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상세

韓과 漢의 사(차)이 : 遼東을 수복하는 역사지도를 통해 고려시대를 상상하기

초록/요약

이 연구는 서로 다른 두 시기에 작성된 역사지도 분석을 통해, 주권 공간을 드러내고 확인하는 지도 미디어의 수행적 힘을 비판하기 위한 목적을 갖는다. 역사지도는 눈에 보이지 않는 과거를 ‘지금 여기’에 존재할 수 있게 하고, 그를 통해 특정한 방식으로 역사를 인식하도록 유도한다. 특히 최근 동아시아에서 역사를 둘러싼 갈등이 심화하 면서 학생들에게 역사 교육을 올바르게 해야 한다는 주장은 한국 사회에서 손쉽게 설 득력을 얻는다. 역사지도는 이 교육 과정에 개입해 학생들이 특정한 역사적 이미지를 형성할 수 있게 해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과서 혹은 교과용 도서에 수록된 역사 지도에 관심을 준 연구는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일부 선행 연구가 발견되기는 했으 나, 문제는 존재론과 인식론에서 민족주의를 벗어나지 못하는 학자들이 수행하였기 때문에, 역사지도가 재현하고 확장하는 국토, 영유권, 주권 따위의 양태를 비판적으로 사유하지 못하는 한계를 보였다. 따라서 지도라는 ‘사건’이 가지는 의미에 대해서도 대체로 맹목으로 일관했다. 본 연구는 우선 선행 문헌 검토를 통해 이 점을 지적하려 고 한다. 역사지도를 분석한 선행 연구자들이 민족주의적 역사 서술을 경계해야 한다 는 결론을 도출했지만, 그들 스스로 민족을 초시간적 실재로 전제하는 인식에 바탕을 두고 있어 자체 모순에 빠지고 말았다. 그렇기 때문에 역사적 사실을 얼마나 사실 그 대로 정확하게 재현하는지가 관건이 아니라, 그 재현을 수행하는 지도 자체로 눈을 돌려야 함을 주장할 것이다. 지도의 수행성(performativity)은 두 가지 이론을 통해 입증할 수 있다. 첫 번째는 쏭차이 위니차쿨이 제출한 ‘지리적 신체(Geo-body)’라는 개념이다. 이 개념을 통하면 왜 특정 공간이 ‘우리나라’ 지도에서 이탈하면 그토록 격 렬한 사회적 반응을 일으키는지 이해할 수 있다. 두 번째는 와카바야시 미키오(若林幹 夫)의 ‘전역적 공간’과 ‘국소적 공간’이라는 개념이다. 이를 통해 전역적 공간이 국소 적 공간의 단순 집합이 아니며, 오히려 새롭게 제작되어 덧입혀진 공간에 가까움을 확인하게 될 것이다. 즉, 우리가 지도에서 마주하는 광범위한 공간, 특히 한반도와 요 동(遼東)이 합해져 형성하는 ‘우리나라’의 과거는 실존적 체험의 반영이 아니라 어디 선가 만들어져 보충된 상상 작업의 결과이다. 이런 인식론 위에 설 때 비로소 역사지 도의 재현을 비판적으로 분석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연구는 조선총독부 보통학교국사 교과서에 실린 고려시대 지도와, 대한민국 한국 사 교과서, 그리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력사 교과서의 고려시대 지도를 비교 분 석한다. 굳이 고려시대를 대상으로 삼는 이유는, 이 시기가 한민족이 요동을 상실하고 한반도로 축소된 시기로 알려져 있으며, 따라서 어떻게 재현하고 서술하는지에 따라 타율성을 내세울 수도, 자주성을 주장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오늘 현재도 이른 바 한민족이 실효 지배하는 한반도와 달리, 요동은 중화인민공화국이 영유하고 있어 민족주의적 역사 갈등이 손쉽게 분출할 수 있고, 실제로 분출했던 곳이기 때문이다. 질적내용분석(qualitative content analysis)방법을 이용해 지도의 구성과 표현, 연계된 텍스트의 내용을 살펴본 결과, 보통학교국사 교과서의 지도는 고려가 상실한 요동 땅 에 대한 어떠한 재현도 하지 않았으며 일관되게 고려시대를 이민족(거란, 여진 등)의 속국으로 전락한 시기로 평가하고 있었다. 반면, 대한민국 검정출판사에서 편찬한 교 과서의 지도는 강동6주, 동북9성, 쌍성총관부 등 역사적 사건을 통한 고려의 북진(北 進)과 영토 수복을 강조하고 있었다. 한편,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교과서는 고려 시대를 민족주의적으로 해석하는데 훨씬 적극적이었다. 거란과의 전쟁을 매우 상세히 소개하는 지도를 수록했으며, 대한민국 교과서에 실리지 않은 요동 원정 관련 지도를 수록하여 고구려 옛 땅을 되찾으려는 한민족의 의지를 표현했다. 결국 대한민국과 조 선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비슷한 역사인식을 지도에 구현했다고 할 수 있다. 고려 시대 지도는 본래 우리 땅이었던 요동을 되찾기 위해 분투한 민족의 자주적 면모를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였다. 비록 고구려나 발해의 영토를 모두 수복하지는 못했지만, 한 때 대동강 이남까지 쪼그라들었던 고려 초기와 비교해 크게 확장된 고려 후기의 영토를 확인하고, 그를 지리적 신체로 안전하게 포섭하며 고려시대의 서사를 마무리 하였다. 이 연구는 기존 문헌이 잘 다루지 않았던 교과서 역사지도가 선/면의 분리/포섭을 통 해 상상된 공동체를 만들어내는 사건이며, 이는 국사의 존재론과 인식론에 그대로 수 용되어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자 노력하였다. 따라서 국사의 논리에 의해 한국사 또는 중국사의 일부로 배타적으로 귀속되는 요동을 경계, 변경, 사이, 차이의 공간으로 보 도록 촉구한 의미가 있다. 그러나 갈등의 한 주체인 중화인민공화국의 교과서를 분석 하지 못한 점은 치명적이다. 한편 텍스트 분석에만 집중해, 지도를 실제로 작성한 행 위 주체에 대한 분석이 빠져 있다는 비판 역시 피하기 어렵다. 지도가 작성된 당시의 사회적 국면과 지도 텍스트가 어떻게 연동하고 있는지 밀도 있게 분석하지 못한 것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more

초록/요약

The Paper examines three history textbooks, which have been used as basic educational materials by the Japanese Government-general of Korea, the Republic of Korea, and the 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 However, the point is not written text itself, but maps drawn within the books. The maps enable people to recognize an unseen past right here, so they perceive the recognized past in a specific way. Many former researchers didn’t focus on this mechanism. While they did examine the maps within the Korean history textbooks, they often regarded them as just an instrument to promote students’ learning. As a result, there could be found only some ‘fact-checks’ over the description of the maps. The goal of this paper starts from the very this point: it will not try to verity the historical facts on the maps, but will attempt to see the maps as media, which is itself a message. This point of view would allow us to approach more radically how a national narrative is selected, expressed, and guaranteed through the media, and is finally constructed as a national history. Two concepts will be introduced in the paper. One is called the “Global-level space”; the other is the “Geo-body”. With the former one, Readers can understand how a widespread space which was supplemented into an individual space afterwards has been perceived as a more original, and ‘a priori’ space of a nation. With the latter, it is possible to get a clue to why people respond so fiercely, whether it was a mistake or not, to a missing point in a map which has been believed as the nation’s own territory. the map visualizes, and at the same time confirms and guarantees the original place and appearance of a nation. So, here’s how the map as message works: first it shows us ‘our country’ through the Global-level representation, and it goes further, combining the notion of national geography with that of one’s own body, to touch off strong social feedbacks when a particular territory in the map seems to be threatened by foreign powers. The paper will target more particularly the cartographic representation of the Manchuria, which had also been known as “Lia Dong”. the Korean national history has traditionally declared the region as its own territory, especially for the Kingdom of Goguryo, even as the Korean nation is known to have lost the region since the 10th century to foreign nations, today, the People’s Republic of China. To analyze how the maps in the textbooks written after the liberation of the Korean peninsula tried to overcome this dilemma through the narrative of the Kingdom of Goryo is the key goal of this paper. the maps will be looked through by the qualitative content analysis, which is a useful method to extract specific messages from the samples.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