을 위한 다섯 가지 유형이었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리프톤의 형성화와 불멸의 유형을 상기하며 엘리아데의 일기와 자서전에 나타난 죽음인식과 불멸 추구의 경험들을 고찰하였다. 연구 결과 엘리아데는 다양한 내용의 죽음인식을 겪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먼저 생물학적 죽음인식은 생애주기에 따라 살펴봤다. 첫째, 유년기 시절에는 마차를 타고 가다 협곡의 낭떨어지로 떨어질 뻔한 일이 있었고, 또 어느 날엔 근처 가게에 물건을 사러갔다가 갑작스러운 포탄의 폭격을 경험하게 된다. 둘째, 청소년기 엘리아데는 항해 사건을 통해 죽음인식을 갖게 되었고 셋째로, 장년 및 노년기에는 지독한 관절염으로 죽음인식을 경험하고 있었다. 엘리아데는 이와 함께 여러 원인으로 인한 사회적, 심리적 죽음인식들도 겪고 있었다. 첫째로 사랑하는 이들과의 이별을 통해 경험된 죽음인식들이 관찰되었는데 마이트레이(Maitreyi Devi)와의 숙명적 이별, 부인 니나(Nina)와의 사별, 친구 헤라스쿠(Nicolae I. Herescu)와의 사별 경험으로 인해 겪게 된 죽음인식들이었다. 둘째로는 가족의 상실, 조국과의 분리를 통해서 엘리아데는 심리적 죽음인식들을 경험하고 있었으며 셋째로 그는 생애 전체에 걸쳐 극심한 우울증을 경험하고 있었는데 이를 통해 강렬한 사회적 죽음인식을 대면하기도 했다. 이와 같은 경험들은 리프톤의 관점에서 보자면 심리적으로 분리되고 해체되고 정지되는 죽음에 준하는 경험들이었다. 한편 이와 같은 엘리아데의 다양한 죽음인식들은 그로 하여금 자신이 철저히 유한한 존재임을 인식하게 했다. 하지만 엘리아데는 리프톤의 주장처럼 죽음에 그저 순종하며 이끌려가지만은 않았다. 다양한 형태로 죽음불안을 극복하며 끊임없이 영원을 살아가고자 했는데, 바로 엘리아데의 형성화 과정이 일기와 자서전에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었다. 특히 리프톤이 제시했던 상징적 불멸의 다섯가지 유형을 고려하여 살펴봤을 때,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모습들은 창조적 불멸(creative immortality)과 ‘경험적 초월’(experiential transcendence)이었다. 일기, 소설, 학문적 글쓰기와 같은 다양한 영역의 글쓰기는 그에게 있어 죽음 불안을 넘어서기 위한 대표적인 창조 행위였다. 또한 이 글쓰기 작업은 때때로 경험적 초월의 과정으로 진화되기도 했는데 때때로 시간의 흐름을 의식하지 못하는 일종의 신비적 경험으로 엘리아데를 이끌기도 했다. 이와 함께 엘리아데는 요가 수행을 통해 경험적 초월을 형성하기도 했고, 때로는 성적 사랑을 매개로 죽음불안을 초월해 나가기도 했으며 지나 간 과거를 실제와 같이 상상하며 극복해 가기도 했다. 이와 같이 그는 다양한 모습의 경험적 초월을 통해 자신의 유한성을 극복하며 불멸을 향하고자 했던 것이다. 또 한편 엘리아데는 종교전통이 제공하는 형식에 기대어 죽음인식을 초월해 가고자 몸부림치기도 했다. 특히 그리스도교 전통에서 제시하는 성경 읽기, 기도의 행위들을 통해 이를 시도하고 있었고 신과 사후세계를 긍정하면서 한없이 유한한 실존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한 의미를 찾아내고자 했다. 엘리아데는 자연적 불멸의 형태도 추구하고 있었는데 그가 마이트레이와 이별한 후 히말라야의 자연을 찾아 들어간 일, 자연을 찾아 여행을 떠나던 경험들, 고국 루마니아 땅을 항상 동경하며 지내는 일들이 이에 해당하는 것들이었다. 반면 엘리아데의 생물학적 불멸 추구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니나와의 사별을 통한 죽음인식 이후 자녀를 갖지 못한 것에 대한 자책하고 후회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즉, 생물학적 불멸을 이뤄내길 희망하지만, 이미 그럴 수 없는 상황이 나타나고 있었다. 다음으로 이와 같은 엘리아데의 실존적 경험들이 그의 종교 연구에는 어떤 영향을 주며 나타나고 있는지도 증명해 보았다. 엘리아데의 『종교형태론』, 『영원회귀의 신화』, 『성과 속』을 중심으로 분석해 본 결과 5개의 용어들이 관련성이 큰 것으로 고찰되었다. 『종교형태론』에서는 ‘시간의 재생’(regenerating time), ‘세속적 시간의 폐기’(destroy profane time)라는 용어를 찾을 수 있었고 『영원회귀의 신화』에서는 ‘새로운 창조’(new creation, re-created), ‘재생’(return to life)이라는 용어를, 『성과 속』에서는 ‘영원한 회귀’(eternal return)라는 용어를 발견하였다. 이상의 용어들은 엘리아데가 종교현상을 설명함에 있어, 인간 실존이 그 자신의 유한성을 초월하여 불멸을 추구해 가고자 하는 현상들을 해석해 갈 때 자주 사용되는 것이었다. 즉, 이 용어들이 보여주고 있고 설명하려는 것은 결국 죽음이라는 유한성을 넘어 다시 살고, 불멸을 추구하고자 하는 것으로 이는 엘리아데 자신이 실존의 삶에 있어서 처절한 죽음인식으로 유한성을 경험했고 나아가 이를 끊임없이 초월해 나가며 영원히 살아가고자 했던 경험들과 동일한 맥락을 보여주고 있었다. 또한 이 개념들은 리프톤의 관점으로 보자면 형성화 과정 속에서 함께 이해될 수 있는 것들이기도 했다. 이와 같은 내용들을 확인해 볼 때, 엘리아데의 실존적 경험들이 그의 종교 연구에 중요한 통찰들을 제시하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주장할 수 있었다. 다시 말해 엘리아데가 자신의 죽음인식 경험들을 통해 뼈저리게 느꼈던 실존의 유한성과 이를 극복해 내고자 했던 몸짓들이 그가 종교현상을 바라보며 종교 이론들을 고찰했을 때 영향을 주었다고 이해되었다.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