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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옥(李鈺) 산문의 보여주기 담화방식과 지향의식

The showing discourse and the oriented-consciousness in Lee-Ok’s prose

초록/요약

이 글은 문무자(文無子) 이옥(李鈺, 1760-1815)의 산문에서 시각성이나 장면성이 현저하게 드러나는 보여주기 담화방식에 주목하여 이로부터 작가의 지향의식을 고찰하고자 한다. 이는 이옥 산문의 문체적 특질을 흥미추구나 유희성으로만 바라보는 기존 선행연구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작가의 의식 세계까지 세밀하게 살펴볼 필요성이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것이다. ‘보여주기, 제시showing’ 는 원래 ‘설명telling’ 과는 달리 사건이나 대화를 직접 보여 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종래에 이해되어온 이 같은 개념을 변형, 확장하여 서술자의 직접적 관찰에 의해 시각성이 전면화되는 묘사 부분도 보여주기 담화로 보고자 하였다. 물론 이옥 산문의 전부가 보여주기 담화 방식을 취하는 것은 아니지만 장르를 막론하고 그 이전 시대의 산문이나 같은 시대 소품문에 비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음이 주목된다. 그런데 이러한 표현 방식의 국면들이 의사소통을 전제하고 있을 가능성을 배제한 채 왜 그것들이 발화되고 있는지, 왜 그런 식으로 조직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이해는 기존 연구에서 부족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에 본고는 이옥의 산문을 ‘소품체’ 혹은 ‘소품문’으로 보는 기존 시각에서 물러나 반복적으로 사용되는 문체의 내적 형식과 외적 맥락을 함께 아우르는 담화의 관점으로 연구를 진행하고자 한다. 본고의 연구 내용을 간략히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Ⅱ장에서는 보여주기 담화방식을 언어 표층적 차원에서 살펴본 후 작가의 지향의식을 초점화할 수 있도록 하였다. Ⅱ-1장에서는 풍속 세태와 관련된 보여주기 담화방식이 시점을 복합적으로 구성하면서 문제적 사회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은밀히 노출시키고 있음을 살펴본다. Ⅱ-2장에서는 대상 지각의 보여주기 담화방식을 결속구조와 결속성을 중심으로 살펴가며 ‘서민적 개체’, ‘군집’, ‘물질’, ‘변화’에 관심을 두고 있음을 살펴본다. Ⅱ-3장에서는 인물 형상화의 보여주기 담화방식을 타인형상과 자기 형상으로 나누어 고찰하고 이를 통해 인간의 내면적 가치와 자질에 경도되고 있음을 살핀다. Ⅱ-4장에서는 일상 체험의 보여주기 담화방식을 시간적 계기의 과정묘사와 문답묘사로 나누어 체험을 전경화시키고 효용적 지식의 체계적 구성을 중시하는 의식을 살펴본다. Ⅲ장에서는 앞의 논의가 보편성을 획득할 수 있도록 하는데 주안점을 두었다. Ⅱ장 보여주기 담화방식에 내재한 사고들이 해당 하위항 뿐 아니라 이옥 산문에 복합적이고, 중층적으로 연루되어 있음을 살펴보려 한 것이다. 이를 각각 문제적 세태에 대한 은밀한 비판, 서민적 감각과 세속 지향, 내적 가치와 내면세계의 추구, 현장적 체험 및 효용적 지식의 추구의 측면에서 논의한다. 논의 과정에서 이옥의 전기적 삶과 당대 문화적, 사상적, 사회적, 역사적인 상황들도 함께 고려, 작가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를 도모하고자 했다. 본고의 작업은 다음과 같은 의의를 가진다. 첫째, 이옥 산문의 보여주기 담화 분석을 통해 작가의 지향의식을 검토하는 작업은 텍스트 내부와 외부를 함께 고려하여 문학을 문학 속에 갇히게 하지 않고 문학과 작가, 사회의 유기적 조망을 보여줄 것이라 생각된다. 둘째, 언어 형식에서 사유를 검토하는 작업은 기존 한문학에서 쓰이지 않았던 방법이다. 즉, 어휘적 차원의 연구를 수사적 특징에만 고착시켰던 것이다. 형식과 내용, 작가의 의도성을 분리시키지 않는 본고의 연구 방법은 이옥의 독특한 문체가 단순히 유희적인 특성만으로 바라볼 수 없는 지점이 있음을 분명히 해 줄 것이다. 이는 이옥 문학에 대한 균형 있는 시각의 토대가 되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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