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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를로-퐁티의 현상학적 환원 : -『지각의 현상학』을 중심으로-

The Phenomenological Reduction on Merleau-Ponty : focusing on Phenomenology of Perception

초록/요약

본고의 목적은 『지각의 현상학』을 중심으로 메를로-퐁티의 현상학적 환원의 의미를 살펴볼 것이며, 기존의 메를로-퐁티의 ‘환원의 불가능성’에 대한 다른 해석을 제시하고자 한다. 현상학적 환원은 초월론적 의식을 드러내는 현상학의 방법론이다. 그것은 세계가 소박하게 실재한다는 자연적 태도를 변경시켜, 초월론적 의식을 살펴보는 방법이다. 이러한 현상학적 고찰은 대상을 지향하고 있는 의식주관에 대한 탐구의 길을 여는데 있다. 익히 잘 알려져 있듯, 의식 현상학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가진 메를로-퐁티의 입장을 보더라도, 의식 현상학의 중심에 놓여있는 현상학적 환원은 그의 현상학에서 방법론적으로 채택될 수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현상학의 이념을 명백히 계승하고자 한 메를로-퐁티의 입장을 놓고 보더라도, 현상학적 환원은 『지각의 현상학』에서 완전히 폐기될 수 없는 것처럼 보인다. 이런 이중적 입장으로 인해 메를로-퐁티가 『지각의 현상학』에서 현상학적 환원을 수행하고 있는지에 대한 논의가 이어져가고 있다. 그동안 메를로-퐁티의 환원의 불가능성에 관한 선행연구는 메를로-퐁티가 엄밀한 의미에서의 후설의 환원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입장과 메를로-퐁티가 후설과 다른 방식으로 환원을 수행하고 있다는 입장, 그리고 후설의 현상학적 환원을 수용하는 입장으로 나뉘어져 있다. 수행의 불가능성의 입장을 따르면, 그들은 메를로-퐁티가 지각의 사유를 전개시키기 위해 종래의 환원을 철폐시켰다고 보았다. 이와 달리 수행의 가능성에 대한 입장은, 메를로-퐁티가 종래의 환원으로부터 벗어나 그것을 다르게 수행하고 있다는 입장과, 메를로-퐁티가 후설의 현상학적 환원을 수용하고 있다는 입장이 있다. 메를로-퐁티는 종래의 환원이 자연적 태도를 배격시키고, 초월론적 태도의 우위성을 강조하는 입장으로 보고 있다. 이는 인식의 근본 층위를 초월론적 의식에 두고 있음을 보여주는 입장이라 할 수 있다. 메를로-퐁티는 세계와 의식과의 투명한 상관관계란 애초에 불가능한 목표로 보았다. 오히려 그는 모든 인식의 근본 층위로서의 지각을 제시하고 있다. 메를로-퐁티는 세계와 주관과의 관계가 지각함에서 비롯된다고 보았다. 이러한 현상학적 문제의식 속에서 메를로-퐁티는 종래의 환원이 전환되어야만 현상적 장이야말로 이론적 사유들이 발원하는 원천임을, 그리고 세계에 거주하는 주관과 그 주관에 대해 의미를 지닌 세계와의 상관관계를 밝힐 수 있다고 보았다. 그래서 그는 종래의 초월론적 태도의 우위성을 폐기시키고, 자연적 태도의 우위성으로 전환하고 있다. 여기에서 환원은 인식의 근본 영역인 자연적 태도를 반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전환되게 된다. 다음으로 메를로-퐁티의 환원의 수행은 경험적 데이터로부터 출발한다. 메를로-퐁티는 그의 저작에서 완연히 반(反)과학적 노선을 취하고 있지 않다. 그는 자신의 지각 사유를 보다 구체적으로 전개시키기 위해 게슈탈트 심리학의 분석에 주목하고 있다. 메를로-퐁티는 신체와 지각함의 문제를 체계적으로 분석한 게슈탈트 심리학의 분석을 실마리로 삼고, 그리고 그것을 해명하기 위해 환원이라는 방법을 도입한다. 이때, 메를로-퐁티가 환원을 수행하기 위해 제시하고 있는 것이 병리적 사례인 ‘환상지 현상’이다. 환원을 통해 드러난 환상지 현상의 전모는, 신체는 세계에 속한 사물이면서 동시에 세계를 향해 동적으로 지향한다. 이처럼 세계에 내속된 주관과 그리고 이 주관에 대해 의미를 지닌 세계와의 관계를 밝히는 것. 그것이 환원의 이념적 방법이라 할 수 있다. 그동안 ‘환원의 불가능성’의 해석에 대한 기존의 논의들은 메를로-퐁티가 과연 환원을 수행했는지에 대한 유무에만 초점을 기울였다. 그러나 그들은 종래의 현상학적 환원을 새롭게 전환시키고자 한 메를로-퐁티의 진의를 파악하지 못했다. 환원은 당대의 심리학적 데이터로부터 출발하여 그것의 의미를 철학적으로 해명하는데 있다. 인식의 명증성을 향하고자 한 종래의 현상학적 환원은 메를로-퐁티의 현상학에 이르게 되면서 지각이라는 사태를 반성하는 방법으로 전환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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