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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유대인 박물관과 트랜스내셔널한 기억 : 한국인 방명록을 중심으로

Jewish Museum Berlin and Transnational Memory: Focused on Visitor Book Writings of Korean

초록/요약

‘기억의 터’로서 박물관은 과거를 기억하는 한 방법을 보여준다. 그런데 박물관에는 큐레이터가 제시하는 공식 기억과 더불어 방문객이 여러 주체와 상호작용하며 재구성한 일상 기억도 공존한다. 방문객은 큐레이터가 의도한대로만 전시를 받아들이진 않는다. 각 방문객은 전시를 저마다 다르게 경험하고, 참여하며, 기억한다. 이 경우의 수는 무궁무진하며, 그 과정에서 방문객은 과거에 대한 기억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강화하거나 발전시키기도 한다. 그렇기에 그들이 박물관에서 전시를 보며 과거를 어떻게 다시 기억하고자 하였는지 밝힐 필요가 있다. 그 한 사례로 본 논문은 베를린 유대인 박물관을 방문한 한국인이 나치 독일과 일본 제국의 폭력, 그리고 이 과거를 마주하는 방식에 대한 일상 기억을 어떻게 재구성하였는지 드러낸다. 유대인 박물관에서 주요 주제로 다루고 있는 홀로코스트는 유럽에선 시민교육을 위한 ‘코스모폴리탄 기억’의 토대로서 널리 기억되고 있지만, 한국인에게는 상대적으로 생소하다. 한국인 방문객이 이 낯선 역사를 박물관이라는 공간에서 기억하는 방법을 알아보기 위해 본고에서는 방명록을 중심으로 살펴본다. 방명록은 과거의 기억을 간직하고 있는 기념관이나 박물관에 특화된 매체로서, 방문객은 여기에 자신의 흔적을 남기는 동시에 자기만의 방식으로 전시를, 그리고 과거를 다시 기억한다. 이 과정에서 방문객은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자신의 생각을 적는다. 방명록으로 한국인 방문객의 기억 구성을 추적하기 위해 본 연구에서는 화용론과 담론 분석의 방법을 사용한다. 한국인들은 과거사에 관해 방명록을 쓰며 크게 세 가지 담론 전략을 이용하였다. 첫째, 방문객은 글에서 상상된 독자를 정하는 ‘수신자 정향성 설정’을 통해 스스로를 특정 방식으로 정체화하는 동시에, 전쟁 범죄를 반성해야 하는 독일과 일본을 같은 논리 구조 속에 병치함으로써 각각이 갖는 역사적 맥락을 탈각시켰다. 둘째, 유명한 경구나 박물관 내의 특정 문구를 반복하는 ‘재-인용하기’로 해당 담론을 강조하였다. 셋째, 특정 단어만 외국어로 바꾸는 ‘코드 전환’을 사용하여 그 단어를 부각하는 동시에, 한국어를 읽을 수 없는 독자와의 소통을 시도하였다. 이 세 전략은 결과적으로 한국인 방문객의 집단 기억을 강화했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앞서 각 방문객은 저마다 고유한 방식으로 과거를 기억한다고 했지만, 이 사례는 오히려 그들이 기억을 민족주의적으로 집단화하는 경향이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인 방문객은 유대인의 기억을 그러한 목적에 맞게 전유하였다. 이러한 현상을 바탕으로 하여 본 연구는 트랜스내셔널한 공간에서의 기억이 때로는 더 민족주의적일 수 있음을 드러낸다. 그러한 경향은 집단적 글쓰기 실천과 더불어, 그것을 추동하는 다른 방문객의 시선에 영향을 받은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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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요약

Museums, as “sites of memory,” exhibit historical memories that are tailored by curators. In addition to represent the viewpoint of curators, museums are places in which visitors interact with such agents to reconstruct their memories on past events. Nonetheless, there are no such concurrent group of visitors compared to the cases of museum builders. Each visitor experiences, participates, and remembers exhibitions in a different way. This being so, there lies a significance in revealing how museum visitors reconstruct their way of remembering the past as they experience exhibitions. As a case of this research, the paper exposes how Koreans who visited Jewish Museum Berlin reconstruct their vernacular memories regarding the violence of Nazi Germany, Imperial Japan and their ways of “coming to terms with these pasts.” Holocaust, which is one of the main themes in the Jewish Museum and considered as a main contribution to the “cosmopolitan memory” for civic education in Europe, is relatively less familiar to Koreans. Thus, it is the focal point of this paper to illustrate how they understood and remembered this unacquainted historical memory when they are located in the very museum space. To do so, visitor books can shed light on the understanding of their memory formation as a situated media specialized to the museum. Leaving their remarks on the visitor book, they re-remember the exhibition and the past in their own way in accordance with the content they wrote. The study utilizes pragmatics and discourse analysis in tracing memory formations of Korean visitors. Three discourse strategies set standards on analyzing writings of Korean visitors on “coming to terms with the past.” By “establishing addressivity,” setting up expected readers, they identified themselves in a specific way and also made it easier to juxtapose Germany and Japan by decontextualizing their historical contexts, as countries responsible for their pasts in the very same vein. By “re-citing” catch-phrases or inspiring words from the exhibition, visitors made an emphasis on the text. By “code-switching” certain words into a foreign language, visitors highlighted such words and also tried to communicate with non-Korean visitors. These strategies in common had an effect on strengthening collective memory eventually. It has been already discussed that each visitor has his or her own way of remembering the past, but they happened to collectivize the memory in a nationalistic way. For that purpose, they appropriated Jewish memory by translating it correspondingly to their own goal. This case shows us that sometimes memories in transnational space could be more national. Such tendency is underpinned by collective writing practices and gazes from other visito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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