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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유사』의 불국토 세계관에 대한 기호학적 연구

A Semiotic Inquiry on The Bulgukto World View of 『Samguk Yusa』

초록/요약

이 연구는 『삼국유사』의 불국토 세계관과 초월적 기호작용에 대하여, 퍼스의 기호학 및 프래그머티즘을 활용해 구체적으로 분석한다. 그 분석으로 불국토 세계 속의 불국토 환경을 구성하는 데에 활용되는 해석 습관을 밝혔다. 그리고 불국토 환경 속에서 ‘탐구 공동체’와 ‘성스러움의 사이버네틱스’가 적절히 운영되기 위해 필요한 해석 습관들을 밝혔다. 기존 논의에서는 어떤 해석습관을 유도할 수 있는 설화들을 배제하거나 파편적으로 다룬 것들이 많았다. 하나의 텍스트로서 총괄하여 사유체계와 해석습관들을 구체적이고 복합적으로 설명하는 가추법적인 시도가 충분하지 못했던 것이다. 또한 구체적으로 드러나는 불국토 세계의 기호들과 기호작용을 언급하거나 분석하지 않고, 모호하거나 단순하거나, 간략하게 불국토 사상을 언급하고 지나가는 경우가 많았다. 본고는 그 각각의 설화들이 불국토 환경을 만들고, 적용하고, 전파하려는 서술의 체계 속에서 기능하고 있음을 주장했다. 그리고 기호학에 관련해서는 텍스트에 대한 풍부한 퍼스 기호학적 해석을 제공하고, 그 해석의 유용성이나 가능성을 검토하였다. 또한 프래그머티즘이라는 사상 체계를 활용하여 불교적인 사유에 대해 유의미한 시사점을 제공할 수 있음을 보였다. ‘기호작용의 소강상태’라는 지향점을 가진 실천적 사상과 탐구 공동체로서, 『삼국유사』 속에 나타난 불교 사상과 승려들의 공동체를 이해할 수 있다. 2장에서는 초월적 기호작용의 원리와 생성체계를 논의했다. 초월적 기호작용의 개념을 통해, 기존 논의들에서 구체적으로 다루어지지 못했던 초월적이고, 초자연적이고. 기이하고, 불가능하며, 신성하다고 여겨지는 것들에 대하여 기호학적인 설명을 제공할 수 있었다. 이와 관련해서 『삼국유사』에서는 신성성과 매개적 주술성의 기호학적 원리가 중요하게 나타나고 있음을 포착했다. 신성성의 개념은 모호하지만, 어떤 대상이 신성하게 되기까지의 사유나, 신성한 것에 대한 사유는 그렇게 모호하지 않다. 본고는 많은 설화에서 신뢰의 상호-증폭과 의심의 배제가 나타났다는 것을 파악했다. 그리고 특정한 대상들이 『삼국유사』의 기호계 속에서 존재성이 증폭되어 나타나는 것도 확인했다. 기호들의 연결성의 왜곡이나 증폭들은 기호학적 원리에 의하여 조정될 수 있다. 그리고 ‘기호작용의 유도’는 치밀하게 설계될 수 있다. 그리고 주술적 사고는 불가능한 기호의 연결을 하는 것을 가능하게 한다. 그런데 기존의 주술성 개념은 『삼국유사』 속에 나타난 매개체를 활용한 초월적 존재와의 커뮤니케이션을 분석하기에 부적절했다. 그래서 본고는 매개적 주술성 개념을 제시했다. 기호학적인 대행자는 커뮤니케이션 속에서 매개체의 가치를 증폭시킬 수 있다. 이때 그것이 과도한 경우에 매개체가 매개적 주술성을 얻으며, 그것을 기반으로 불가능한 매개가 가능해진다. 이러한 매개적 주술성이 불국토 환경, 풍류도, 샤머니즘 등의 초월적인 커뮤니케이션 환경에서의 각종 기호들을 읽어내는 중요한 개념이 될 수 있다. 이 신성성과 매개적 주술성은 기호 증폭 체계에 의해 생성이 유도되며, 혹은 이미 그것을 믿는 사람의 서술 속에서 체계적으로 드러나게 된다. 그것들의 핵심에는 초월적 기호작용의 메커니즘이 작동하고 있다. 3장에서는 불국토 세계의 환경 구축과 운영체계를 구체적인 분석을 통해 설명했다. 불국토 세계의 환경을 이루는 기호들은 철저히 상호 관련 속에서 양성피드백적으로 작용한다. 그 기호들을 크게 분류하면 삼보三寶인 불보, 법보, 승보로 나눌 수 있다. 삼보의 상호 작용이 활발히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 그리하여 불국토 환경이 복잡하고, 종합적이고, 풍부하게 구성되도록 하는 것, 활발하게 작동하도록 하는 것이 운영이다. 그 운영을 위한 체계들과 해석 습관들이 있다. 그 해석습관들은 초월적 존재의 신성성에 대한 믿음을 형성시키고 유지시킨다. 그리고 초월적 존재와의 대화가 가능하다고 믿게 한다. 그리고 그것이 매개적 주술성을 가진 매개체를 통해 이루어진다고 생각하게 한다. 그리고 그 목적을 위해 특정한 환경을 구축하고 운영하는 것이 원활하고, 유연하고, 안정적이게 한다. 해석습관은 유도되거나, 필요한 사유들이 가능하게 하는 기호학적 기반이다. 3장의 작업을 위해 우선 서사 연결망과 서사적 세계의 작동을 이론적으로 논의했다. 그 논의는 어떻게 서사들이 연결망을 이루고, 서사를 통해 세계관이 구축될 수 있는지에 관한 것이. 서사를 통해 구축되는 세계는 그 구축과 작동의 면에서 일정한 원리들에 기반한다. 우리는 가설들을 통해 각각의 서사를 종합적으로 연결해 읽음을 통해 그것을 파악한다. 그렇게 구성된 『삼국유사』의 서사적 세계의 불국토 환경은, 열반 프로그램을 모두에게 알리고, 모두가 그 프로그램의 목적을 성취하게 하는 것이 가장 우선시되는 환경이다. 열반프로그램의 궁극적인 목적은 마음을 편안하게 하고, 고통스러운 사유의 지속이나 집착을 감소시키는 것이다. 열반을 기호작용의 소강상태, 제한자의 파훼나 무화 상태로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이는 정신에 대한 지속적인 반성적 탐구의 실천과정에서 이루어지는 정신 상태이다. 각각의 열반 프로그램들은 다양한 방식과 원리로 그 상태에 도달하려 한다. 이 열반프로그램들을 얻고, 발전시키고, 배포하는 과정이 『삼국유사』 속에서 어떻게 구체적으로 서술되고 있는 지를 논의했다. 그래서 불법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요소와 조건(특히 환경)이 완비되어야 한다는 것을 지적했다. 그리고 그것을 얻고 전파하는 것이 매우 어렵지만 가치 있는 일로 제시되고 있음(법보시의 높은 위계)을 보였다. 다음으로 열반 프로그램이 진행된 결과의 축적들이 갖는 의미를 설명했다. 탐구의 결과를 제시하는 것은, 열반 프로그램에 대한 믿음을 유도하며, 탐구의 가치를 확충하게 하는 해석을 유도한다. 그 해석에 의하여 사람들이 더욱 불법을 믿고 실천한다. 이때 지식의 탐구에 있어, 불리한 조건을 가진 탐구자들에게는 수행에서의 노력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는 것을 지적했다. 그리고 대개 신성한 존재에 의해 이루어지는 열반프로그램의 진행과정의 검토 및 수정이 갖는 의미를 설명했다. 그 검토나 수정에서는 지금 보이는 것이 아닌 어떤 것을 대상에게서 보아야 한다는 해석습관이 강조되고 있다. 또한 타력과 자력 성불의 구분이 상당히 무화되고 있다. 그렇기에 불법의 탐구란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언제라도 공동체가 하는 것이 된다. 혼자 하더라도 상위 탐구자들과의 연계 속에서 탐구가 이루어진다. 이러한 검토와 수정들은 엄격하기보다는 오히려 자비로운 성격이 있다는 것을 지적했다. 또한 불국토 세계에서 환경을 이루는 구조물들의 형성되는 과정과 이유에 대하여 설명했다. 불연이 응집하는 지점들에 구조물들이 구축되며, 그 구축이 불국토환경의 활성화로 이어진다. 불연은 과거, 현재, 미래에 관련하여 모두 적용되는 것이며, 인지와 구현이 순환적으로 서로를 활성화하는 양성피드백적인 구축이 나타났다. 표면적이고, 근접하고, 즉각적인 상에 대한 인식보다도, 간접적이고 일정한 거리를 유지한 상태에서의 인식이 더 진정한 것일 수 있다는 해석습관이 나타남을 밝혔다. 그리고 매개적 주술성이 불국토 환경 내의 커뮤니케이션을 활성화하고, 총체적 연결성을 증가시키고, 그것이 불국토 환경의 유연하고 안정적인 운영에 중요하다는 것을 설명했다. 매개적 주술성은 신성한 존재와 커뮤니케이션하게 하게 함으로서 환경 전체에 신성한 존재의 영향력이 끼친다는 해석습관을 갖게 한다. 그리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어떤 ‘할 수 있는 행위 기호’를 생성하게 함으로써, 기호작용을 안정화시킨다. 그리고 탐구 공동체가 환경에 대해 갖는 조정 권한의 위계가 갖는 의미를 설명하고, 그것이 어떻게 설정되고 강조되는지를 제시했다. 탐구자의 탐구 상태와 환경에 대한 조정권한이 상응하며, 상호-확증되는 것을 보았다. 위계가 교란되었을 때에는 재조정이 발생했다. 이어 현신과 성불이 어떠한 유형으로 나타나는지, 그리고 그 각각의 나타남이 갖는 의미를 밝혔다. 현신은 이 땅에 언제든지 조건이 맞는다면 신성한 존재가 접속한다는 것을 알게 한다. 성불은 언제든지 노력한다면 성불할 수 있는 환경이라는 점을 알게 한다. 그런데 현신한 존재를 직접 만나는 것과, 언제든지 아무나 성불할 수 있다는 것이 상당한 제한적 조건 속에서 이루어짐으로써, 불국토 환경의 작동과 운영에 대한 의심이 생기는 것을 제어하게 된다. 4장에서는 불국토 환경의 구축과 운영 속에서 기호들이 교환되는 체계를 설명하기 위하여 우선 일반적인 기호 교환 체계의 개념과 그 교환 체계의 활성화와 비활성화라는 두 양상에 대하여 설명했다. 『삼국유사』에서 기호의 가치가 어떻게 증폭되는지에 관하여 밝혔고, 불국토 환경이 성스러움의 사이버네틱스적인 성격이 있다는 것을 지적했다. 거기에는 초월적 기호작용이 기반이 되며, 의례는 초월적 기호작용이 보다 활발히 일어나게 유도하는 기호복합체임을 지적했다. 그리고 초월적 기호의 교환이 강력한 기호교환체계에 대한 믿음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음을 밝혔다. 이 기호 교환 체계는 또한 자와 타의 구분이 많이 무화되며, ‘퇴화된 지표적’인 원리로 가치를 전이시켜 더욱 활성화된다. 그리하여 탐구자에게 풍부한 자원-기호가 흘러, 안정적인 탐구환경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한다. 또한 기호 교환 체계의 회로 속에서 가치를 복제, 증폭시킨다. 그런데 이러한 것이 과도해지면, 물질의 생산이 감축될 수 있으며, 탐구 과정을 방해할 수도 있다는 것을 지적했다. 결론적으로 본고에서 시도한 『삼국유사』의 초월적 기호작용의 체계적인 분석 결과는, ‘성스러움의 사이버네틱스’, 그 속의 기호교환체계, 초월적이고 신성한 존재에 대한 믿음, 매개체에 대한 주술적 사고 등에 대하여, 유효하게 적용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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