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승 연작시의 불연속성 연구 : 「반성」 시편을 중심으로
The study on discontinuity of Kim young-seung's serial poems: Focused on 「Banseong」 poetry
- 주제(키워드) 김영승 , 콩테 , 반성 , 연작시 , 무한한 연작 , 불연속성 , 불연속적 세계 인식 , 열린 작품 , 열린 형식
- 발행기관 서강대학교 일반대학원
- 지도교수 우찬제
- 발행년도 2018
- 학위수여년월 2018. 2
- 학위명 석사
- 학과 및 전공 일반대학원 국어국문학과
- 실제URI http://www.dcollection.net/handler/sogang/000000063057
- 본문언어 한국어
- 저작권 서강대학교 논문은 저작권보호를 받습니다.
초록/요약
본고의 목적은 김영승의 「반성」 시편에서 드러나는 형식과 수사의 불연속적 특징을 살펴봄으로써 「반성」 시편이 연작으로서 지니는 고유의 형식과 개별 시편의 수사 전략이 포스트모던 시대에 드러나는 불연속적 세계 인식에 기반한 것임을 밝히는 데 있다. 각각의 시에 매겨진 번호가 순차적으로 진행되지 않고, 개별 시편이 드러내는 장면 또한 불연속적으로 이어지는 「반성」 시편은 독자로 하여금 연작시 전체를 이루는 구조가 불연속적이고 불규칙적이며, 불확정적이라는 인상을 받게 한다. 본고는 연작시의 형식을 유한한 연작 형식과 무한한 연작 형식으로 분류한 Joseph M. Conte의 논의를 기반으로 하여, 이 중 무한한 연작 형식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유한한 연작 형식은 내·외부의 연속적 진행을 전제로 한다. 따라서 연작을 이루는 시들은 일정한 시작과 종결 지점을 지니고 시간성, 인과성 띤 채 선형적으로 진행되며, 각각의 시들은 유기적으로 연결됨으로써 구심적으로 통합되는 전체적 의미를 지니게 된다. 반면 무한한 연작 형식은 연작을 이루는 시편에 특정한 시작과 종결 지점이 존재하지 않은 채 전체적 관계망 속에서 끊임없이 위치가 변화한다. 따라서 연작을 이루는 시들 사이에 시간적, 인과적 연결은 존재하지 않으며, 각각의 시들은 유기적으로 연결된 전체적 의미가 아니라 각자가 개별적으로 지니는 의미를 원심적으로 발산한다. 이처럼 무한한 연작 형식의 시들이 지니는 유동성과 원심적으로 발산되는 개별적 의미는 새로운 의미를 지닌 시편이 추가되거나 탈락될 수 있는 가능성을 만들어냄으로써 외형적 경계를 허물고 열린 형식으로 시편이 기능하도록 만든다. 에코가 제시한 열린 예술작품의 시적 변용에 해당하는 무한한 연작은 현대 과학에 의해 발견된 인식 불가능적 요소와 불연속성을 드러내고 있는 현대적 인식에 기반한 창작물이다. 특정한 형식을 통한 창작의 기저에는 세계에 대한 시인의 인식이 있어야 한다. 따라서 본고는 이러한 세계 인식을 연속적 세계 인식과 불연속적 세계 인식으로 분류하고, 유한한 연작은 연속적 세계 인식에, 무한한 연작은 불연속적 세계 인식에 기반한 것으로 구분하였다. 연속적 세계 인식은 역사의 흐름에 의해 퇴적된 전통적 방식을 존중하고 이를 따르고자 노력한다. 반면 불연속적 세계 인식은 과거의 전통보다는 당대의 과학과 문화적 현상을 반영함으로써 과거의 전통에 부합하지 않는 동시대의 현실을 보다 적극적으로 드러내고자 한다. 따라서 현대 과학과 문화의 특성에 기반한 무한한 연작 형식은 불연속적 세계 인식을 기반으로 하는 형식으로 볼 수 있다. 이에 본고의 Ⅱ장에서는 1절을 통해 제목에 매겨진 번호와 시집 안에서의 배치가 일치하여 외형적 연속성을 띠는 시편을, 2절을 통해 번호와 배치가 일치하지 않는 시편을 각각 대상으로 삼아 텍스트 사이의 관계에서 드러나는 내·외부적 불연속성을 탐구함으로써 연작으로서의 「반성」 시편에서 드러나는 무한한 연작의 특징에 대해 분석하였다. 번호와 배치가 일치하여 외형적 연속성을 띠는 시편에는 「반성 782」부터 「반성786」까지의 시편이 있다. 이 다섯 편의 시는 한 권의 시집이라는 물리적 위치 안에서 번호가 순차적으로 이어지며 인접하게 배치된 시편이다. 더불어 이 시편은 「반성」 시편이 수록된 두 권의 시집을 통틀어 번호가 가장 길게 이어지는 사례에 해당한다. 그러나 이 다섯 편의 시는 번호와 배치에 있어서 선형적이라는 외적인 연속성만을 보일 뿐, 각 시편이 드러내는 장면은 독립적으로 진행되어 시편간의 내적인 인과관계를 찾을 수 없다. 따라서 각각의 시편이 지니는 의미는 상호간의 상관관계가 없이 독립적으로 진행되며, 그 안에서 내적 인과관계를 찾으려는 시도는 끊임없이 실패하게 된다. 번호와 배치가 일치하지 않는 시편에는 「반성 787」과 「반성 788」, 그리고 「반성 70」, 「반성 71」, 「반성 72」가 있다. 이 중 「반성 787」과 「반성788」은 시집 안에서의 배치가 인접해 있지 않으면서 역순으로 배치되어 있는 특징을 지니고 있으며, 더불어 1절을 통해 살펴본 시편들과 번호상의 연속성을 지니고 있으나 배치는 연속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는 특징 또한 함께 지니고 있는 시편이다. 한편 「반성 71」과 「반성 72」는 배치가 인접해 있으나 역순으로 되어있는 특징을 지니고 있으며, 「반성 70」은 시집 『반성』이 아닌 『車에 실려가는 車』에 수록되어 있어 번호의 선형성에도 불구하고 물리적, 시간적 불일치를 보인다. 이러한 외형적 불연속성에 더해 내적 인과 또한 찾아볼 수 없다. 따라서 이 두 묶음의 시편은 외형적 불연속성과 더불어 내적 불연속성을 함께 지니게 된다. 이에 더해 「반성 786」과 「반성 70」은 각각 시편의 탈락과 추가에 대한 물리적 증거로 작용한다. 「반성 786」은 1997년 개정판에서 탈락되고 「반성 844」로 대체됨으로써 782에서 788까지 이어지는 한 묶음의 시편을 단절시키는 효과를 가져온다. 한편 「반성 70」은 후속시집 『車에 실려가는 車』에 수록됨으로써 번호 순서와 연대적 순서간의 불일치를 가져오게 된다. 이러한 시편의 탈락과 대체, 그리고 시편의 추가는 유기적 형식과 통합적 인식을 드러내기 위해서라면 이루어질 수 없는 사건이며, 설령 시편에 변화가 생긴다 하더라도 시편간의 유기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변화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개정판을 통해 대체된 새로운 시의 번호는 오히려 시편을 연속적인 것으로 인식하도록 돕기 보다는 이를 단절시키고 있다. 이와 같은 형식의 선택은 시인의 세계 인식에 의한 산물이기 때문에 연작 형식에서 드러나는 불연속적 특징은 개별 시편의 층위에서도 동일하게 드러나야 할 것이다. 이에 본고의 Ⅲ장에서는 텍스트에서 드러나는 형식·수사·소재적 측면을 분석함으로써 「반성」 시편이 지니는 불연속적 특징을 개별 시편의 층위에서 살펴보았다. 우선 시적 전략을 통해 드러나는 텍스트 층위의 불연속성의 기저에는 세계 인식 층위의 불연속성이 있어야 한다. 이에 본고의 Ⅲ장 1절에서는 시인의 등단작이자 「반성」 시편의 시론격의 시인 「반성·序」를 통해 시인의 불연속적 세계 인식을 살펴보았다. 시인은 시집 『반성』에 각각의 시를 배치하는 과정에서 가장 앞에 「반성·序」를 배치한다. 「반성·序」는 130편의 시 중 유일하게 번호가 없이 ‘序’라는 한자가 붙어있는데, 그간 시인이 시의 번호와 배치를 통해 시편의 불연속성을 적극적으로 드러내어 왔음을 상기해볼 때, 「반성·序」의 존재는 시인이 자신의 시에 대한 최소한의 참조점을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반성·序」는 현대 사회를 상징하는 듯 보이는 다양한 시적 대상을 통해 자아와 세계의 불확정적인 관계, 전체로서의 인식에 의해 개체성을 상실하는 <나>들에 대해 드러내고 있는 「반성·序」는 획일화된 중심 원리가 지배하는 세계 속에서 개체적 자유와 존엄성을 회복하기 위한 화자의 태도를 드러내는 것으로 볼 수 있다. Ⅲ장 2절에서는 「반성 844」와 「반성 810」, 「반성 784」를 통해 개별 텍스트 내부에서 일어나는 불연속적 장면 진행을 통한 형식적 불연속성과 금기시 되어왔던 성적 이미지를 전면에 드러내어 전통에 의한 금기를 해체하려는 과정을 살펴보았다. 「반성 844」와 「반성 810」은 외부 세계와 화자의 내면 사이에서 불연속적으로 전환되는 장면 진행이 드러난다. 특히 불연속적 장면 진행은 다시 초반부의 장면으로 회귀하지 않은 채 끝을 맺는다는 점에서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완전한 단절을 드러낸다. 더불어 이 두 편의 시는 성행위를 소재로 전면에 내세워 시를 진행함으로써 성적 대상물에 대한 금기를 해체하고자 하는 특징을 보인다. 이와 같은 성적 이미지는 여성의 신체 부위에 가격을 매기는 화자의 욕망이 드러나는 「반성 784」를 통해서도 살펴볼 수 있다. 이처럼 성적 이미지를 전면에 드러내어 전통에 의한 금기를 해체하고자 하는 태도는 세계에 대한 불연속적 인식에 기반할 때에 실천 가능한 태도이다. Ⅲ장 3절에서는 「반성 167」과 「반성 563」등 다섯 편의 시를 통해 언어와 지시 대상의 결합 관계, 그리고 종교적 대상이 지닌 신성성을 해체하려는 과정을 살펴보았다. 이는 역사에 의해 퇴적된 전통적 인식을 전복하려는 인식에 기반하고 있다는 점에서 앞선 절에서 보았던 성에 대한 금기를 해체하려는 태도와 상통하는 특징이다. 「반성 167」과 「반성 588」은 단어와 지시 대상의 결합을 해체하려는 태도가 드러나는 시편이다. 특히 「반성 167」의 마지막에서 ‘그건 똑같은 말이다’라고 말하며 오류가 있는 발화와 오류가 없는 발화 사이의 차이를 부정하는 화자의 모습과, 언어와 의미에 대한 물음을 반복하는 「반성 588」의 마지막이 ‘너의 언어’로 귀결된다는 점은 ‘개체적 자유와 존엄성’을 탐구하여 '인간과 인간의 완벽한 관계해소'를 추구하는 「반성·序」의 태도와 상통한다. 한편 「반성 517」과 「반성 699」는 각각 예수와 부처를 소재로 삼아 이들의 언술과 행위를 세속적인 모습으로 그려냄으로써, 「반성 563」은 화자와 종교적 신앙의 대상, 여성의 성기를 지칭하는 단어와 주술성을 지닌 종교 용어를 병치시킴으로써 종교적 인물과 단어가 지닌 신성함을 해체하려는 태도가 드러난다. 역사와 전통에 의해 대상에 부여된 확정적인 의미를 붕괴하고자 하는 이러한 자세는 앞서 드러났던 금기를 전복하려는 시도와 상통하는 인식을 드러내며, 이는 세계와 시인이 맺는 관계적 측면의 불연속적 특징을 드러내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Ⅲ장 4절에서는 「반성 743」과 「반성 764」를 통해 같은 대상을 보더라도 상반된 인식을 드러내는 시적 대상에 대한 불연속적 인식에 대해 살펴보았다. 「반성 743」과 「반성 764」는 ‘집=잠수함’이라는 인식이 동일하게 드러나는 시편이다. 그러나 「반성 743」에서 화자는 집에 위치한 선풍기를 잠수함의 스크류로 비유하며 가전제품인 선풍기를 화자 자신보다 높은 위치로 격상시키는 반면 「반성 764」의 화자는 함장이라는 직함을 부여받아 ‘함장’으로 호명되고, 화자 스스로도 명령조의 언술을 드러내기도 한다. 이처럼 잠수함으로 비유되는 집이라는 동일한 공간에서 화자가 보이는 상반된 태도는 대상의 공통된 부분보다는 차이점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연작시를 이루는 화자의 인식적 측면에서 불연속성을 가져온다. 더불어 「반성 764」에서는 출처를 확정할 수 없는 다양한 목소리가 불규칙적으로 드러나며 연 구분, 문장부호의 결여는 목소리의 주체에 대한 확정적인 해석을 방해한다. 이처럼 다성적 울림에 의한 불확정성과 이를 강화하는 연의 배치는 통합적 의미를 이루지 않는 현대 과학의 불확정적 세계를 드러내고 있으며, 이는 확정적 의미를 해체하고자 하는 불연속적 세계 인식이 드러나는 지점으로 볼 수 있다. 본고는 김영승의 「반성」 시편의 형식·수사·소재를 통해 드러나는 불연속적 특징에 대한 논의를 진행, 시편을 통해 제시하고자 하는 시인의 세계 인식을 살펴봄으로써 단작, 혹은 유기적 연작의 관점에서는 발견할 수 없었던 「반성」 시편의 특징을 새로운 시각으로 탐구하고자 하였다. 「반성」시편은 연작으로서의 형식, 개별 텍스트 내의 형식과 수사전략 등 다양한 층위에서 불연속적 특징을 드러내고 있으며, 이는 시인의 불연속적 세계 인식에 기반한다. 같은 제목과 번호로 인해 연작임을 인식할 수 있음에도 그 안에 수록된 각각의 시가 지니는 의미에 내적 인과관계가 없는 경우 시편은 각자가 지니는 의미를 독립적으로 발산하게 되며, 이러한 내적 경계의 부재는 시편이 탈락되거나 추가될 수 있는 가능성을 만들어내고 외적 경계를 허물어뜨림으로써 열린 형식이 된다. 따라서 연작을 이루는 각각의 시편을 구심적 통합을 위한 요소로 인식하기보다는 독립적인 개체로 인식하고 그 관계적 측면을 살펴보는 이러한 접근 방식이 연작시 형식에 대한 또 다른 해석의 가능성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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