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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소설의 형성과 삽화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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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문학사, 더 나아가 한국 예술사의 공간에서, 소설 삽화는 여전히 미지의 것으로 남아있다. 삽화는 예술 장르라는 규범적이고 권위적인 장벽이 드리우는 그늘 속에 가려지거나, 혹은 그저 상업적이고 대수롭지 않은 것으로 치부되기도 했으며, 또는 이도저도 아닌 잡종의 장르로 무시되곤 했다. 삽화는 거의 언제나 주류 장르의 연구를 위한 부수적인 자료로만 여겨져 왔고, 자료창고에 수집되어 축적되는 데이터 정도로만 간주되었다. 소설 삽화가 그 자체로 본격적인 연구의 대상으로 대우받았던 적은 지금까지 거의 없었다. 하지만 소설 삽화를 대하는 이와 같은 연구 풍토가 실은 범주화와 제도화를 통해 권력을 재생산했던 근대 사회의 논리와 기묘하게 닮아있다는 점은 어딘지 씁쓸하다. 우리는, 끊임없이 나누고 분할하고 고립시키며, 때로는 배제하고 동경하게 만드는 이런 논리들이 근대적인 권력 유지의 중요한 장치로 사용되어 왔음을 목격해왔다. 더구나 지배적인 논리에 오래도록 노출된 소수자들과 그들의 예술이 스스로 열등감에 사로잡혀 주눅 들거나, 혹은 세계에 대한 막연한 적대감으로 고통 받는다는 점은 더 큰 문제다. 많은 삽화가들이 자신의 직업을 부끄러워하거나, 때로는 그것이 단지 일시적인 역할에 불과했음을 강조하면서 다른 일들을 찾아 떠나기도 했다. 하지만 바꿔 말하면, 삽화 생산자들의 이와 같은 자괴감은 근대적인 권력으로부터 배제되어 스스로부터 소외되어 왔던 근대인의 자화상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반동(反動)의 움직임이 여기저기에서 나타나고 있다. 문학이 자신의 성벽을 높이 쌓아올리고 의기양양해 하는 동안, 이미지는 대중들에게 친근하고 일상적인 매체로 자리 잡았다. 시각적인 매체에 익숙해진 사람들은 심각하고 긴 문장 대신 짧지만 직관적인 영상을 선호하게 되었다. 지하철 안에서 책 대신 스마트폰을 손에 쥐고, 소설 대신 짧은 웹카툰(web cartoon)을 다운로드 받는 사람들은 변화하는 시대의 매체 특징을 간명하게 보여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제는 오히려 소설의 죽음, 문학의 죽음을 걱정할 정도다. 짐짓 심각한 얼굴로 문학은 자신들의 종말을 걱정한다. 그러나 뒤집힌 세태를 탄식하는 요란한 호들갑이 이미지의 급작스러운 역습(逆襲)을 말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실 이미지는 언제나 늘 문자 옆에서 함께 존재해왔다. 그저 한동안 가려지고 폄하되어 왔을 뿐, 실제로 텍스트 공간에서 이미지가 완전하게 사라진 적은 없었다. 그림이 문자인 시대가 있었고, 도상이 신성(神聖)을 대신한 사회가 있었으며, 또 시서화(詩書畵)를 굳이 분리할 필요가 없었던 시기도 있었다. 물론 이미지 중심의 세계와 문자 중심의 세계는 서로 헤게모니를 쥐기 위해 대립하기도 했지만, 그러나 대부분 그것들은 성공적으로 타협하면서 서로 공존해왔다. 문자와 이미지가 서로 다른 미적 체제로 갈라진 채 소통 불가능한 상황까지 치달았던 것은 사실 그 시기가 얼마 되지 않았다. 그러므로 이 논문은 그동안 가려지고 소외되었던 타자로서의 ‘삽화’에 대한 정당한 복권을, 혹은 이미지와 문자 사이의 건강한 공존을 모색하는 연구라고 할 수 있다. 본고의 관점에서 소설 삽화는 자족적이며 완결된 텍스트로서 존재하며 그 자체로 미학적 연구의 대상으로 간주된다. 따라서 소설 삽화의 내재적인 질서를 규명하고, 그것이 소설 서사와 관련 되는 외재적 맥락을 탐색하는 것은 본 연구의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바로 이러한 관점에서 소설 삽화의 의미를 정의 한다면, 그것은 ‘소설 언술을 통해 드러나는 다양한 서사적 요소들과 효과에 대한 시각적 재현 텍스트’로서 정리될 수 있을 것이다. 소설 삽화는 소설 속의 언술들을 시각적으로 형상화하고, 사건이나 행위가 발생하고 있는 시공간을 구체화한다. 따라서 이 연구의 핵심은 소설 삽화에 나타나는 회화적 재현의 본질과 양상을 밝힘으로써 삽화의 미적 특질을 규명하고, 이 과정에서 삽화와 소설 사이의 특별한 관계를 찾는데 있다. 더 나아가, 삽화와 소설 사이의 관련을 탐색하는 이러한 연구가 궁극적으로는 그림 텍스트와 글 텍스트 사이의 상호소통적인 결합에 관한 이론적 ・ 개념적인 논의와 맞닿아있다는 점도 중요하다. 문자 언어와 비언어적 도상이라는 전혀 다른 언어 체계의 공존 방식을 보여주는 구체적인 사례로 소설과 삽화를 이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미지와 문자가 결합할 수 있는 다양한 가능성 중에서도 특별히 글 텍스트에 대한 그림 텍스트의 재현과 형상화 원리를 밝히는 데 있어서, 소설 삽화는 더욱 효과적일 수 있다. 예를 들면, 언술이 그림을 뒤따르는 그림책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생산되는 소설 삽화는, 글 텍스트에 반응하는 그림 텍스트의 특별한 대화 방식을 보여주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한편 서사적 소통의 구조 속에서 본다면, 소설 삽화는 소설과 삽화, 독자 사이에서 일어나는 특별한 서사적 커뮤니케이션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이를 테면, 메시지의 생산자와 수용자 사이에서 발생하는 일련의 커뮤니케이션 과정 속에서 삽화를 바라볼 때, 소설 삽화는 대단히 특별한 지위를 얻게 된다. 소설 언술로 재현되는 서사적 메시지를 회화적 이미지를 통해 독자에게 재전달하는 점에서, 삽화(가)는 소설(가)이 생산한 메시지를 수용하는 최초의 독자인 동시에, 그것을 재해석해 새로운 형식으로 재현하는 제2의 작가로서의 위상을 부여받게 되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러한 관점에서라면, 소설 삽화는 단순히 독립적인 미적 체계로서만 아니라, 소설 서사에 대한 메타적 텍스트로서 기능하게 된다. 즉, 소설 서사가 텍스트의 내부에서 서사적 요소를 구성하고 그것들을 특정한 법칙에 따라 조직하며, 텍스트가 상정하는 이상화된 독자들의 취향에 맞도록 이야기를 전달하는 방식들은 자연스럽게 메타텍스트로서의 삽화 이미지 속에 반영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따라서 삽화 연구는 근대적 서사문학 형성기의 한국 소설의 변화를 재구하는데 있어서도 긴요한 작업이 된다. 신소설, 번안소설, 그리고 근대소설과 함께 연재된 삽화들이 결국에는 당대 소설의 내적인 미美의 형식을 반영하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소설 삽화의 사적史的 변천에 관한 끈기 있는 추적이 종국에는 근대적 독자의 탄생과 만난다는 점도 이 논문의 중요한 논의 대상이다. 소설 삽화의 등장이 실은 근대적 독서 텍스트에 대한 시대적 기획과 맞물려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어보자. 그렇다면 근대적인 독자의 탄생, 요컨대 낭독의 습관에서 벗어나 묵독의 형식에 더욱 익숙해지고, 독서라는 행위가 단순히 누군가가 대신 읽어주는 이야기를 전해 듣는 것이 아니라, 자기 스스로가 능동적으로 이야기를 구성해 얻는 개인적인 체험을 향유하는 일임을 깨달은 새로운 독자층의 형성이 소설 삽화의 발전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사실이 새롭게 드러날 것이다. 서사적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 소설 삽화는 그 자체로 이미 하나의 개별적인 독자라는 사실을, 그리고 동시에 그것은 자신에 대한 이상화된 독자를 가정하고 그들에게 적합한 방식으로 텍스트를 생산하는 제2의 작가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결국, 소설 삽화란 근대적인 의미의 독자를 위한 독서 훈련의 교본이고, 대상 독자의 수준을 반영하는 척도이며, 또한 개별적인 실제 독자의 반응 그 자체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물론 소설 삽화의 시대적 의미는 삽화가 다른 수많은 외부의 담론들과 관계하고 소통하는 방식을 바라봄으로써 비로소 이해될 수 있다는 사실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본고의 후반부에서는 삽화가 매체와 담론, 자본의 성립과 예술 장르의 변천, 또는 미술사와 관련될 수 있는 여러 가능성들을 모색해볼 것이다. 이러한 전제 아래, 본고는 1910년대 초반에서 1920년대 중반에 이르는 시기, 한국 소설 삽화의 도입과 전개의 시대를 대상으로 한정하여 논의를 전개하고자 한다. 특히 이 시기는 다양한 가치들이 함께 충돌해 서로 헤게모니를 쥐기 위해 경쟁하거나, 혹은 공존을 모색했던 그러한 시기였다는 점에 주목해보자. 혁신적인 매체의 등장과 새로운 장르적 정체성이 형성되던 바로 그 시기, 소설과 삽화, 그리고 다른 연관관계에 있는 매체들을 함께 살펴보는 일은 새로운 탈脫장르의 예술사(藝術史)를 기획하고 있는 본 논문의 관점에서 대단히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키워드│ 신문연재소설, 삽화, 신소설, 번안소설, 근대소설, 근대, 상호텍스트성, 은유, 환유, 교섭, 장르, 매체, 소통, 공간, 재현, 형상화, 상업예술, 허구적 리얼리티, 서사, 담화, 스토리, 서사적 소통 구조, 독자, 채트먼, 안석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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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요약 도움말

This thesis studies the illustration(image) that depicts scenes of a serial of stories(text) in a newspaper. Particularly serial–story–illustrations in the formative years of the modern literature in Korea is focused in this study, because it could have influenced the establishing of the Korean modern novel and the modern readers. The illustration represents the event or the action of a story, or shows visual images of various effects that a narrative makes. Naturally these pictures have so-called a narrativity, and we can analyze them by applying the narrative theories. Moreover, the illustration assumes a special role in the narrative communication. The illustration(illustrator) is the first receiver(reader) of the message(story) from a writer, at the same time it becomes a new creative sender(painter). Therefore, if we study the representation mechanism of the illustration, we can understand what happens in the narrative communication between image and text. The illustration in the formative years of the modern literature has special functions in the narrative communication. First, it guides readers to the story by representing important plot-points. And its visual images can help the readers to enjoy the spectacle scenes and make them understand the progress of the story. The readers who are not accustomed to reading the modern novels can learn how to read them by the illustration. Besides, it shows concrete images and detailed descriptions of the story, and complement the narrative causality and reality. Therefore, the illustration has a conversation with the story in the newspaper. The communication between them is very intertextual. The image reflects on the text, and the text refers to the image. The image cannot be separated from the text, but the text becomes incomplete without the image. This is why we have to study the illustration with the story. │Key words│ illustration, newspaper novel, modernity, image, text, narrativity, representation, narrative, communication, intertextuality, virtual real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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