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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 고난 경험 서사 연구

“Writing Experience": A Study about Catholic Persecution Experience Narrative

초록/요약

본고는 천주교 고난 경험 서사에 관해 연구한다. 이를 위해 경험 서사가 과거 현실을 있는 그대로 투명하게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문화 공동체의 의도와 전략에 따라 재구성되는 것이라는 ‘이야기식 역사 서술’의 관점을 통해 논의를 전개한다. 서술된 경험은 절대불변의 객관적인 것이 아니라, 공동체의 사회 문화적 전통을 체화한 인간이 그 사건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이야기하는가라는 무수한 시선의 복합체, 즉 이야기(서사)의 집성으로 존재한다. 따라서 이야기가 형성·소통되는 양상에 대한 연구를 통해 고난 경험 서사의 의미와 사회적 기능에 관해 생각해 볼 수 있다. 이상의 전제를 바탕으로 본고에서는 경험 서사에 나타난 천주교 박해 사건들의 전개 양상에 관해 논의하기 보다는, 사건을 서술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서사 자질과 형식적 구성 양상에 주목한다. 2장에서는 새로운 종교를 사회 속에서 소통·정착시키기는 과정에서 작성된 서사라는 특수한 사회적 맥락 속에서, 종교적 지식체계가 천주교 고난 경험을 서술하는데 어떠한 영향을 주고 있는지에 대해 살핀다. 이를 위해 십계명을 비롯한 교리체계와 같은 ‘행위 규칙의 내용’을 드러내는 ‘교리적 지식을 활용한 서사 구성 원리’와, 성인전이나 성서에 나타난 예수와 같은 인물의 삶을 바탕으로 행위 모델과 유사하게 경험을 서술하는 ‘교리적 지식을 활용한 서사 구성 원리’에 주목한다. 이상의 원리를 통해 구성된 천주교 고난 경험 서사는 두 가지 발화 양상을 통해 소통된다. 하나는 ‘나-지금-여기’를 보여주는 지시소나 연동소와 같은 언어지표나 서술자의 가치체계를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서사를 통한 ‘자기 지시적’ 발화 양상이다. 다른 하나는 구체적인 시간이나 공간 혹은 상황과 같은 객관적이고 사실성을 담보하는 언어지표를 통해 사건을 서술하고 서사 속에서 서술자의 존재를 ‘없는 것처럼’ 숨기는 ‘사실 지향적’ 발화 양상이다. 이상의 논의를 통해 본고의 2장에서는 천주교 고난 경험 구성 양상에 관해 분석한다. <丙寅致命者傳>, <긔해일긔>, 윤지충의 <죄인지충일기>와 이경언의 <옥중수기>, <뎡산일기> 그리고 황사영의 <帛書>와 같은 서사들은 교리적 지식을 활용해 경험을 서술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대화 형식을 비롯한 수사적 전략을 통해 천주교 교리에 따르는 경험을 ‘사실로서 인식되도록’ 구성한다. 이때 <丙寅致命者傳>, <긔해일긔>, 윤지충의 <죄인지충일기>에서는 사실 지향적 구성을 통해 독자들에게 서사에 나타난 교리에 따르는 인물의 행위를 믿도록 설득한다. 이경언의 <옥중수기>와 <뎡산일기>에서는 사실적으로 구성된 경험에 대해 서술자의 가치평가를 제시하여 독자들에게 서술된 행위에 대한 믿음과 함께 그것의 가치를 소통한다. 또한 황사영 <帛書>에서는 고난 경험을 사실적으로 구성하여 독자들에게 믿음을 형성하고, 이를 통해 자신이 제안하는 조선 천주교회 복원 방법의 정당성을 설명한다. 이에 반해 이순이, 이경도, 이경언의 <옥중편지>와 최해두의 <자책> 그리고 최양업, 김대건 신부의 <서한>에서는 행위 모델에 대한 지식을 활용하여 교의적 경험 서사를 구성한다. 이를 통해 서술된 경험을 ‘천주교 가치체계에 합당한 것’으로 서술한다. 그리고 서술자의 가치체계를 서사 속에 드러낸다. 이를 통해 이순이, 이경도, 이경언의 <옥중편지>에서는 독자들에게 서술된 교의적 경험의 가치를 믿도록 설득하고 있는 것이다. 최해두의 <자책>에서는 교의적 경험에 관한 종교적 근거를 함께 제시하여 서술된 행위에 대한 믿음을 정당화하고 있다. 또한 최양업, 김대건 신부의 <서한>에서는 조선의 사회 문화에 대한 민족지적 서사를 활용하여 서술된 경험의 맥락을 제시하여 설득력을 높인다. 이러한 고난 경험의 서술 양상은 단순한 사실의 재현을 넘어선다. 이것은 서술된 경험과 그 속에서 나타나는 천주교 지식을 독자들에게 가치 있는 것으로 믿고 그것에 참여를 유도하는 ‘설득적 자질’을 형성한다. 3장에서는 천주교 경험 서사에 나타난 고난의 플롯화 양상에 대해 논의한다. 천주교에서 고난은 지극히 인간적으로 것으로 우리 삶을 논의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으로 간주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더 나아가 천주교에서 고난은 인간이 신에게 다가갈 수 있는 중요한 기회로 여겨진다. 천주교 경험 서사는 이러한 고난의 의미를 가장 효과적으로 드러내기 위한 방향으로 사건을 플롯화하게 된다. 이를 통해 전승 공동체에 상흔으로 남아 독자들에게 연민과 공포의 카타르시스를 일으킬 수 있는 고난 경험을 ‘일정한 형식’으로 구성하여 ‘의미를 구성하게’ 된다. 천주교 경험 서사는 사실적 내용을 전달하려는 기능을 넘어서 종교적 가치를 전달하고 사회에 정착시키는 기능을 한다. 이러한 서사의 구성·소통 양상은 프랑스 선교사들과 번역 성인전을 통해 조선에 전래된 ‘예화(例話, exemplum)’의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천주교 경험 서사는 예화적 글쓰기의 맥락에 따라 고난을 이겨내는 ‘전형적인 영웅 인물’의 모습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초극 양상에 관한 서사를 플롯화한다. <丙寅致命者傳>, <긔해일긔>, 윤지충의 <죄인지충일기>와 이경언의 <옥중수기>, <뎡산일기> 그리고 황사영 <帛書>는 고문과 심문 과정에서 나타나는 정신의 훈육 양상을 통해 고난을 서술하고 있다. 그리고 이순이, 이경도, 이경언의 <옥중편지>와 최해두의 <자책> 그리고 최양업, 김대건 신부의 <서한>에서는 신앙생활 과정에서 좌절된 욕망과 이로 인한 자아의 상실을 통해 고난을 서술한다. 이때 천주교 경험 서사에서는 박해 사건에 대해 종교적 믿음과 희망, 수도자로서의 당위, 혹은 현실적 상황 혹은 종교적 지식을 활용한 초극 양상을 보여주며, 고난을 극복하는 전형적인 종교 영웅 인물을 형상화한다. 하지만 고난 경험 서사에서 나타나는 초극 양상은 궁극적으로 고난을 일으키는 원인을 해결하기 위한 직접적이고 실천적인 방식은 아니다. 이것은 개인의 의식 변화를 바탕으로 한다. 따라서 천주교 경험 서사에서 서술된 초극은 사회 체계의 모순을 드러내기 보다는 사회에 대한 ‘인식적 적응 양상’으로 나타난다. 본고의 4장에서는 사회적 담론으로서 천주교 고난 경험 서사의 자질에 관해 논의한다. 이를 위해 우선 천주교 고난 경험 서사가 집단적 기억을 통해 공동의 것으로 사회화되고 있는 모습에 대해 살펴본다. 이 과정에서 <丙寅致命者傳>, <긔해일긔>, 윤지충의 <죄인지충일기>와 이경언의 <옥중수기>, <뎡산일기> 그리고 황사영 <帛書>는 현실과 이상 사이의 균열을 보여주며, 천주교를 통해 나타나는 대안적 삶의 논리를 제시한다. 이는 사회 변화에 대한 실천이 아닌 교리를 바탕으로 인식적 변화를 유도하며 조선 사회에 적응하는 포용적 담론으로 기능한다. 그리고 이순이, 이경도, 이경언의 <옥중편지>와 최해두의 <자책> 그리고 최양업, 김대건 신부의 <서한>에서는 고난의 현실을 통과의례로 인식하는 과정을 통해 현실을 너머서는 새로운 존재로서의 정체성을 획득하는 양상이 나타난다. 이러한 경험 서사는 천주교를 통한 사회 초월적 담론으로서 기능한다. 이처럼 사회적 담론으로서 천주교 고난 경험 서사는 현실을 일방적으로 부정하지도, 현실에 대해 안주하지도 않는 양가적인 특징을 보인다. 이를 통해 현실의 고난을 감내하면서도 동시에 현실을 넘어서는 새로운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는 ‘현재적 삶의 욕구와 가치’를 소통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천주교 고난 경험을 비롯한 ‘경험 서사’는 단순히 객관적인 사료(史料)로, 혹은 허구적 서사로 환원하여 이해할 수 없다. 경험을 서술·전승한다는 것은 객관과 주관의 이분법적 구분을 넘어서는 행위로 볼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사실을 매개로 구성되는 공동체의 문화적 지향을 살펴볼 수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사건에 대한 의미를 형성 소통해주는 ‘서사’가 존재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한편으로는 사건을 특정한 방향으로 서술하게 하는 에피스테메에 대해, 다른 한편으로는 사건을 서술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개인에 대해 이해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본고에서는 사회적 에피스테메에 주목하여, 공동체의 문화적 지향에 대해 논의한다. 따라서 고난 경험을 쓰는 과정을 통해 나타나는 개인적 지향에 대한 논의, 더 나아가 개인적 트라우마를 비롯한 고난의 정념을 서술하는 과정에 관한 문제는 차후 과제로 남겨 놓았다. 우리는 경험을 서술하는 과정을 통해 과거 삶을 있는 그대로 재현하는 것을 넘어서, 서술 과정을 통해 무정형의 경험에 가치를 부여하고 과거를 새롭게 인식할 수 있다. 이처럼 경험을 서술하는 것은 과거 그 자체가 아닌, 과거를 매개로 현재 살아가고 있는 더 나아가 살아가기 바라는 삶과 문화를 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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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요약

This paper studies the constructive pattern and feature in Catholic persecution experience narrative and its implication as a social discourse. An experience narrative does not represent an actual event in the past as it was, but is recreated by a narrator to reflect the intentions and strategies of a cultural community where the narrator belongs to. In this process, the narrated experience embraces social discourses beyond the literally described events. Recognizing this aspect of experience narratives, this paper focuses on the narrative feature and construction presented in the narrated events rather than the actual events related to Catholic persecution. The experiences of Catholic persecution are narrated based on the religious knowledge system for the purpose of missionary work. The narratives in Byeongin Martyr Biography, Gihae Diary, Yoon Ji-Chung's Autobiography from Prison, Lee Kyung-Un's Autobiography from Prison, Jungsan Diary, and Hwang Sa-Yeong's Baekseo narrate the experiences by using Catholic doctrines like Ten Commandments. In this process, these works make the experiences narrative by using the doctrines realistic one by rhetorical devices like a conversational form. More specifically, Byeongin Martyr Biography, Gihae Diary, and Yoon Ji-Chung's Autobiography from Prison rationalize the characters' reactions following the Catholic doctrines using real-oriented construction. Lee Kyung-Un's Autobiography from Prison and Jungsan Diary present the values of the characters' realistic reactions by adding the narrators' value evaluation on the realistic experiences. Though it, readers can perceive the narrated experiences of persecution as actual events. Using this, Hwang Sa-Yeong's Baekseo constructs persecution experiences narrative as realistic one, and proves the validity of the way of Chosun Catholic that the narrator suggests. Meanwhile, Letters from Prison written by Lee Sun-i and Her Brother, Self-Condemnation of Choi Hai-Du, and Letters written by Kim Dae-Geon, Choi Yang-Eop narrates dogmatic experiences by using the knowledge on the Catholic behavior models. In this sense, the narrator's value system described in the narrated can be interpreted to intrinsically reflect the Catholic value system. Thus, Letters from Prison written by Lee Sun-i and Her Brother makes the narrated values of dogmatic experiences realistic one. Self-Condemnation of Choi Hai-Du suggests religious bases on the dogmatic experiences to strengthen belief in the narrated behaviors. Letters written by Kim Dae-Geon, Choi Yang-Eop enhances its persuasive power of narrated experiences using ethnographic narration about the cultural context of Chosun. These features of narrating persecution is beyond the simple representation of events. From the narrated experiences, the works construct the 'performative features' which lead readers to believe the narrated experiences and the Catholic knowledge represented in the events. Following the context of exemplum writing, Catholic experience narratives implot of cognitive overcoming, which effectively shapes the 'typical heroes' conquering all difficulties they confront. In this sense, Byeongin Martyr Biography, Gihae Diary, Yoon Ji-Chung's Autobiography from Prison, Lee Kyung-Un's Autobiography from Prison, Jungsan Diary, and Hwang Sa-Yeong's Baekseo describe the persecution throughout mental disciplines such as tortures and interrogation. In addition, Letters from Prison written by Lee Sun-i and Her Brother, Self-Condemnation of Choi Hai-Du, and Letters written by Kim Dae-Geon, Choi Yang-Eop narrates the persecution causing frustrated desires and loss of identity that the characters go through while struggling to keep their religious life. And They embodies typical religious heroes conquering their hardships showing overcoming using religious beliefs and hopes in persecution, the duty of monks, Catholic knowledge. However, the cognitive overcoming presented in the experience narratives of persecution cannot be understood as a direct and practical way to resolve the fundamental problems in reality. The cognitive overcoming is based on individual cognitive changes. Therefore, the cognitive overcoming described in the experience narratives of Catholic persecution reflect how individual cognition is adapted to a society rather than revealing the contradictions of social system. Finally, this paper discusses how these experience narratives of Catholic persecution are socialized as a collective memory. Byeongin Martyr Biography, Gihae Diary, Yoon Ji-Chung's Autobiography from Prison, Lee Kyung-Un's Autobiography from Prison, Jungsan Diary, and Hwang Sa-Yeong's Baekseo reveal the disjunction between ideal and reality, and suggest the alternative logics of life based on the Catholic. That is, these works attempt to lead to cognitive changes based on the doctrines applicable to Chosun society rather than to promote radical social changes. This type of experience narrative functions as a inclusive discourse to adapt society. In Letters from Prison written by Lee Sun-i and Her Brother, Self-Condemnation of Choi Hai-Du, and Letters written by Kim Dae-Geon, Choi Yang-Eop, the characters show how they form new identities different from the reality while they perceive their hardships as a rite of passage. This type of experience narrative functions as a transcendental discourse to overcome social problems based on the Catholic. As a social discourse, the experience narratives of Catholic persecution do not encourage readers to deny the reality, but also do not ask them to settle for the presence. the narratives suggest the possibility of communication between the desires of life in reality and ideal values while overcoming the hardships at present and looking for new hopes at the same time. The experience narratives of Catholic persecution cannot be simply understood as objective historical materials or fictional narratives. Narrating and sharing an experience is an activity, transcending the dichotomy of objective and subjective perspectives. Through it, we can study cultural aims of Catholic community. And center of it, there is narrative as a linguistic composition about event. In other words, we can impose certain implications on the events in the past by a linguistic composition, and can communicate with the past. In this process, we can understand a social episteme enabling the narrative of an event, and also understand individual appeared from it. But this paper focuses on the social episteme, discussing the cultural orientation of Catholic community. So the individual perspectives and personal trauma and passion appeared in writing experiences of persecution are expected to be discussed in the future studies. While narrating an experience, we do not simply represent people’s lives in the past as they were. Throughout a narrative, we can add some values of amorphous experiences and recognize the past in a new perspective. Hence, narrating a past experience is not just to describe what happened in the past, but to write about the life and culture that we are managing connected to the past or we are hoping to ha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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