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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영화의 수행적 실천 양상과 의미에 관한 연구 : 트라우마적 경험의 표현 방식을 중심으로

초록/요약

이 논문은 사실주의적 재현의 한계에 대응해온 다큐멘터리의 제작 방식으로서 제작 주체의 퍼포먼스와 현실과의 상호적 관계에 의해 새로운 현실을 생산하는 수행적 실천을 점검했다. 이 논문이 규정하는 수행적 실천은 빌 니콜스와 스텔라 브루치의 수행적 다큐멘터리 논의를 계승하되 비판적 고찰을 통해 재조합한 개념이다. 수행적 다큐멘터리에 대한 각각의 핵심적인 관점, 즉 니콜스의 ‘가시적 증거의 총합 이상을 보여주는 것’과 브루치의 ‘현실과 제작 주체/대상과의 대화로 발생하는 것’은 강조점을 어디에 두는가로 나뉠 뿐 같은 지향점을 갖고 있었다. 따라서 이들의 논의를 수행적 다큐멘터리라는 하위장르적 관점에서 수행적 실천이라는 다큐멘터리의 특수하면서도 근본적인 제작체계로 재위치시키고자 했다. 여기서의 ‘수행적 실천’은 존 오스틴의 수행적 발화를 바탕으로 ‘제작 주체가 자신의 퍼포먼스를 다양한 층위에서 인식 가능하도록 각인하면서 대상과의 관계 및 과정적 실천을 강조하고 이를 통해 생산된 새로운 현실을 형상화하는 것’으로 규정되었다. 수행적 실천을 연구하기 위해 트라우마적 경험에 집중하고자 한 것은 세 가지 이유에서 비롯되었다. 첫째로 현실의 고통스러운 삶에 적극적으로 접근해왔던 다큐멘터리의 역사적 정체성을 고려했을 때, 트라우마를 남기는 참혹한 삶의 경험은 공감적 시각이 강화된 다큐멘터리 제작 주체들이 재현을 포기할 수 없는 책무감의 동인이 된다. 둘째로 트라우마가 갖고 있는 비상징적 성격은 모방적 재현이 아닌 관계 속의 생산을 추구하는 수행적 실천을 통해 좀 더 효과적으로 표현될 수 있으며, 이를 실현하는 과정은 다큐멘터리의 미학적 경계를 확장하는 데 일조해왔다고 보았다. 셋째로 21세기를 ‘트라우마의 시대’로 일컬을 정도로 트라우마에 대해 확장된 시각은 개인에게 벌어진 직접적 폭력뿐 아니라 구조적, 이데올로기적 문제에 의해 집단적으로 형성된 트라우마를 적극적으로 포함하게 된다. 본문에서는 수행적 실천과 트라우마의 접점을 토대로 자기의 트라우마적 경험, 타인의 트라우마적 경험, 그리고 공유된 트라우마적 경험이라는 큰 틀에서 사례분석을 진행했다. 첫째로 다큐멘터리의 제작 주체들은 자신의 트라우마적 경험을 표현하기 위해 수행적 실천을 이행했다. 그들은 고통의 본질에 접근하기 위해 가시적 현실, 즉 재현 가능한 증거적 현실의 한계를 벗어나 비가시적, 비물질적 진실이 드러나야 함을 깨달았다. 제작 주체는 무형의 진실을 걸려들게 하는 스크린으로서 다양한 자기 각인을 구축하기 위해 극단적인 형식적 실험을 시도했다. <타내이션>과 <엘레나>는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적 경험을 연극적 퍼포먼스를 통해 무대화하고, <바시르와 왈츠를>은 자신의 불완전한 트라우마적 기억을 꿈작업과 같은 애니메이션으로 재구성한다. 자기의 트라우마를 상연하는 양상은 제작 주체 스스로가 서사화될 수 없는 억압된 고통을 현재의 자신에 통합함으로써 새로운 자기를 탄생시키고자 했던 제의적 행위로 나타났다. 그러나 <바시르와 왈츠를>에서 드러난 바와 같이 자신을 향한 수행적 실천은 트라우마적 경험의 고통스러운 본질을 회피하고자 하는 욕망에 의해 무산될 수 있는 취약점 또한 내재하고 있었다. 둘째로 타인과의 공동 수행적 실천은 강한 공감적 유대감을 바탕으로 트라우마적 경험과 같이 윤리적으로 첨예한 소재를 발화 가능하게 한다. 제작 주체는 대상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그들 사이의 관계를 물질화하고 대상의 트라우마적 경험을 시각적으로 형상화한다. 이들의 물질화된 관계는 둘 간을 연결하는 매개이면서 공동 수행적 실천의 결과물을 끌어낸다. <꿈꾸는 카메라>의 경우는 ‘사진’이, <액트 오브 킬링>에서는 ‘영화 속 영화’가 이와 같은 경로를 통해 탄생했다. 타인이 타인의 트라우마를 재현한다는 것은 윤리적 차원에서도, 실천적인 방법에서도 난제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공동 수행적 실천이 이룩해온 성과는 타인에서부터 발현되는 고통의 본질을 제작 주체가 흡수하면서 동시에 자신의 공감적 시각을 바탕으로 새롭게 구현해온 과정 속에 놓여 있다. 그러므로 이들의 작업은 대상의 트라우마를 표현하는 것이지만 대상에게서만 비롯된 것도, 주체의 이해력만으로 형상화된 것도 아닌 그 두 가지가 상호 융합됨으로써 가능해진 것이다. 이는 단순히 동정과 연민의 감정이 아닌 대상에 대한 주체의 책무감을 전제하며 그들의 미래로의 가능성을 열어젖히기 위해 작동한다. 이를 통해 희생자에게서는 과거의 속박으로부터 벗어날 미래적 가능성을, 가해자에게서는 그 가해자를 양산한 구조적 모순을 환기하는 양상을 드러낸다. 셋째로 정치풍자적 다큐멘터리의 제작 주체들은 억압된 트라우마적 경험을 폭로하기 위해 작위적인 퍼포먼스를 도입하여 안정되어 보이는 현실을 환기하고자 했다. 이들은 모순적 상황을 상징하는 권력자를 상정하고 그에 도전함으로써 초래되는 의도된 실패를 통해 사회구조적 문제를 가시화하는 방법을 택했다. 공유된 트라우마를 표현하기 위해 ‘실패’가 핵심어로 적용된 것은 그것이 트라우마적 역사를 형성한 견고한 이데올로기적 환상에 파열의 순간을 촉발하는 강력한 수사적 기제로서 기능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체코 드림>과 <식코>에서 보여주듯이 실패의 순간은 제작 주체와 등장인물이 코뮤니타스와 같은 탈구조적 공동체를 형성함으로써 억압되어 있던 공유된 트라우마적 경험을 물질화하고 실제적인 저항 가능성을 암시하고 있다. 그러나 최후의 순간, 보이스오버 내레이션과 같은 ‘제3자’의 권위에 기댐으로써 관객의 활성화된 상상력을 고착시키고 수행적 실천으로 촉발된 다양한 가능성을 경화시키는 한계를 드러내기도 했다. 다큐멘터리의 수행적 실천은 트라우마라는 비상징적인 것을 현시하기 위해 제작 주체 스스로를 하나의 스크린으로 활용함에 따라 새로운 현실을 생산했다. 수행적 실천은 가시적 현실의 모방적 재현이 아니라 새로운 현실의 생산과 이에 따른 미래적 가능성을 지향하고 있는 동시대 다큐멘터리 제작의 특징적 지형을 보여주었다. 트라우마적 경험은 다큐멘터리 제작자를 윤리적, 미학적 경계의 극한으로 몰아붙였고 이를 표현하기 위한 돌파구를 찾을 것을 요구했다. 다큐멘터리 제작자들은 자기로부터의 생산이라는 수행적 실천을 통해 원인과 결과의 원천으로서 ‘자기’를 형성하고, 스스로에 대한 반성적 시각과 세상에 대한 책무감을 짊어지는 것이 사실주의적 재현의 한계에 대응할 수 있는 돌파구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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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요약

This dissertation discusses performative practices in documentaries as ways to overcome the limits of realist representations, by analyzing aesthetic and ethical aspects that have been built into expressing traumatic experiences in various types of contemporary documentary films. This study critically considers the ideas of Bill Nichols's and Stella Bruzzi's 'performative documentary', which are regarded as significantly different from each other. I have found, however, that each of their ideas reaches the same destination, as I look into their assertions such as "the world is more than the sum of the visible evidence" by Nichols, and "capturing the tension between the realness of the documentary situation and its artificialization by camera" by Bruzzi. Based on the core of their discussions, this study establishes performative practices as a special and fundamental system of documentary rather than as a subgenre. Based on John S. Austin's performative utterance, I define performative practices as the 'production system of making the reality that filmmakers interact with subjects and situation with their staged performance'. In this study, I have focused on traumatic experiences to explore performative practices and there are three reasons. First, considering the identity of a documentary that deeply concerns the pains of others, emphathy, one of the crucial elements of performative practices, motivates filmmakers more strongly to approach the traumatized underprivileged. Second, I believe that the non-symbolic nature of trauma can be effectively and appropriately expressed by performative practices based on poiesis rather than mimesis. Third, as the scope of trauma study has been extended, many documentaries have paid attention to historical and collective traumas that have been incurred by social structural and ideological forces, as well as personal ones. It could be a possible explanation for the increase in the number of documentaries dealing with trauma in recent years. This study conducts a case analysis that explores the modes and meanings of performative practices, by categorizing traumatic experiences into three types, which are self-traumatic experiences, traumatic experiences of other, and our own traumatic experiences. First of all, documentary filmmakers have performed to express their own traumatic experiences. They have realized that it is impossible to represent the post-traumatic pain using realist methods. They have experimented drastically trans-boundary forms to embody invisible, incoherent, and nonrepresentable trauma. Both of the filmmakers of Tarnation and Ellena took the shape of the traumatized experiences of childhood with their own artificially staged performances. The filmmaker of Waltz with Bashir reconstructed his fragmented memories in war with animation as if performing a second revision of dreaming. The performative practice of staging their own traumas by filmmakers has turned out to be a sort of ritual performance in which they produce new selves by integrating their foreclosed truth into their own suffering and unstable identities. Secondly, based on intensified empathic relationships between filmmakers and subjects, applying coperformative practices in the interaction with others make sensitive issues speakable. Approaching the trauma of others has to deal with the dilemmas in all their ethical and aesthetical aspects. The achievement in the case is placed on a circulation of relationships in which the performance of the subjects inspire the filmmakers, who absorb it with their emphatic attitude and then give it to a body. The work of embodying the trauma of others requires both a convergence of and an interaction between the two sides. More importantly, sympathy and pity may not be necessary, but filmmakers should assume the responsibility for the subjects so that performing with the victims can open up future possibilities and performing with the perpetrators can arouse awareness for the fundamental structural problems of the society. As a result, I have found that filmmakers make the figurations of other's trauma by materializing relationships with their subjects through recursive interactions. Such materialized relationships become products resulting from their coperforming, such as the 'photos' of Born in Brothel, 'a film' of Act of Killing. Thirdly, in many contemporary political satire films, the filmmakers perform 'failure' themselves to reveal our trauma. The performance of failure is a paradoxical way of addressing a target person or situation that symbolizes the controversial issue, by attacking it with their clownish performance and then intentionally causing the performance to be unsuccessful. The reason that filmmakers perform failure to express our trauma is because failure functions as a powerful rhetoric to defamiliarize what is a seemingly coherent reality. The performative practice in this case builds truth and reality dialectically by rupturing obstinate ideological fantasies. In Sicko and Cesky Sen, the moment of failure evokes the concealed truth in our traumatic history and warns the possibility of resistance by forging anti-structural communities, communitas, in which both the subjects and filmmakers participate together. In conclusion, performative practices produce a new reality by adopting the filmmaker’s performance as a screen on which the essential truth is projected. They indicate a movement of contemporary documentary films that focus not on mimetic representation, but on poietic process. In addition, the filmmakers have proved that such practices can be a way of overcoming the limits posed inevitably by empirical approaches, by taking all aspects of the cause and effect of the films with self-inscription, which is the essence of performative practices. Lastly, this study suggests that performative practices do not give up the reality that is the ontological root of documentaries. On the contrary performative practices provide an alternative way to reality by evoking the re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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