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비나스의 신론 : 토라, 신 그리고 윤리
Levinas' Discourse on God: Torah, God and Ethics
초록/요약
현대 철학 진영에서 형이상학의 초월 세계는 총체적으로 무효화 된 것 같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신’에 대한 관념과 초월에 대한 논의를 복권시키고 주체의 내재성과 화해시키려는 작업이 레비나스의 시도이다. 그는 전체주의와 내재주의에 대항하기 위한 방편으로서 외재성과 내재성을 화해시키는 방식을 택하며, 세계에 대한 현상학적 설명력을 얻기 위해 인간학적 접근을 함께 시도한다. 레비나스는 자신의 철학의 새로움을 드러내기 위해 서양 정신사에 대한 전면적 검토를 수행한다. 그는 ‘서구형이상학은 존재-신-학’이라는 하이데거의 주장에 동의하는데, 그 내용인즉, 결국 서구 형이상학이 근본적으로 근거지음의 철학이자 시원(archē)에 대한 탐구라는 것이다. 이는 개별적 존재자들을 사유하는 동시에 전체에 대한 사유이며 총체를 정초하는 통일성에 대한 사유이기에 ‘전체주의’에 다름없다. 그러나 형이상학의 진정한 과제로서 ‘존재-너머에 접근하려는 것’은 비객관화의 지향, 가치론적 현상에 접근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러므로 우리 사유의 본질을 ‘규정’이라고 할 때, 이러한 현상은 언어적 표상관념을 뛰어 넘을 수밖에 없다. 요컨대 동일자의 언어적 번역으로는 결코 외재성의 초과적 현상을 구성할 수 없는 것이다. 주체의 능동적/지향적 활동으로부터 떠난 의식-비-상관적인 세계가 있다. 그리고 주체는 타자적인 것들로부터 내면으로 전향함으로써 자기를 정립한다. 이러한 사태가 드러내는 바는 무엇인가? 바로 주체의 성립과 모든 활동에는 이미 ‘타자’의 기여가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어떻게 이러한 외재성에 대해 사유할 수 있는가? 여기에는 필연적인 두 계기가 성립된다. (1) 신은 사유 대상으로 즉 실재성을 가진 관념으로 주어지나, 동시에 사유하는 사유 대상이라는 구조를 빠져나간다. (2)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과적 관념으로서 포함될 수 없는 것에 의미를 준다. 이것이 바로 외재성의 고유함이다. 이렇게 사유될 수 있는 사태, 현상하는 사태들은 결코 주체로부터 기인하지 않는다. 의미들은 외부에서 현현하는데, 그것은 의미를 구성하는 항들의 배치에 따라 달라질 뿐이다. 그 자체로서는 의미작용을 하지 못하고, 중첩됨에 따라 어떤 의미가 발생한다. 지각, 경험, 현전의 영역에는 타자가 부재하고, 단지 현현하는 의미는 간접적으로 현시하는데, 타자의 ‘그임’(illéité)이 바로 타인의 얼굴이다. 얼굴은 결코 주체에게 매개될 수 없으며, 이 관계는 결코 가역적이지 않으므로 타자의 선-구성적 타자성은 절대적이다. 이러한 관계를 가리켜 레비나스는 ‘윤리적 관계’라 일컫는다. 무한자와 유한자의 관계를 윤리적 관계로 전회시키는 가운데, 여기에 그의 유대주의적 해석이 더해져, 인간 공동체에서의 윤리는 메시아주의로 확대된다. 타자의 절대적 우위가 무한의 명령으로 주어지며, 이에 대해 복종하고 책임을 다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그의 철학의 요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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