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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노숭의 정치적 입장과 산문세계

초록/요약

이 논문은 심노숭(沈魯崇) 산문에 재현된 담론 분석을 통해, 작가의 정치인식이 형성된 연원과 그로부터 발생한 문학의 다양한 문면들의 특징을 검토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심노숭의 󰡔효전산고󰡕(孝田散稿)와 󰡔남천일록󰡕(南遷日錄)은 노론계(老論系) 시파(時派)로서의 한 지식인이 작가로의 소임을 찾는 행보를 산출해낸다. 해당 텍스트는 심노숭이 문학으로써 자신이 조우한 시대를 구명ㆍ재구하고자 노력한 작가적 역량의 소산이다. 심노숭의 문학에서는 작품 간 이질적 성격이 발견된다. 심노숭은 정치권력에 염증을 느끼면서도 한편으로는 편승하고자 하는 동시적 욕구를 가지며, 이 경계를 넘나드는 인물이다. 따라서 그의 문학에서 ‘정치성’은 중요한 화두이자 자아가 분열하는 양상이 되는 원인이며 그 결과물이 작품 내 상호 길항하고 있다. 심노숭은 영정조대(英正祖代)를 거치며 전개된 시벽논쟁의 중심에서 부친 심낙수(沈樂洙)의 정치관에 따라 당파적 정체성을 갖는다. 따라서 정치적 이해관계로부터 자양하게 된 작가의 면모를 분석하는 예비적 논의는 심노숭의 문학이 배태된 시원을 살피는 준거 지점이다. 그런데 부친의 당론과 그로부터 견지된 심노숭의 당파적 입장은 현실 정치에의 참여 유무로 인해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심노숭의 산문에서는 당쟁을 경유하면서 국익을 저해하면서까지 당익을 추구하려는 노론 벽파에 대한 부정적 인식들이 확인된다. 심노숭은 노론 벽파가 주도하는 집권 세력 하에서, 타락하는 지배 엘리트의 모습을 비판하고 권력이 집중됨에 따라 발발하는 문제점을 진단한다. 따라서 일종의 편향된 정치적 사고가 심노숭의 작품에 나타나지만, 동시에 심노숭의 당파적 입장에서 견지되는 사회 비판의식은 지배계급으로서의 직분과 역할에 대한 객관적 통찰로 이어진다. 심노숭은 권력과 야합되는 지식인 내부의 문제점을 진단하면서 나름의 자구책과 해결을 도모하기도 하나, 종내 노론이라는 출신의 계위를 벗어던지지는 못한다. 그러나 심노숭이 갖던 사회 비판적 관점은 당파적 입지의 열세에 따라 위축되는 데, 특히 유배를 겪는 과정에서 심화된다. 곧 사회와 단절된 유배지에서 심노숭은 불안감과 소외감 등을 겪게 되고, 이 위기의식을 극복하고자 가족적 연대로 침잠하는 글쓰기에 몰입하게 된다. 현실에서 겪는 자아의 불안감이나 기대감은 꿈으로 현상화되고, 심노숭에게 꿈은 현실 투영의 매개체가 된다. 이 꿈은 심노숭의 내면 응시로만 침잠되는 듯하지만 자신이 견지하고 있는 정치적 입장과 연결되고 있다. 그러므로 심노숭의 산문세계에서는 자칫 정치성과 전혀 관련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 문학 작품에서도 그러한 글쓰기가 작가의 사회인식이나 태도와 유리된 채 작동한 것이 아니었음을 분석 확인할 수 있다. 정치 격랑에 의해 주어진 유배와 그 사색 시간은 종내 심노숭이 갖던 사회에 대한 관점을 문학적 기술 방식으로 치환 시키는 계기가 되었으며, 그는 스스로에게 지식인로서의 소임을 부여한다. 그리하여 심노숭이 현실구현의 문학을 추구하면서, 재야의 인물상에 주목하고 그들에게 우호적 입장을 취하는 이유 등이 그의 정치적 소신과의 유기적 관계 속에서 재배열된다. 심노숭의 인물전에서 해당 인물이 어떻게 문학적으로 형상화되는가를 살펴보는 과정에서 그 의의와 자장 안의 한계점들을 아울러 진단한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종내 심노숭 산문은 당파적 정체성에 부합하면서도 그것을 초월해서 공정하려고 하는 면이 공존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으며, 이러한 제면모는 작가 심노숭을 이해하는 중요한 축이 된다. 심노숭은 당쟁을 거치며 사고의 유동성을 갖게 되고, 지식인의 존재가 의의를 가질 수 있는 길은 공적인 기록의 구현이라 여기고 인물서사와 야사적 글쓰기에 주력한다. 따라서 심노숭은 객관적인 사실을 담지하려 하지만 종내 자신이 입지한 재야 정치적 시야로 사회를 조망하기 때문에, 그의 문학 체계는 단일하거나 정태적으로 나타나지 않았다는 데에서 또 다른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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