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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祖의 示威政治

Royal Demonstration, Politics and Policy Of King Yŏngjo in Eighteenth-Century Chosŏn Korea.

  • 주채영 (서강대학교 일반대학원)

초록/요약

본 논문은 왕위 계승의 정통성 문제와 극심한 당쟁으로 인해 왕권을 위협받았던 영조가 많은 장애물을 극복하고, 정국의 주도권을 장악할 수 있었던 요인을 고찰한 연구이다. 적장자 계승원칙에서 벗어나 世弟로서 왕위를 계승한 영조는 선왕인 景宗의 시해 혐의까지 받아 국왕의 권위에 큰 손상을 입었다. 더욱이 영조의 왕위계승을 주도했던 노론은 자신들이 치룬 희생의 대가를 요구했고, 그를 반대했던 소론은 영조에 대한 의심을 거두지 않았다. 영조는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고 자신이 의도하는 정치를 펴기 위해 탕평책을 시도하고, 학문과 도덕적 우위를 선점하기 위해 자신을 몰아붙였다. 그렇지만 신료들은 쉽게 국왕의 뜻에 부응하지 않았고, 자신들의 당론을 고집했다. 영조는 새로운 돌파구를 고민했고, ‘示威(demonstration)’라는 방법을 찾아냈다. 영조는 己酉處分(1729)을 이끌어 내는 과정에서 합문을 폐쇄하고, 却膳을 실시하여 이광좌 이하 신하들의 사죄와 당론을 고집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받아냈다. 이후 그는 자신의 건강을 담보로 수라나 탕약을 거부하여, 신료들을 군부의 건강을 제대로 돌보지 못하는 불충을 저지르게 한다거나 어린 세자에게 갑작스럽게 전위를 선언하여 정국에 파장을 일으켰다. 혹은 숙종의 眞殿이나 경복궁, 자신의 잠저였던 창의궁, 대명의리를 상징하는 대보단 등에 거동하여 찬 흙바닥에 오랫동안 부복하고 곡읍한다거나 환궁을 거부하며 신하들을 당황스럽게 했다. 이러한 장소들은 先祖에 대한 繼志述事 혹은 명 태조의 권위를 상징하는 곳으로, 이들에 대한 영조의 효나 충을 과시할 수 있었으며 자신의 행동을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줌으로써 신료들에게 상당한 부담감을 안겨 줄 수 있었다. 또한 사안의 심각성이나 자신의 강한 의지나 불편한 심경을 표출하기 위해 편전의 문을 닫고 정사를 거부하는 방식으로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 경우에는 수라나 탕약을 거부하는 행동을 동반하여 신료들에게 가해지는 압박이 더욱 커졌다. 영조가 보여준 일련의 행위들은 자신의 의도를 관철시키거나 특정 사안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드러낸다는 측면에서 명백한 시위로 정의할 수 있다. 영조의 시위에는 크게 두 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 영조는 충역시비 혹은 명분다툼이 과열될 경우에 한해 시위행위를 보였다. 이와 같은 문제는 객관적 근거나 물증으로 판정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영조 자신의 정통성을 다투는 문제였기 때문에 당파의 대립이 정도를 넘어설 정도로 과열되면 영조는 과감히 시위를 감행하여 상황을 통제하고자 했다. 영조가 시위를 감행하면 조정의 이목이 영조에게 집중되었고, 국왕의 시위를 중단시키기 위해 신료들은 그의 뜻을 받들 수밖에 없었다. 반면 균역법과 같은 경장을 추진할 때에는 양반 지배층의 격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노소의 보합과 타협과 절충 등 지극히 정상적인 방법을 통해 난제를 해결하려 노력하였다. 둘째, 영조는 자신과 명분을 공유하는 노론을 주 시위 대상으로 삼았다. 노론은 영조의 세제책봉과 대리청정을 주도하다 辛壬獄事(1721~1722)에서 큰 화를 당했고, 영조도 이에 연루되어 옥안에 이름을 올렸다. 따라서 그도 자신의 정통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신임옥사를 반안하고, 노론의 명분을 國是로 확정해야만 했다. 그렇지만 영조와 노론은 최종 목표가 달랐다. 영조에게는 혐의를 벗고 자신의 정통성을 천명함으로써 왕권을 강화하고, 자신을 도왔던 소론 궁료들을 보호하여 노·소의 조화로운 조정을 구성하는 것이 중요했다. 이에 비해 노론은 신임옥사의 피화자들을 신원·복작하고 소론을 토역하여 노론 일당 전제를 구현하고자 했다. 영조는 노론의 명분은 구현하되 소론을 보호해야 하는 양립불가의 상황에 놓였다. 이 상황을 돌파하고, 노론과 소론이 공존하는 안정된 정국을 구현하기 위해 시위를 통해 명분 조정과정을 주도하며 노론을 견제할 수밖에 없었다. 영조는 이렇게 시위를 통해 기유처분, 십구하교, 신유대훈, 명 태조의 대보단 합사, 󰡔천의소감󰡕 반포 등 자신의 정통성을 천명하고, 정국의 주요 현안들을 자신의 의도대로 이끌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집권 후반기로 접어들면서 독단적 정국운영을 위해 시위를 충성시험의 도구로 활용하였다. 영조의 시위가 이와 같이 성공적인 결과를 가져 올 수 있었던 배경은 다음과 같다. 첫째, 영조는 시위를 통해 대치정국의 맥을 끊어 일시에 조정의 관심을 자신에게 집중시킬 수 있었다. 둘째, 평소 유교적 성인군주로서 갖춰야 할 덕목을 성실히 수행했다. 영조는 시위를 할 때에도 이런 유교적 가치를 최대한 활용하여 신료들의 반발을 방지할 수 있었다. 셋째, 영조는 최대한 많은 이들에게 자신의 행위를 노출시켜 신료들에게 가해지는 압박을 키웠다. 영조는 경험적으로 터득한 다양한 시위 기법을 적재적소에 배치하여 전시효과를 극대화하고, 신료들이 군부를 핍박하는 모습을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연출하여 신료들이 느낄 부담감을 극대화했다. 결국 영조의 이러한 전술은 효과를 발휘했고, 그는 서서히 정국을 장악해 갈 수 있었다. 영조의 시위는 붕당 간의 대립, 국왕의 정통성 시비, 정국의 주도권에 대한 경쟁에서 영조가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정국운용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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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요약

This study examines how King Yŏngjo, whose royal authority was threatened by the issue of legitimacy of his succession to the throne and severe party strife, could overcome various obstacles and take the initiative in the political situation. King Yŏngjo, a brother of the preceding king, succeeded to the throne as the next heir to the throne, an exception to the principle of succession by the eldest legitimate son, and was suspected of murdering the preceding king, King Kyŏngjong (r. 1720-1724). Thus, King Yŏngjo’s authority as the king was greatly damaged. As well, Noron, who led the succession of King Yŏngjo to the throne, demanded for the price of their sacrifice, while Soron, who opposed King Yŏngjo, maintained skepticism. King Yŏngjo attempted the t`angp`yŏng policy to change the situation and rule as he intended, pushing himself hard to preoccupy the academic and moral high ground. However, his retainers did not easily live up to the will of the King, sticking to their party platform. King Yŏngjo sought for a new breakthrough to find a method of ‘demonstration.‘ Demonstrations by King Yŏngjo included performing abstinence from regular food or rejecting herbal decoction with his own health as security, causing disturbances by ordering to pass the crown, visiting a place, where he can use ji zhi shu shi (following ancestors in their footstep and developing the ancestors’ projects) and the authority of Hóngwǔdì (r.1368-1398), such as Jinjeon (Seonwonjeon, a place to keep the portrait of King Sukjong), Gyeongbokgung Palace, and Daebodan (the Altar of Great Gratitude) to prostrate himself and weep, and refusing to administer the affairs of state with the door of the royal palace closed. King Yŏngjo could suppress those retainers who put party platform first and denied the intention of the King by showing his will and intent to the subjects including his retainers in the Royal Court through these acts. Demonstrations by King Yŏngjo had two great characteristics. First, demonstrations by King Yŏngjo appeared when an argument about loyalty and treason between Noron and Soron was overheated or Noron and Soron had a quarrel over the cause. When an argument about loyalty and treason was overheated between the two parties and went beyond the limits, King Yŏngjo resolutely controlled the situation through demonstrations. When King Yŏngjo performed a demonstration, Noron and Soron first stopped their party strife, and followed King Yŏngjo’s will. On the other hand, King Yŏngjo settled the issues through persuasion and compromise in promotion of routine state affairs such as a social reform policy, even if he met with a difficulty. Second, King Yŏngjo mainly performed demonstrations toward Noron who shared the cause with himself. Noron supported the installation of King Yŏngjo as the next heir to the throne and the succession of the King to the throne. They intended to realize one-party politics by subjugating Soron after King Yŏngjo acceded to the throne. King Yŏngjo also had to select the cause of Noron as the national policy to prove his innocence and secure his legitimacy, but he at the same time needed to check Noron by displaying demonstrations toward them in order to prevent their one-party politics. The following factors made it possible for King Yŏngjo to check his retainers through demonstrations and hold fast to his views. First, King Yŏngjo used demonstrations as a way to escape from the frame of argument about loyalty and treason set by the retainers and discontinue the situation of confrontation. Second, King Yŏngjo fully materialized the rhetoric of ‘Confucian sage kingship’ which can never be rejected in the Chosŏn Dynasty, a nation of Neo-Confucianism, drawing unconditional obedience of the retainers to his acts of demonstration. Third, King Yŏngjo exposed his demonstrations to as many people as possible to give more pressure to the retainers. By doing so, King Yŏngjo could hold a dominant position in the competition over the initiative in the political situation with his retainers. King Yŏngjo’s demonstrations were political strategies of the King to overcome the argument about loyalty and treason between Noron and Soron, which was about the King’s legitimacy, and seize the initiative in the political situ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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