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봉건 시의 사회적 판타지 연구 : 사회와 개인의 분열에 대응하는 방식을 중심으로
Study on Social Phantasy of Jeon Bong-geon's Poetry: focused on the style dealing with the social and private split
- 발행기관 서강대학교 일반대학원
- 지도교수 김승희
- 발행년도 2015
- 학위수여년월 2015. 8
- 학위명 석사
- 학과 및 전공 일반대학원 국어국문학과
- 실제URI http://www.dcollection.net/handler/sogang/000000056286
- 본문언어 한국어
- 저작권 서강대학교 논문은 저작권보호를 받습니다.
초록/요약
본고의 목적은 사회적 판타지의 관점에서 전봉건의 시를 통시적으로 분석하는 것이다. 본고에서 언급하는 사회적 판타지란 하나의 기표가 이데올로기적 기의와 판타지적 기의에 의해 중층결정된 것임을 지칭하는 용어로, 이는 시를 사회·역사적인 층위와 개인의 욕망의 층위에서 동시에 분석하기 위해 안토니 이스트호프가 제안한 것이다. 따라서 사회적 판타지의 입장에서 시를 읽는다는 것은 텍스트를 통해 암시되는 의식적이고 무의식적인 욕망과 그것이 언어로 구조화되는 과정에서 덧붙여진 사회·역사적인 담론을 동시에 탐구하는 것과 같다. 지금까지 전봉건 시에 대한 연구는 그의 시를 개인의 판타지라 가정하고, 그것의 의미를 전쟁과 실향을 경험한 전봉건의 삶과 일치시키는 방향으로 전개되어왔다. 하지만 시를 구성하는 근본적인 요소를 시인의 개인적인 체험에서 찾으려는 이러한 시도는 다층적인 의미를 생산하는 시 텍스트를 온전히 이해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그것이 환원적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반면에 전봉건의 시를 개인의 판타지가 아닌 사회적 판타지로 보고자 하는 본고의 기획은 시 텍스트를 통해 암시되는 판타지가 그것이 발생한 사회의 담론과 무관하지 않음을 증명하는 것이기에 사회와 개인의 층위를 모두 살피는데 매우 유용하다. 본고의 Ⅱ장은 해방공간의 시에서 『속의 바다』에 이르는 전봉건의 전기 시를 사회적 판타지의 관점에서 분석한다. 판타지적 차원에서 볼 때, 이 시기에 창작된 전봉건의 시는 분열된 것들을 상상적으로 회복시키고자하는 동일시의 욕망을 함축한다. 따라서 이 시기의 시들은 거울단계, 강박증, 이상화와 같은 상상계적 나르시시즘의 판타지를 함축하게 된다. 이러한 판타지와 상동구조를 형성하는 이데올로기는 각각 탈식민주의 담론, 전후 폐허담론, 실존적 휴머니즘이다. 그것들은 지배 이데올로기에 적극적으로 대항하며 그것의 허구성을 드러내는 작업을 수행하기보다 지배 이데올로기의 억압으로 분열된 것들을 회복시키고자 하는 경향을 보인다. 우선 해방공간의 시들 중 「한 小節」은 “~랑”이라는 조사를 문두에 위치시키는 앙장브망을 통해 대상 간의 거리를 무화시키고, 통합된 세계(거울상)에 대한 판타지를 제공한다. 이와 동시에 이데올로기의 층위에서 볼 때, 통합된 세계에 대한 바람은 해방공간에서 형성된 탈식민주의 담론을 함축한다. 이후 「願」 과 「흙에 依한 詩 三篇 - 꽃이 노래한다는 즐거움」에서 “나”는 통합된 세계(거울상)에 자신을 상상적으로 동일시하며 이자관계의 충만함을 경험하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거울단계의 판타지는 “나”를 군번이라는 기표로 호명하는 지배 이데올로기의 억압으로 좌절되고 만다. 1950년대 시 텍스트 중 「장난」은 가늠쇠구멍을 매개로 한 눈(eye)과 시선(gaze)의 분열을 통해 지배 이데올로기에 의해 호명된 말하는 주체의 사태를 형상화한 시이다. 이때 분열에 직면한 주체가 이전에 누렸던 상상계적 충만함에 고착되면 강박증이라는 병리적 판타지가 발생하게 되는데, 그것은 「그리고 오른쪽 눈을 감았다」, 「BISCUITS」 등과 같은 시에서 삶과 죽음에 대한 반복적인 질문을 통해 구체화된다. 이러한 병리적 판타지(강박증)는 상실이라는 감각을 공유하는 전후 폐허담론과 상호작용하며 1950년대 전쟁 시의 사회적 판타지를 구성한다. 『사랑을 위한 되풀이』~『속의 바다』에 이르는 시기의 시들은 실존적 휴머니즘과 이상화의 판타지가 중층결정된 사회적 판타지인데, 그것들은 개별 주체의 회복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서로에게 일치된다. 이 시기의 시들은 거울상과 “나”의 충만한 이자관계가 형상화된 해방공간의 시들과 달리 “항아리”(「흙에 依한 시 三篇 - 외기권의 항아리」)나 이몽룡(「춘향연가」)과 같은 이상화된 대상과의 합일을 추구하는 판타지를 제공한다. 이는 분열된 자신을 분열 이전으로 되돌리고자 하는 시적주체의 욕망을 함축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상상적인 회복의 판타지는 「속의 바다 6」과 같이 이상화된 대상의 결여가 드러나는 순간 좌절되고 만다. 전기 시의 특징인 상상계적 나르시시즘의 파열은 판타지적 차원에서 전봉건의 시를 환상 가로지르기로 변모시킬 뿐만 아니라 이데올로기 차원에서의 변화를 또한 수반하는데, 이후 전봉건의 시들은 지배 이데올로기에 저항하는 이데올로기적 기의를 생산하게 된다. 본고의 Ⅲ장은 『피리』에서 「6·25」 연작에 이르는 전봉건의 후기 시를 사회적 판타지의 입장에서 새롭게 읽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 시기에 전봉건의 시가 제공하는 판타지는 분리된 주체의 환상 가로지르기로 요약될 수 있다. 후기 시의 시적주체는 분열된 자신의 결여를 인정하며 상징계의 논리에 의해 배제된 것들을 되찾고자 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러한 판타지적 층위의 변모로 인해 전봉건의 후기 시 텍스트는 탈동일시의 욕망, 상실된 대상에 대한 환상, 죽음충동과 같은 판타지를 생산한다. 이러한 판타지와 상동구조를 형성하는 이데올로기는 각각 정치적 가부장 비판, 실향담론, 통일담론으로 그것들은 지배 이데올로기에 적극적으로 저항하며, 그것의 허구성을 드러내는 작업을 수행한다. 우선 『피리』의 시기에 주목할 만한 시는 「마카로니 웨스턴」 연작이다. 전봉건은 1970년대 한국 사회를 폭력과 죽음이 난무하는 마카로니 웨스턴에 빗대어 표현하는데, 이러한 현실 비판적인 시각은 당시의 독재정권에 적극적으로 저항했던 담론(정치적 가부장 비판)을 함축한다. 이와 상동구조를 형성하는 판타지는 결여된 세계와의 탈동일시인데, 이를 통해 그의 시의 시적주체는 지배 이데올로기가 부여한 기표에서 벗어나 분리된 주체로의 이행을 감행하게 된다. 『북의 고향』과 『돌』의 시기에 강조되는 기표는 “고향”인데, 그것은 이데올로기적 층위에서 'KBS 이산가족찾기 운동'으로 대표되는 당대의 실향담론을 암시한다. 이와 동시에 판타지적 층위에서 “고향”은 근원적인 큰사물의 결여를 상기시킨다. 이 시기의 시들은 상징계에 남겨진 큰사물의 파편인 고향에 대한 환상을 통해 지배 이데올로기에 의해 배제된 것들에 대한 욕망을 유지하고자 하는 경향을 보인다. 특히 「돌23 -진혼가」는 자발적인 죽음을 통해 지배 이데올로기의 억압에 적극적으로 저항하고, 그것에 의해 배제된 것들을 능동적으로 추구하는 사회적 판타지로 분석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6·25」 연작은 전쟁에서의 죽음과 파편화된 육체의 이미지가 강조되는 텍스트이다. 지배 이데올로기는 1950년부터 1953년까지 한반도에서 일어난 전쟁을 ‘6·25전쟁’이라 명명하는데, 이는 북한군의 기습으로 전쟁이 발발하였음을 강조하는 것이다. 하지만 「6·25」 연작에서 전봉건은 전쟁으로 야기된 죽음을 반복적으로 형상화하는데, 이는 전쟁이 정치적인 맥락을 넘어 그로 인해 희생된 사람들을 기억하는 방식으로 기록되어야 함을 주장하는 것과 같다. 사회·역사적인 층위에서 볼 때, 이와 같은 전쟁에 대한 새로운 시각은 당시 민간차원에서 공유되기 시작했던 통일담론을 함축한다. 그동안 전봉건의 시는 개인의 판타지로 가정되었기 때문에 그의 시를 분석함에 있어 시인의 개인적인 경험에 많은 부분을 의존해왔다. 하지만 사회적 판타지의 관점에서 볼 때 전봉건의 시는 단순히 참전이나 실향이라는 전봉건의 삶의 맥락이 반영된 개인의 판타지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전봉건의 시는 지배 이데올로기에 적극적으로 대항하는 저항 이데올로기를 함축할 뿐만 아니라 그로 인해 야기된 분열을 극복하고자 하는 강력한 통합의 상상력이 형상화된 사회적 판타지이다. 따라서 본고는 전봉건을 당대의 사회·역사적인 문제를 깊이 있게 탐구한 시인인 동시에 그것과 상호작용하는 개인의 욕망을 판타지라는 우회로를 통해 드러냄으로써 존재 회복을 향한 분열된 주체의 가능성과 역동성을 보여준 시인이라 평가하고자 한다.
more초록/요약
This study aims to widely examine Jeon Bong-geon’s poetry from the perspective of social phantasy in the dimensions of the private desire and a social discourse. In this study, social phantasy means that the signifier gets to overdetermination by ideological signified and signified for phantasy. The term is suggested by Antony Easthope for the purpose of analyzing poetry simultaneously in the levels of an ideology and the private desire. Therefore, reading poetry from the position of social phantasy is the same as searching for the social and historical discourses in simultaneity added to conscious and unconscious private desires implied in the text and a process of structuralizing it language. Studies on Jeon Bong-geon’s poetry until now have developed in a way that his poetry coincides with his life in the Korean War and the loss of his hometown after supposing the poetry to be private phantasy. This attempt to find the essential elements constructing the poetry from his personal experience could be criticized that it is reductive as well as difficult to entirely understand the poetry producing the layers of meaning. However, I recognize his poetry as not private but social phantasy in this study. It is very useful to examine both private and social levels because this work proves that alluded phantasy from the poetry is closely related to a space discourse coming about from it. Chapter Ⅱ analyzes the former part of Jeon Bong-geon’s poetry including from the poems written in post-liberation period to Inner Sea from the perspective of social phantasy. In the dimension of phantasy, his poetry written at this time implies the desire of identification for imaginatively recovering the split things and produces phantasy of primary narcissism such as mirror stage, obsessional neurosis, and idealization. The ideology forming the same structure with phantasy of imaginary recovery is a post colonial discourse, a postwar ruin discourse, and existential humanism. They aggressively fight against the dominant ideology and show a tendency to recover the split things by oppression rather than express their fictionality. First of all, one of the poems written in post-liberation period, “A Stanza”, provides phantasy constructing specular image eliminated and integrated the distance between objects through a technique of enjambement that makes ‘~rang’ which is similar to the particle in English placed on the head of a sentence. At the same time, the desire of the poetic subject about the integrated world connotes the post colonial discourse that exists in post-liberation period from the level of the ideology. After this, ‘I’ in “Wish” and “Three Poems by Soil-The Pleasure that Flower Sings” am imaginarily in identification with the integrated specular image, experiencing the fullness of dual relation. However, phantasy of the mirror stage is frustrated due to oppression of the dominant ideology that makes ‘I’ be in interpellation with signifier named military service number. One of the poems written in the 1950s, “Game”, is the poetry embodied in the situation of the speaking subject that is in interpellation under the dominant ideology with meeting eyes and the gaze split through the hole of iron sights. When the subject faced with anxiety is in fixation with an abundance of the imaginary, obsessional neurosis is appeared as phantasy. It becomes more specific using repetitive questions about life and death in the poetry like “And Closed the Right Eye” and “BISCUITS.” This pathological phantasy makes up social phantasy of the war poem written in the 1950s interacting with the postwar ruin discourse that shares a sense of loss. From Repetition for Love to Inner Sea, the poems at this period belongs to social phantasy with existential humanism and phantasy of idealization in overdeterminaton corresponding with one another in the way that they seek the recovery of the individual subject. Being different from the poems written in post-liberation period embodied in a full dual relation between specular image and ‘I’, they provide phantasy that seek the unity of an idealized object such as ‘a pot’(“Three Poems by Soil-A Pot in the Exosphere”) or ‘Lee Mong-rong’(“Chun-hyang’s Love Song”). This work means the desire of the poetic subject that would like to restore the split-self to its condition before splitting, but this phantasy of imaginary recovery is frustrated as soon as the lack of an idealized object emerges like “Inner Sea 6.” Like this, a burst of the primary narcissism, a characteristic of the former part of Jeon Bong-geon’s poetry, not only transforms his poetry into traversing the fantasy from the phantasy level but also accompanies the change from the ideology level. After this time, his poetry has ideological signified against the dominant ideology. In Chapter Ⅲ, I take a look at the latter part of Jeon Bong-geon’s poetry from Pipe to “6·25” series in the position of social phantasy. His poetry at this period produces phantasy traversing the fantasy of the separated subject. The poetic subject in the latter poems recognizes the lack caused by the split-self and aggressively desires to restore the things excluded from the logic behind the Symbolic. Because of this transformation of phantasy, his latter poetry creates phantasy such as desires of disidentification, phantasy of the lost hometown, and death drive. Ideologies making the same structure as this phantasy are criticism on the political Patriarchism, the lost hometown discourse, and a unification discourse performing the work that reveal their fictionality against the dominant ideology. Above all, “Macaroni Western” series are remarkable poems in the period that Pipe is written. Jeon Bong-geon considers Korean society in the 1970s as ‘Macaroni Western’ that is full of violence and death in the poetry. This view of criticism against reality suggests the discourse against the oppressive dictatorship at that time. Phantasy like this is the desire of disidentification with the lack of the world and the poetic subject of his poetry thereby goes through the separated subject out of the signifier from the dominant ideology. The focused signifier in the period that Northern hometown and Stone are written is ‘hometown’ that suggests the issue called the lost hometown, represented by the campaign of finding dispersed families, in the level of the ideology. Moreover, it reminds the loss of the fundamental Thing in the level of phantasy simultaneously. In particular, the poems in this time provides phantasy that maintains the desire about excluded things by the dominant ideology through fantasy sparked by the lost hometown that is the piece of the Thing left in the Symbolic. “Stone 23?Requiem” is especially able to be read as the text that aggressively resists the oppression of the dominant ideology through spontaneous death and actively seeks excluded things by it. “6·25” series are the text focused on the image of death in war and the fragmented body. The dominant ideology names the Korean War from 1950 to 1953 ‘6·25’ that means to emphasize a surprise attack from North Korean army on that day. But Jeon Bong-geon insists that the war should be remembered for victims of the war beyond the political context by repetitively featuring death at war in the series. From the social and historical levels, this new point of view regarding the war implies a unification discourse that begins to be shared in the non-governmental level. Studies on Jeon Bong-geon’s poetry until now have much depended on his own experiences in war and the lost hometown because of the poetry the private phantasy. It is, however, not merely the private phantasy, but the social phantasy the reason why his poetry features imagination of the powerful unity to overcome the split as well as includes the counter discourse against social oppression by the dominant ideology. Therefore, I regard Jeon Bong-geon as a poet deeply studying the social and historical issues of the day and also expressing the possibility and the dynamic of the split subject toward the recovery of being with phantasy as a detour to reveal the private desire interacting with th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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