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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성(Placeness)을 중심으로 본 쉬빙(徐冰)의 예술작품(1987-)

Placeness In Xu Bing's Artworks(1987-)

초록/요약

쉬빙(徐冰, 1955-)은 현대 중국을 대표하는 예술가 중 한 명으로서 자신이 위치한 장소(place)와 적극적으로 호응하며 구체적인 경험을 통한 가치관을 작품 속에 녹여내는 것이 그의 예술 특징이기도 하다. 쉬빙의 작품들은 현대중국미술사에 있어서의 중요한 쟁점들과 변화들을 담아내는 상징적 의미를 갖기도 한다. 그는 1955년 중국 충칭에서 태어나 북경에서 성장하였으며 10대 때 문화대혁명을 겪었고 ’85사조에 큰 영향을 받았다. 1991년 그는 미국으로 이주하였고, 뉴욕이라는 새로운 문화권에서의 작품 활동은 예술가로서 창작의 사고를 확장시키는 배경이 되었다. 그리고 2008년 다시 중국으로 귀국한 이후 현재까지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그의 작품에서 장소성은 소재, 제작뿐만 아니라, 전시 장소와 전시과정까지 전 과정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그의 작품들을 장소성을 중심으로 살펴보는 것은 ‘중국 미술’이라는 용어에 대한 비판적 접근을 시도함과 동시에 중국과 서양이라는 이분법적 사고를 초월하고자 하는 의도를 담고 있다. 장소는 생활이 이루어지는 곳으로 구체적인 경험을 통해 만들어지며, 구체적 시대성과 연관되고 사회적 네트워크가 교차되는 지점이다. 쉬빙에게 장소는 주어진 것이 아니라 일상생활 속 경험들과의 상호작용 방식이었다. 본 논문에서는 장소성이라는 관점에서 쉬빙의 예술작품 <천서(天书)>, <귀타장(鬼打墙)>, <신영문서법(新英文书法)>, <동물시리즈(动物系列)>, <먼지는 어디에서 왔는가(何处惹尘埃)>, <지서(地书)>, <봉황(凤凰)>을 중국 거주시기, 미국 이주 시기, 귀국 이후로 나누어 분석하였다. 중국 거주시기 쉬빙은 전통적 작업 방식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북경 대학에서의 경험과 역사적 사건들을 경험하며 독창적인 작업을 하였다. <천서>, <귀타장>은 대표적으로 ‘중국적인 것’이라고 인식되어 오던 상징들을 해체하며 ‘중국적인 것’에 대해 질문하는 작업이라고도 해석할 수 있다. 그에게 ‘중국적인 것’이란 내부화되고 고정된 역사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만들어지고 재생산되는 과정이었다. 미국 이주시기에는 다양한 예술을 접하고 새로운 사람들과 교류하며 문화상호성의 관점에서 작업을 진행하였다. <신영문서법>에서는 두 언어를 병치시킴으로써 문화의 혼재를 시각적으로 표현하였고, <동물 시리즈>에서는 동물을 사용하여 다문화성 등을 은유적 방식으로 표현하면서 포스트휴먼적 관점에서 인간 사유의 한계를 초월하고자 하였다. 또한 <먼지는 어디에서 왔는가>는 9·11 테러를 공사상, 기호학적으로 해석한 작업이었다. 그는 귀국 후, 새로운 장소의 경험과 그동안의 아이디어들을 구체화시켰고, 북경에 거주하며 북경을 비롯한 중국의 도시들을 글로벌시티의 관점으로 바라보며 ‘과정’에 주목하는 프로젝트들을 시도하였다. <지서>는 전통적 장소가 아닌 새로운 장소에서의 새로운 형식의 언어이며, <봉황>은 폐기물을 이용하여 글로벌 도시 이면의 모습을 드러내고자 하였다. 쉬빙은 장소와 끊임없이 상호작용하고 소통하고 자신이 맞닥뜨린 주제들에 깊은 관심을 가지는 예술가이다. 그는 전통, 정체성, 글로벌라이제이션, 소통과 같은 주제들을 심도 있게 탐색하고 독창적으로 표현하였고, 이를 통해 다면적인 담론들을 생성해 내고 있다. 사회적 관계의 생산 과정으로서의 장소성 이라는 관점에서 그의 작품에 접근하는 것은 쉬빙의 예술작품뿐 아니라 현대중국미술을 바라보는 한 가지 의미 있는 시도로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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