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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과 헝가리의 사례 비교를 통한 레퍼토리 극장의 상업적 가능성 고찰

초록/요약

본 연구는 레퍼토리 극장이 비상업적이고 대안적인 형태의 극장이며 상업적인 목적에는 부합하지 않는다는 기존 시각에 이의를 제기하는 데서 출발하였다. 레퍼토리 극장은 현재 전 세계 공연시장의 주류 시스템인 롱런시스템과 대치되는 형태로서, 일반적으로 레퍼토리 극장에 대한 시각 역시 상업적으로 실패했던 영국의 레퍼토리 운동에 초점을 두고 상업적 공연에 반대했던 초창기 운동의 취지에 충실한 접근만을 하다 보니 그 안에 내포된 상업적 가능성은 폄하되곤 한다. 그러나 헝가리의 경우 최초의 헝가리어 극장이 설립된 이후부터 사회주의 정권 체제하, 자본주의 전환 이후까지 지속적으로 모든 극장이 레퍼토리 형식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비상업적 작품뿐만 아니라 대형 상업 뮤지컬도 성황리에 공연되는 예외적인 사례를 보여주고 있다. 상대적으로 관객층이 비좁은 국내 공연시장에서 롱런시스템 방식이 최근 보여주고 있는 여러 가지 한계점을 떠올린다면, 단기간에 더욱 다양한 공연 선택지를 제공할 수 있는 레퍼토리 극장은 현 상황에서 대안적인 모델로서 참고해 볼 가치가 있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예술적 성과와는 별개로 상업적인 형태로 정착하지 못한 영국의 레퍼토리 극장 사례와 지금까지도 일반적인 시스템으로서 운영되고 있는 헝가리 레퍼토리 극장을 도입 목적/레퍼토리의 구성과 관객층 구축/운영주체와 고용방식/지원 제도 및 보조금 확보 여부 라는 네 가지 요인 비교를 통해 레퍼토리 극장의 상업적 가능성에 어떠한 측면이 더욱 큰 영향을 미치는 지에 대해 재고했다. 그 결과, 레퍼토리 극장의 성패는 다양한 작품을 단기간 반복적으로 공연하는 레퍼토리 형태나 전속극단을 두는 고용방식 등 시스템 그 자체에 기인하기보다, 극장의 운영 방향, 레퍼토리의 구성과 보조금 지원 등 시스템 외부적 요인이 더욱 크게 작용하고 있었다. 양국의 레퍼토리 극장의 도입 목적을 살펴보면, 영국의 경우 지나치게 시장중심으로 작품을 선정해 판매가 높은 작품을 장기 공연하는 당시 공연계 흐름에 대항하는 목적에서 극작가들을 중심으로 레퍼토리 극장이 비롯되었다. 그러나 헝가리의 경우 헝가리의 독립과 민족 문화를 주창하던 당시 대중들의 정서와 첫 헝가리어 극장 설립의 시기가 맞물리게 되면서, 헝가리어로 쓰인 신작 공연을 최대한 수용하는 방법으로서 레퍼토리 방식을 택했다. 이러한 목적과 방향성의 차이는 레퍼토리의 구성과 관객층 구축 방식의 차이로 이어진다. 영국의 경우, 출발지점이 기존의 공연계 흐름에 반기를 들기 위함이었기 때문에 공연되는 레퍼토리의 구성과 성격도 작품을 소비하는 관객들의 취향에 맞추기보다 특정한 작품을 선보이고 싶어 하는 창작자의 권한이 우선시되었다. 관객들에 대한 태도 역시 적극적으로 관객을 유치하기보다는 오히려 ‘관객들이 이러한 시스템을 이해하고 반응, 감상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수동적인 입장을 견지했다. 그러나 비슷한 시기 헝가리 각지에 신설된 극장들은 당시 엘리트 계층 중심에 국한된 관객층의 확대를 위해 공연예술에서 소외되었던 노동자 계급 등 더욱 많은 대중들에게 접근하기 위해 교육 프로그램까지 마련하며 대중화를 꾀했다. 레퍼토리 구성 역시 관객 중심이었으며 검열 장치가 작동하던 사회주의 정권 치하에서도 대중친화적인 레퍼토리 선정과 운영 정책은 지속되었다. 운영주체 역시 서로 다른 양상을 보이는데 영국 초기 레퍼토리 극장의 경우 일종의 개인 기업 형태의 극장이었으나 현재는 영국 정부와 지자체가 주체가 되어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헝가리의 경우에는 사회주의 체제 하 모든 극장이 국가 소유 아래 운영되다가 체제과도기를 거치면서 각 극단이 운영주체가 되어 극장을 운영하고 있다. 영국의 사례에서는 운영주체가 개인 기업에서 국가로 변경되었을 때 비로소 안정적인 경영을 유지하게 되었지만 헝가리의 경우 운영주체가 정부에서 민간으로 이동한 이후에도 여전히 상업적 레퍼토리 극장으로서의 입지를 유지하고 있다. 레퍼토리 극장의 고용방식은 양국 모두 전속 배우와 스태프, 상주극장을 보유한 고비용 형태라는 점은 동일하나 비용조달과 지원금 확보라는 변수에 따라 상업적 정착 여부가 갈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의 현재 국립극장을 비롯한 레퍼토리 극장은 상업적 형태가 아니라 50% 이상의 국가 지원금을 전제로 한 공공 문화 정책의 일환으로서 운영되고 있다. 헝가리의 경우에도 최초 헝가리의 국립극장이 왕실로부터 지원금을 받은 이래 지속적인 후원을 받았고 사회주의 정권 이후에는 국가로부터 장기간 전폭적인 보조금을 받게 된다. 그러나 경제 자유화 이후 공공 보조금의 대폭적인 축소로 인해 각 극단별 지원금이 20% 이하로 대폭 줄어들었고 대신 기업에 세금혜택을 제공하며 문화기관 기부를 독려하는 TAO 정책과 같이 공적 영역의 지원을 민간 영역으로 돌리는 다양한 시도 등을 통해 극장들의 운영비 부담 해소에 새로운 활로를 찾아나가고 있다. 레퍼토리 극장 운영에서 보조금 확보는 필수적이지만 그 방식이 반드시 전적인 공적 보조금 지급 형태일 필요는 없으며 다양한 절충안을 통해 상업적 레퍼토리 극장도 충분히 가능한 지점임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국립극장을 중심으로 전속단체를 보유한 일부 공공극장이 레퍼토리 극장으로서의 여건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자체제작 공연보다 외부대관에 의존하는 경우가 대부분으로, 이에 국립극장은 공공성과 예술성을 우선목표로 삼고 2012년부터 국립극장은 일정편수 이상의 자체 레퍼토리 제작을 공표하기도 했다. 공공성과 예술성을 목표로 한 국가 문화정책의 일환이라는 점에서 현재 영국 국립극장의 사례와 유사한 형태로 최근 3년간 제작비회수율 면에서 점차 개선된 수치를 보이며 수익성 면에서도 오히려 개선된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현재는 전통예술 중심의 비주류 장르에 국한되어 있지만, 민간 영역으로 확대되어 보다 대중적인 장르와 결합한다면 교착상태에 빠진 국내 공연 시장에 새로운 대안으로서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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