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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방송 저널리즘 장의 구조 변동과 JTBC의 전략적 실천 : 저널리즘 장 이론에 대한 비판적 고찰을 기반으로

초록/요약

본 연구는 2016-2017년 종합편성방송 JTBC(제이티비씨)의 부상을 한국 방송 저널리즘 장의 구조 변동과 행위자의 전략적 실천이 조우하며 발생한 사회문화적 현상으로 해석해보려는 시도이다. 출범 초기, JTBC(제이티비씨)는 한국 사회의 기득권을 대변하는 언론의 일환이라는 인상을 강하게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2014년 세월호 참사, 2016년 국정농단 사태와 촛불집회, 2017년 탄핵과 정치권력의 변화와 같은 국면을 거치며 JTBC는 한국 사회에서 가장 신뢰받는 언론으로 자리매김 하였다. 이 과정에서 JTBC는 출범 초기부터 여타 종편과 차별적인 행보를 보이며 다양한 전략적 실천들을 행했다. 그러므로 JTBC의 부상은 매체 내적 요인에 의한 혁신이라 평가할 수도 없으며 사회 변동이라는 외적 요인에 의한 현상이라 단정 지을 수도 없다. 이에 본 연구는 JTBC라는 매체가 출범 이후 보여준 독특한 행보와 원인을 사회적 조건들과 함께 고찰해보았다. 이 논문은 부르디외의 후학들에 의해 구체화된 저널리즘 장 이론에 대한 비판적 독해를 통해 JTBC의 전략적 실천이 추동될 수 있었던 사회적 맥락과 행위자의 특수성을 탐구한다. 부르디외의 인식론에 기반해 있는 저널리즘 장 이론은 저널리즘과 관련된 사회의 다양한 권력 관계를 총체적인 차원에서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특히 저널리즘 장 이론은 구조와 행위의 이분법에서 벗어나 행위자의 실천과 장의 구조적 변동을 함께 설명할 수 있다. 따라서 저널리즘 장을 둘러싼 사회의 권력 구성을 정치 장, 경제 장, 시민사회 장으로 설정하고 JTBC의 행보를 추적해보았다. 분석은 2012년 두 차례의 선거 국면, 2013년 박근혜 정부 출범 초기, 2014년 세월호 참사 국면, 2016년 국정농단 사태로 시기를 나누어 진행하였다. JTBC가 출현한 2010년은 미디어법 개정 이후 방송에 대한 정치 권력의 개입과 경제적 차원의 영향력이 강하게 작용하던 시기에 해당한다. 매체들 간의 경쟁이 강조되었고 방송과 시민사회는 법과 제도를 통해 통제되었다. 박근혜 정부 집권 이후에는 사회적 소통마저 부재한 상태에 이르렀고 언론은 적극적으로 정치권력을 옹호하거나 소극적 자세로 일관했다. 지상파 방송이 마비된 상태에서 종편은 2012년 선거 국면을 거치며 보수적 정파성을 전면에 내세우며 노골적으로 시청률을 올리는 방식을 택했다. 종편 도입 이후 한국의 방송 저널리즘 장의 편향성은 더욱 심화되어갔고 언론에 대한 시민사회의 불신은 더욱 악화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JTBC는 2013년을 기점으로 개국 초기 드라마와 교양 프로그램 중심의 편성을 중단하고 뉴스와 시사보도 프로그램을 대폭 확대하며 시청률 확보를 위한 대대적인 내부적 개혁을 시작했다. 진보적 성향의 저널리스트들과 방송인들을 대거 영입하며 젊은 시청자들을 겨냥한 프로그램들도 제작했다. 뉴스와 시사보도 프로그램들은 기존의 한국 방송의 획일적인 보도 포맷에서 탈피한 심층적 보도에 적합한 형태로 변했다. JTBC의 이러한 전략적 실천은 소폭의 시청률 상승을 이끌었고 서서히 사회적 주목을 얻기 시작했다. 이후 2014년 세월호 참사와 2016년 국정농단 사태에서 JTBC의 보도가 실제적인 사회변화와 시민사회의 정치 참여에 핵심적 역할을 수행하게 되면서 시청률 상승과 신뢰도 모두를 확보하게 된다. JTBC의 독특한 행보는 사회적 조건에 의해 추동된 측면도 있으나 JTBC의 내적 성향체계에 의해 발현된 점도 간과할 수 없다. JTBC가 뿌리내리고 있는 중앙 미디어 그룹은 오랫동안 시장주의와 제일주의를 추구하며 공격적 인사영입과 내부적 혁신을 강조하는 기업식 조직 운영 방식을 내재화하고 있다. 특히 2000년대부터는 한국 언론의 라이벌에 해당하는 조선과 동아와 거리를 두면서도 글로벌 미디어 기업으로의 성장을 염원해왔기에, 중앙은 종편 출범 이후 JTBC를 중심으로 조직을 재정비하고자 하는 욕망이 누구보다 강했다. 결과적으로 본 연구는 JTBC의 부상이라는 사회적 현상을 방송 저널리즘 장의 구조 변동의 상황 속에서 JTBC의 전략적 실천이 맞물리며 확보된 한국 사회의 저널리즘적 성과임을 검토하였다. 이를 통해 저널리즘의 본연의 가치를 지키는 것이 다양한 형태의 경제 자본, 문화 자본 나아가 상징 자본을 확보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식임을 상기시켰다는 점에서 JTBC의 전략적 실천의 사례가 가지는 사회적 의미를 발견하였다. 끝으로 본 연구는 저널리즘 장을 정치적, 경제적 권력 관계에 의해 영향을 받으면서도 시민사회의 요구와 호응을 통해 민주주의 실현 가능성의 공간으로 기능할 수 있음을 총체적으로 검토하였다는 점에서 의의를 지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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