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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변화의 메커니즘 분석: 서울시버스체계 개편 사례를 중심으로

초록/요약

본 논문은 서울시 버스체제의 변화과정과 요인 분석을 통해 제도변화의 메커니즘에 대한 이해를 도모하는 데 목적이 있다. 90년대 이후 서울시 버스는 지속적인 비판과 개혁의 대상이었다. 1994년 최병렬 시장과 1997년 조순 시장은 각각 「교통특별대책」과 「시내버스 개편 종합대책」을 발표하였고 이를 바탕으로 서울시 버스체제를 개혁하고자 하였다. 그러나 사안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두 시장 모두 기타 서비스 수준에 대해서만 부분적으로 개선할 수 있었을 뿐, 서울시 버스는 2004년 이명박 시장의 「서울시버스체계개편」에 의해 전면적으로 개편되었다. 흥미로운 점은 최병렬·조순·이명박 시장 모두 기존 제도의 큰 틀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서울시버스개편을 추진하려고 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이 연구는 다음과 같은 질문에서부터 출발한다. 서울시 버스체계 개편 과정에서 왜 최병렬, 조순, 이명박 시장은 모두 기존제도의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제도변화를 추진하였으며 왜 이들 가운데 이명박 시장만이 그 전략을 성공시킬 수 있었는가? 이명박 시장에게 주어진 제도적인 자원 때문인가 아니면 이명박 시장의 개인적인 리더십 때문인가? 서울시 버스체제와 관련하여 기존 연구들은 주로 정책의 평가와 방향, 제도의 문제점에 따른 개선 방안 등에 편중되는 경향이 있으며, 서울시 버스제도의 전체적인 맥락에서 제도의 지속과 변화요인에 대한 연구는 미약하다. 이 연구는 위와 같은 질문에 답하기 위해 제도주의적 관점에서 서울시 버스체제의 변화과정과 그 요인을 분석하였다. 이를 위해 환경변화에 대응한 행위자의 전략적 선택을 강조하는 마호니와 텔렌(Mahoney and Thelen)의 제도변화 모형을 활용하면서도, 행위자에게 부여된 ‘권력자원’에도 초점을 맞추어 제도변화과정에서 변화주도자(change agent)가 제도변화를 반대하는 집단을‘어떻게’ 제도변화 과정으로 유인하였는지 추가적으로 살펴보았다. 분석 결과, 최병렬·조순·이명박 시장 모두 정치적으로는 부담감이 높았고, 제도적으로는 서울시 버스체제의 구성요소들을 자의적으로 변경할 수 있는 재량권이 낮았기 때문에 그들 모두 현존제도의 큰 틀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제도변화를 추진하였다. 하지만 이명박 시장은 노무현 대통령의 지방분권화 정책으로 조직자치권을 행사할 수 있는 수준이 다른 시장들보다 높았고, 그로 인해 서울시의 하부 조직을 하나의 중요한 권력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다른 시장들과 차이를 보였다. 결국, 이명박 시장은 제도적으로 보장된 조직자치권을 바탕으로 버스업체들과 서울시 공무원들 간의 유착관계로 형성된 비공식적인 제도를 약화시킬 수 있었고, 서울시 버스업체들의 선택의 폭에 영향을 미쳐서 그들을 제도변화과정으로 유인하는 데 성공했다. 이를 바탕으로 본 논문은 제도변화는 제도변화를 추진하는 행위자의 능력을 필요로 하지만, 그러한 능력이 발휘될 수 있게끔 만드는 제도적 환경이 충분히 조성되어 있을 때에만 가능하다는 것을 주장한다. 본 연구의 분석결과가 제시하는 함의는 다음과 같다. 이론적인 측면에서는 내생적 제도변화 연구에서 ‘권력자원’이 하나의 중요한 설명변수가 될 수 있음을 밝히고, 이를 통해 내생적 제도변화이론의 외재적인 확장을 시도한다. 정책적인 측면에서는 중앙정부로부터 부여된 위임의 정도와 지방정치의 제도화에 따라 공공정책의 결과가 다르게 나타날 수 있으며, 특히 지방자치단체장에게 보장된 조직자치권의 수준이 공공정책에서 유의미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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