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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나크로니즘(Anachronism)의 시간성과 수사학 : 1970년대 서사문학의 동시대성에 대한 재구성

Temporality and Rhetoric of Anachronism

초록/요약

본 연구는 두 가지의 목적을 지닌다. 첫째, 문학에서의 아나크로니즘(anachronism) 개념을 정립하고 이를 경유하여 시간성과 역사성에 대한 이론적 틀을 확보하는 것. 둘째, 한국 근대문학에 있어서 아나크로니즘을 능동적인 형식화한 일련의 텍스트들을 검토함으로써, 문학이 중층적인 시간성의 재구성을 통해 동시대적 현실에 대하여 개입하는 해석적 영역을 고찰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이러한 과정을 경유하여 문학의 아나크로니즘이 가시적인 ‘시대성’이나 ‘역사성’으로는 포착할 수 없었던 여러 시간들, 그 중에서도 ‘남겨진 시간’에 대한 발견을 통해 문학을 둘러싼 ‘동시대성’(synchronism)을 재규정하는 것이다. 이는 흔히 시간성의 예술이라고 불리는 서사문학 장르가 시대성을 복잡화하는 방식이며, 허구를 보다 실제적인 외부적 틀(사회적 현실, 역사)과 교차시키고 문학의 역사성을 새롭게 재구성하기 위한 실천적 전략이 된다. 이러한 목표를 위하여 본고는 ‘아나크로니즘의 수사학’이라는 차원에서 1970년대 텍스트, 그 중에서도 최인훈, 이문열, 조세희의 텍스트에서 나타나는 다층의 아나크로니즘을 살펴보고자 한다. 시간착종(anachrony)을 포함하는 시간성에 대한 광범위한 수사학으로서의 아나크로니즘은 가시적인 시대성을 배경으로 독특한 언어적 구성, 수사적 전략, 텍스트의 특수성으로 전환되어 나타난다. 무엇보다도 1970년대의 가시적인 시대성은 시대착오가 특수한 방식으로 문학 텍스트에서 드러날 수 있는 배경을 제공해준다. 이 시기의 가시적인 시대성으로서 제시해주고 있는 시간성의 특징들을 근대화와 산업화를 기획하는 국가에 의한 시간의 균질화에 기대고 있기 때문이다. 그 양상은 시간의 ‘가속’, ‘내재화’, ‘파편화’ 등으로 나타난다. 본고에서는 살펴보고자 하는 문학 텍스트들은 시대성에 포섭되지 않는 다른 방식의 시간성을 환기하기 위하여 아나크로니즘을 사용하고 있다. 따라서 아나크로니즘의 수사학을 크게 세 층위로 구분하여, 시간착종의 차원에서는 ‘감속’과 ‘정지’, 시대착오의 차원에서는 외부적 시간의 인용, 그리도 동시대성의 차원에서는 ‘남겨진 시간’의 문제를 구체화할 것이다. 본격적으로 텍스트 분석을 수행하고 있는 3장에서는 1970년대의 문학 텍스트를 통해서 이러한 시대착오의 문제를 구체적으로 살펴볼 것이다. 먼저 최인훈에게 있어서 아나크로니즘은 동시성을 위한 모더니즘적 기획의 때늦은 시도로서 나타난다. 이는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에서 시대성과 씨름하는 와중에 타협적인 결과로서 구성되며, 이윽고 『태풍』에 이르러서는 온전한 실패를 다른 성공의 판본으로 굴절시키는 시도로 비화한다. 최인훈은 비판적으로 시대성을 바라보기 위하여 동시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러한 동시성을 통해 구성되는 자기정립의 변증법을 넘어서지 못한다. 이러한 자기정립은 근대성의 모순을 체화한 것처럼 보인다. 따라서 최인훈의 시대착오적인 시도는 사실 시대성 자체를 전복하거나 해체하는 과정으로서가 아니라, 근대성이라는 광범위한 시대성에 폐쇄적으로 귀속되는 경향을 보인다. 이문열 텍스트의 아나크로니즘은 적극적인 시대착오를 구성하기 위하여 적극적인 인용과 인유를 활용하고 있다. 이를 통해서 근대적인 세속화가 형성한 내부적인 완결성에 충격을 주는 방식으로 외부의 시간을 환기한다. 『사람의 아들』과 『황제를 위하여』에서 부각되는 것은 성경이라는 초역사적 이야기를 역사적 현실에 교차시키는 방식으로, 근대적 시대성이 망각하고 있는 묵시록적 시간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인다. 이러한 시도는 ‘종교적인 것’의 환기를 통해서 세속화된 근대적 시대성을 재구성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근대국가의 주권적 통치를 무효화하며, 시대성 자체가 구성하는 율법적인 내용물들을 비활성화하기 위한 시도인 것이다. 묵시록적인 형식과 ‘끝’을 상상하는 시간성에 대한 전유를 통해서 이문열 텍스트는 하나의 균질한 시간을 향해 응집하는 시대성을 비틀고 균열을 일으키는 것이다. 조세희는 앞서의 논의들의 적극적인 아나크로니즘보다 1970년대의 강렬함 속에서 가까스로 존재하는 잔존의 형식을 통하여 아나크로니즘을 구성한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에서는 연작 형식과 등장인물들의 계급적 격차는 하나의 시대성 아래 봉합되지 않는다. 오히려 각각의 인물들의 시차(視差)를 매개로 극복할 수 없는 시차(時差가 드러날 때만, 비로소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것들을 볼 수 있게 되는 ‘잔존의 이미지를 구체화된다. 이러한 시도는 가시적인 시대성과는 다른 유령적인 모델을 통해 전혀 다른 동시대성을 구성할 수 있게 한다. 그러나 『시간여행』에 이르러 조세희의 텍스트는 이러한 잔존의 형식을 감당하기에는 불안정한 양상을 보이게 된 것도 사실이다. 과거의 지나친 강렬함에 사로잡힌 채로 수행된 내면으로의 시간여행은 구심적인 운동성 속에서 스스로에게 갇히는 양상을 띠며, 최종적으로는 증언의 불가능성에 고착된다. 본고는 1970년대에 일련의 텍스트들이 ‘동시대성’을 재구성하는 여러 층위의 방법적 구성을 보여주고자 했다. 국가에 의해 통제되는 도시화와 세속화의 경향 속에서 ‘끝’을 상상하는 능력을 점차 상실해나가는 시대이기에, 오히려 메시아니즘(Messianism)을 참고하여 아나크로니즘적인 시간성을 환기하기에 유효한 텍스트들을 살펴본 것이다. 물론 최인훈・이문열・조세희에게 있어서 ‘남겨진 시간’의 개념이 동등한 위상을 가지거나 동일한 방식으로 발견되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도 최인훈은 1960년의 연속에서 시대성을 통한 자기인식을 위해 남겨진 시간을 과도하게 시대의식으로 환원하고자 했다. 이러한 최인훈의 시도가 1960년대적 기획의 때늦은 시도였다면, 이문열과 조세희는 그러한 동시성으로의 병렬화에 포섭되지 못한 시간들을 적극적으로 다루었다는 점이 가장 큰 차별점이다. 또한 이문열이 다소 명시적이고 의도적으로 묵시록적 형식을 통해 시대의 외부로부터 ‘남겨진 시간’을 끌어들이고 있다면, 조세희는 이미 시대성 내부에서 괄호 쳐진 익명적인 자들을 끌어올리고 있다는 점에서 서로 상이한 방향성을 지니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각의 텍스트들은 균질화되어가는 근대의 시대성으로부터 아나크로니즘을 거쳐 동시대성을 재구성하는 문학적 시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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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요약

The principal purposes of this research are as follows. First, this study aims to establish a theoretical framework of temporality and historicity through defining the concept of anachronism in literature. Second, it also aims to study the analytic area, where literature intrudes itself into a contemporaneous actuality through reconstruction of multi-level temporality, based on reviewing a series of modern Korean literature works, which actively formalized anachronism. Through this process, this research is to redefine synchronism in literature by discovering the time that remains, especially when anachronism in literature has not been able to capture as visible concept of temporality or historicity. This is the way the narrative literature genre, called as art of temporality, makes temporality more complicated. This is also a practical strategy to intersect fiction with more actual outer framework such as reality and history and to reconstitute historicity of literature. In order for these purposes, the research considers literature works from 1970s from the perspective of rhetoric of anachronism. It focuses on multi-anachronism in literary works from In-Hoon Choi, Munyeol Lee, and Sehui Cho. Anachronism, as a widespread rhetoric for temporality including anachrony, are appeared as distinctive linguistic constitution, rhetoric strategies, and unique characteristics of text in visible temporary background. Especially visible temporality of 1970s provides a background where anachrony is appeared in literary texts in a very distinctive way. The characteristics of temporary, suggested as visible temporality, leans on homogenization of time by a state organizing modernization and industrialization. These aspects are revealed such as acceleration of time, internalization of time and fragmentation of time. The literary works, this research focuses on, use anachronism in order to arouse temporality in a very different way from synchronism. Within these contexts, rhetoric in anachronism is divided into three levels in general. Issues from each level will be materialized; deceleration and suspension in the perspective of anchrony, citation of external time in the perspective of anachronism, and the time that remains in the perspective of synchronism. In the third chapter, anachrony issue will be discussed in detail based on literary works from 1970s. In Choi’s works, anachronism was a belated attempt for modernism design for synchronicity. While dealing with temporality, Choi’s attempt constituted a compromising result in A Day of Novelist Mr. Koo-bo. By extension, in Tempest, Choi tried to bend the undeniable failure into another successful version. On the one hand, it seems Choi made the best use of synchronism to handle temporality in a critical, however, he has never overcome it as his attempts were tied down to dialectic of self-regulation. The self-establishment seems to internalize contradiction of modernity. Consequently, Choi’s anachronistic attempt shows a tendency to be exclusively imputed to modernity, as a far-reaching temporality, rather than a process in which the temporality is overcome or dismantled. Anachronism in Munyeol Lee’s works make full use of quotation and allusion in order to constitute an active anachronism. Lee calls external time by giving a shock to internal completion, which is formed by modern secularization. Lee crosses ahistorical story, the Bible, stood out in The Son of Man and For the Emperor, with historical reality. By doing so, he actively brings apocalyptic time which are forgotten by modern temporality. Lee’s attempt is to reconstruct secularized modern temporality through something religious. In other words, he tries to nullify the sovereign power of modern state and also to deactivate commandments, constituted by temporality itself. Munyeol Lee’s works twist contemporary characteristic that condense into homogeneous time and create fractures on it, by monopolizing temporality, which enable the imagination of the end, and borrowing the format of the apocalypse. Anachronism in Sehui Cho’s works rather take a format of survivance in the intensity of the 1970s, compared to active Anachronism discussed above. The sequence format as well as the gap among main characteristics’ social level in A Dwarf Launches A Small Ball do not cohere with each other under one contemporary character. Survivance shows things that have never been seen before. The image of survivance can take a concrete form only after an unavoidable parallax is exposed through the medium of time different among each main characteristic. Such attempts enable to establish a contemporary characteristic which is entirely different from visible synchronism via ghostlike model. Cho’s later work, Time Travel, however is not stable enough to handle this survivance format. Time travel to the inner world as being captured by excessive intensity from past shows the main character is locked himself in centripetal force. Eventually, this work-piece gets stuck with impossibility of testimony. This research explains multi-level methodic construction, through which, these serious of work-pieces from 1970s reconstitute synchronism. Work pieces reviewed here are valued for calling anachronistic temporality, referring to Messianism, as it is an age of losing ability to imagine the end in a strong tendency of urbanization and secularization drven by state. The concept of “Time remaining” is barely found for the same position or in the same way in work-pieces from Inhoon Choi, Munyeol Lee and Sehui Cho. Especially Choi is eager to revert time remaining for self-awareness through contemporary character to contemporary awareness in continuity of 1960s. The biggest difference between Lee and Cho, and Choi is that Lee and Cho focus on time, not taken into parallelized in synchronism while Choi tries to a belated attempt from 1960s. Cho also has his own direction differently from Lee. Cho is especially distinct as he brings anonym, hidden from inner world of contemporary character while Lee explicitly and intentionally pulls the remained time through a format of the apocalypse. Yet there are obvious differences among them, each work-piece from the three writers is considered as an attempts to reconstitute the synchronism via anachronism from homogeneous modern temporal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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