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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샤오핑 사상의 노자적 해석 : 중국 특색의 실용주의를 중심으로

초록/요약

중화인민공화국 건립 이후 현재까지 중국은 고도성장하여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이 되었다. 지금의 중국이 있기까지 사상적으로 마르크스-레닌주의와 마오쩌둥 사상, 그리고 덩샤오핑 사상이라는 세 가지 큰 흐름이 지배하였다. 신중국의 역사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인물은 신중국을 건설한 마오쩌둥과 개혁‧개방의 역사를 연 덩샤오핑 이라고 할 수 있다. 마오쩌둥과 덩샤오핑은 모두 중국 전통의 실사구시 학풍을 계승하였는데, 특히 덩샤오핑의 실사구시, 실용주의 노선은 현 주석인 시진핑에게 커다란 영향을 주었으며, 그는 덩샤오핑의 노선을 따라 걷고 있다. 이처럼 덩샤오핑의 실용주의 사상은 지금까지도 중국의 발전을 관통하는 하나의 핵심으로 존재한다. 개혁 개방의 기치 아래 괄목할만한 성과를 이루고 있는 현재 중국의 발전은 덩샤오핑 사상의 직접적인 영향 아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덩샤오핑 사상은 당연히 마르크스-레닌주의와 마오쩌둥 사상을 계승 발전시킨 결과이다. 하지만 이 사상들의 계승 발전의 연장선상에서만 덩샤오핑 사상을 이해한다면, 근본적인 차원에서 중국의 정신을 유지하고 있는 전통 사상의 영향을 간과하는 우를 범할 수 있다. 그러므로 본 논문은 전통 정신을 포함시켜서 덩샤오핑 사상을 이해하려는 작업이다. 필자는 덩샤오핑 사상의 가장 분명한 특징을 실사구시와 실용주의로 파악한다. 실사구시와 실용주의는 중국 전반의 사상이나 정치·경제의 가장 분명한 특징이기도 하지만, 덩샤오핑 시대에는 상대적으로 이념적 지배를 약화시키고 현실적 실용을 더욱 강조했다는 사실에 초점을 맞춘다. 전통 사상 안에서 실용주의 특징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상은 도가 사상이고, 그 가운데에서도 특히 노자 사상이다. 그리하여 덩샤오핑 사상의 실용주의를 노자 사상과 연결시켜 비교를 시도한다. 본 논문은 덩샤오핑이 노자 사상의 영향을 받았다는 것을 밝히는 것이 아니라, 덩샤오핑 실용주의 사상이 노자 사상과 유사한 특징을 보인다는 것만 밝히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역사 속에서 개혁이 필요할 때마다 항상 노자의 사상이 매우 유효한 사상으로서 역할을 하였음을 돌이켜 본다면, 덩샤오핑 사상 또한 역사적인 맥락에서 노자 사상과 유사한 접점이 있다고 설명될 수 있겠다. 노자 사상은 ‘바람직함’을 설정하고, 그 바람직함에 백성들을 집중통일하게 하는 유가의 이념성을 극복하려는 목적에서 출현한다. 그래서 노자는 애초부터 ‘바람직함’으로 요약되는 보편적인 이념의 설정을 거부하고, 구성원들의 자발성이 자율적으로 통일되는 형식으로 국가를 운용해야 한다고 보는 것이다. 덩샤오핑은 마오쩌둥의 이념과 혁명으로만 해결하려고 하는 비현실적이고 비실용적 통치에 반대하면서, 실사구시를 바탕으로 한 중국 특색의 실용주의로 사회주의 시장 경제라는 획기적이고 혁신적인 제도를 창안한다. 나라와 인민들의 경제 발전을 위해서라면 이전까지 반대와 타도의 대상이었던 자본주의적 요소일지라도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단 일방적 수용이 아닌 철저히 중국화, 다른 말로 하면 중국과 조화를 이룬 체계여야 한다는 것이었고, 이는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로 귀결되었다. 실용주의의 핵심은 선험적인 가치 판단의 기준을 가지고 세계와 관계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이고 실재적인 결과를 근거로 판단하기 때문에, 어떤 선재적 기준을 허용하지 않고, 모두가 받아들여야 하는 보편적이고 이념적 기준을 갖지 않는다. 민간의 역할을 최대한 존중하고 자율에 맡긴다. 정치에 집중하기 보다는 경제에 집중하므로 개혁적이고 개방적일 수밖에 없다. 이런 개괄적인 특징들은 덩샤오핑과 노자에게서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이에 필자는 본 논문에서 덩샤오핑과 노자 사상의 유사성에 초점을 맞추어 비교 연구함으로써 전통과 현대의 일관된 흐름을 규명하고, 앞으로 중국이 나아가는 방향을 가늠하고 평가하는 데에 필요한 기초를 제공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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