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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톤의 정치철학에서 법치는 어떻게 정당화되는가?

How is ‘the rule of law’ justified in the political philosophy of Plato?

초록/요약

아리스토텔레스 이래로 플라톤 정치철학을 해석하는 서양의 지적 전통은 플라톤을 ‘반(反)정치적 진리’의 옹호자로 규정해왔다. 즉 플라톤이 정치의 영역 외부에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절대적인 진리를 설정함으로써 정치공동체를 구성하는 대다수 시민의 정치적 행위와 참여를 철저히 배제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해석의 경향은 플라톤 정치철학에서 철인통치가 지니는 의미를 너무 강조한 나머지, 플라톤의 철학이 내비치는 통일성(unity)을 전체성(totality) 또는 획일성(uniformity)의 의미로 재구성하는 현대적 독해로 연결되기도 했다. 반면 이 논문은 철인통치론을 플라톤 정치철학의 궁극적인 주장으로 규정하는 기존의 표준적인 해석과 달리, 플라톤 정치철학의 구상이 인치의 불확실성을 배제하고 공적 심의와 설득에 의한 공론 형성 과정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제도화된 법치질서로 귀결된다는 대안적인 해석을 제기하고자 한다. 이 논문의 해석에 따르면 플라톤 정치철학에서 보이는 ‘정체(政體, politeia)의 통일성에 대한 지향’은 일반적인 통념과 달리 다원성(pluralism)이나 시민의 정치참여(political participation)를 배제할 것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플라톤이 정체의 통일성을 강조한 이유는 정체의 구성원 사이에 공유되는 사유의 획일성 또는 의지의 전체성의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정체 내부의 갈등이 해결되지 않은 채 방기되는 혼란 상태가 공동체적 지성의 숙의를 통해 구성원이라면 누구나 이해(납득) 가능한 합리적 합의에 도달함으로써 극복될 수 있다는 사실을 주장하는 데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플라톤이 제안하는 정체의 통일성은 공적 영역에서 숙의(deliberation)가 소멸함으로써 달성되는 정치적 진공(정지)상태를 의미하지 않으며, 오히려 다양성(diversity)이 전제된 상태에서 시민들 개개인의 지성이 민주적 절차를 통해 공론의 형성에 관여함으로써 유지되는 정체의 건전성과 정치의 안정성을 의미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논문의 논지 구성은 다음과 같다. 제 Ⅱ장에서는 일반적으로 플라톤 정치철학에 내재한 모순으로 다루어지는 쟁점들을 검토함으로써 이 논문이 제안하는 플라톤에 대한 대안적 해석의 기본 전제를 정초하고자 했다. Ⅱ장의 논의를 통해 첫째, 왕도적 통치(최선의 방법)과 법치(차선의 방법) 사이에는 후자에 의한 전자의 일방적인 모방 관계만 성립할 뿐, 양자의 존재론적 위상의 차이에 의해 현상 세계에서 왕도적 통치와 법치의 대립은 애초에 성립하지 않음이 밝혀졌다. 둘째, 현실 정체의 타락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왕도적 통치자의 가능성이 닫혀있어야 하고, 인간이 추구할 수 있는 가능한 최선은 ‘좋은(훌륭한) 법질서’에 대한 구상에 있음이 밝혀졌다. 제 Ⅲ장에서는 ‘좋은(훌륭한) 법질서(eunomia)’의 의미를 살펴보았다. 플라톤 정치철학에서 ‘좋은(훌륭한) 법질서’에 대한 언급은 세 가지 맥락으로 분류될 수 있다. 첫째는 법의 기원(genesis)에 대한 논의이다. 여기서 플라톤이 법의 기원을 신으로 설정하고 있는 이유가 개개인의 인격의 불완전성을 공동체의 ‘좋은(훌륭한) 법질서’에 의해 유지되는 배분(dianomē)된 지성(nous)의 항상성(恒常性)에 지속해서 투영시켜 반추해 볼 것을 요청하는 데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둘째는 인간의 한계를 고려해 현실에서의 구상되는 좋은(훌륭한) 법질서에 대한 논의다. 여기서 인간의 한계와 좋은(훌륭한) 법질서가 조화되기 위한 몇 가지 조건이 제시된다. ① 시민들이 교육을 통해 준법성을 체득할 필요가 있다. ② 구성원들 사이의 공동체적 유대감이 확립되어야 한다. ③ 무분별한 나쁨이 배제되어야 한다. ④ 법률의 건전성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검토가 필요하다. 셋째는 당대 폴리스들의 법질서(nomōn taxis)에 대한 평가적 의미다. Ⅲ장의 논의를 종합한다면, 플라톤의 정치철학이 지향하는 지점은 인간의 한계를 반영해 옳음(orthotēs)과 준법적인 것(nomimos)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지점(적도: ta metria)을 마련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제 Ⅳ장에서는 실제로 ‘좋은(훌륭한) 법질서’의 구상이 이루어지고 있는 『법률』를 중심으로 플라톤이 구상한 좋은(훌륭한) 법질서의 공적 영역이 제도적으로 어떻게 확립되고 유지되는지를 살펴본다. 플라톤의 법치는 인치를 배제하기 위해 권력분립을 제도적 구상으로 제시하는데, 이는 ① 대의제적 요소, ② 행정, 사법, 입법 기구의 역할 분화, ③ 권력에 대한 견제를 통해 확립된다. 한편 법치질서에서 법과 시민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설득’은 법의 지성과 대중의 지성을 상호 보완적으로 증진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며, 이 과정에서 법치질서의 공론장이 형성됨으로써 시민의 참여와 법치의 절차적 타당성이 중요하게 강조된다. 마지막으로 법치질서 내부에서 권력의 작용 범위는 철저하게 제한되는데, 이는 제도화된 법치질서 내부에서 법률과 강제하는 권력의 사용이 옳고 그름에 대한 명백한 판단이 가능한 경우로 한계 지워진다는 점을 통해 알 수 있다. 현대적 관점에서 플라톤 정치철학의 함의를 평가할 때, 플라톤의 법치 모델이 정당화되는 과정과 대의민주주의에서 정치적 정당성이 확보되는 과정 사이에는 상당한 수준의 친화력이 있다고 볼 수 있다. 플라톤의 정체 구상은 견제와 승인, 설득과 강제, 공적 심의와 정체의 정당성 등의 문제에 있어서 대의 민주주의로 집약되는 현대적 관점의 민주적 질서에 준하는 정치적 구상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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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요약

Since Aristotle, the western intellectual tradition that interpreted political philosophy of Plato has defined Plato as a defender of ‘anti-political truth’. That is, Plato exhaustively excluded the political behavior and participation of the majority of citizens who form the political community by postulating the absolute truth which is external to politics and independently exists. The trend of interpretation emphasized the meaning of rule by philosopher-king in Platonic political philosophy so much that it was also responsible for the modern reading that reconstituted the ‘unity’ suggested in the philosophy of Plato as ‘totality’ or ‘uniformity’. Contrary to the existing standard interpretation which read rule by philosopher-king as the ultimate assertion of Plato, this dissertation raises an alternative interpretation that the gestation of Plato’s political philosophy is concluded in the institutionalized order of ‘rule of law’, which forecloses the uncertainty about ‘rule of man’ and emphasizes the significance of the process of forming public opinion through public deliberation and persuasion. According to interpretation of this paper, orientation toward unity of politeia that presented in political philosophy of Plato, unlike popular wisdom, don't demand to exclude pluralism or political participation of citizen. The reason that Plato stressed unity of politeia is not for building up uniformity of thought sharing among community members or totality of wills but for insisting that the state of disorder, with inner conflict of polis unresolved, can be overcome by reaching an reasonable agreement that is acceptable to anyone, if community members, through deliberation of communal intelligence. Accordingly, unity of polis suggested by Plato means not political vacuum state attained by extinction of deliberation in the public sphere but integrity of polis and stability of politics maintained by that intelligence of citizen gets involved in formation of public opinion through democratic procedure. The composition of thesis is as below. The author try to posit prerequisites of alternative interpretation of Plato's political philosophy by reviewing issues that are treated as an inherent contradiction of it in Chapter 2. Through argument of Chapter 2, these become clear, as follows. First, between politics of royal statesmanship (the best way) and rule of law (the second best way), unilateral relation that the latter emulates the former is established. However the conflict relationship between them, caused by ontologically topological difference, is not formed. Second, in other to prevent corruption of realistic polis, the possibility of ruler of royal statesmanship must be shut off. And the best possible way that people can persue is coming up with 'good order (eunomia)'. The author examines the meaning of 'good order (eunomia)' in Chapter3. Reference of it in Plato's political philosophy can be classified into three divisions. The first is argument of origin of law (genesis). This argument shows that the reason why Plato establishes origin of law as the deity is his request that members of community should bring imperfection of personality to homeostasis of distributed (dianome) intelligence (nous) maintained by 'good order (eunomia)'. The second is argument of 'good order (eunomia)' that can be adopted practically considering limitation of people. This argument provides several conditions to reconcile the limitation of people with 'good order (eunomia)'. It is necessary for citizens to learn the law-abiding spirit through education. Communal fellowship among citizens must be built up. Wickedness must be ruled out. It is necessary to review continuously the integrity of law. The third is argument of appraising law order of poleis of the time. To sum up Chart 3, the point that Plato's political philosophy aims at is establishing proper equilibrium between right (orthotes) and law-abiding (nomimos) reflecting the limitation of people. In Chapter 4, the author examines how public sphere of 'good order (eunomia)' that Plato conceived is establish and maintain focusing on Laws that presents conception of 'good order (eunomia)'. Plato's rule of law provides division of powers as institutional conception to exclude rule of person. It is established through attribute of representative system, division of role of administration, legislation and judicature, check of powers. On the other hand, persuasion taken between law and citizen in the law order proceed to direction of augmenting intelligence of law and that of the public reciprocally. And participation of citizens and procedural validity is emphasized forming public sphere of law order in this process. Finally the scope of activation of power is confined thoroughly in law order, because exercising of power is limited to cases that are possible to judge evidently whether exercising power and applying a law in institutional law order is right or wrong. Evaluating implication of Plato's political philosophy according to the modern view, it can be said that there is considerable affinity between the process of securing political legitimacy in Plato's model of rule of law and the process of procuring it in representative democracy. As to problems of first, checks and approbation, second, persuasion and coercion, third, public deliberation and legitimacy of polis, etc, Plato's conceiving polis suggests political conception that is commensurate with democratic order in the modern 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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