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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다양성의 정치 연구 : 자유주의적 다문화주의와 그 비판을 중심으로

A Study on the Politics of Cultural Diversity: Liberal Multiculturalism and its Critics

초록/요약

이 논문의 목적은 서구의 다문화주의 관련 이론을 비판적으로 검토하는 데에 있다. 다시 말해서 자유주의가 다문화사회에서도 타당한 원리임을 주장하는 자유주의적 보편주의와 자유주의적 다문화주의, 그리고 문화다양성의 맥락에서 자유주의가 한계를 드러낸다고 보는 가치다원주의와 상호작용적 다문화주의를 중심으로 서구의 다문화주의 논쟁을 고찰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처럼 자유주의를 중심으로 서구의 다문화주의 논쟁을 살펴보려는 것은 서구사회에서 자유주의가 지배적인 이념이자 문화이기 때문이고, 그런 배경에서 벌어지는 이론적 논의는 근본적으로 문화다양성의 도전에도 불구하고 자유주의가 여전히 타당한 정치이념인가에 관한 것이기 때문이다. 서구의 기존 논의는 대부분 다문화주의에 대한 찬반을 중심으로 전개되어 왔다. 그런데 이는 소수집단의 문화적 요구를 보장하는 것이 정당함을 주장하거나 반박하는 데에 몰두함으로써 문화다양성의 정치를 바라보는 이론적 시야를 좁히는 경향이 있다. 그리하여 본고에서는 문화간 소통과 창조적 상호발전을 모색하는 문화적 전망에 관한 논의를 그 대안으로서 조명하고 양자의 강점과 약점을 분석하여 문화다양성의 정치에 관한 이론적 논의를 확장하는 데 기여하고자 하였다. 이전 시대와 달리 현대사회에서 문화다양성은 정치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띠게 된다. 이는 일국 및 국가간 차원에서 관찰할 수 있다. 한 나라 안에 문화적으로 이질적인 민족과 인종 집단이 공존함에 따라 발생하는 정치적 요구와 갈등, 경쟁과 협력은 근대국가의 문화적 동질화 기획에도 불구하고 지속되고 있다. 이는 지구화의 흐름을 타고 국제 이주가 가속화되면서 더 격화되기조차 한다. 국가간 차원에서도 문화적 차이와 관련된 정치적 동원과 결속, 마찰과 충돌은 탈냉전 이후 그 중요성이 더 커지고 있다. 이러한 현대사회의 특수한 양상을 명확하게 포착하기 위하여 본고에서는 문화다양성을 종족, 민족, 인종에 관련된 문화적 차이로 정의하고, 문화다양성의 정치를 그러한 문화적 차이 및 정체성 인정 요구를 둘러싼 정치적 상호작용으로 정의한다. 문화다양성의 정치에 관한 자유주의 정치이론은 소수문화를 위한 특별한 대우의 정당성 여부를 놓고 보편주의와 다문화주의로 갈린다. 전자는 특별한 대우 없이 공통의 시민권으로 문화다양성의 도전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는 입장인 반면, 후자는 그러한 공통의 시민권과 더불어 소수문화를 위한 추가적인 권리 보장과 특화된 정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전자의 논리는 브라이언 배리(Brian Barry)의 자유주의적 보편주의 이론이, 후자의 논리는 윌 킴리카(Will Kymlicka)의 자유주의적 다문화주의 이론이 잘 보여준다. 양자는 다문화사회에서도 자유주의가 타당함을 전제로 하는 점에서 공통적이지만, 세 가지 측면에서 킴리카의 이론이 배리의 이론보다 설득력이 크다고 볼 수 있다. 첫째, 보편적 인권 또는 공통의 시민권이 보장되는 상황에서도 특정 집단에 대한 문화적 지배와 종속이 발생할 수 있다. 둘째, 자유주의 정의론의 핵심개념인 기회균등과 관련하여 소수집단에게는 주류집단에 비해 기회가 불평등하거나 더 많은 비용을 초래할 수 있다. 셋째, 사회적 억압을 줄이기 위해서는 재분배의 정치와 인정의 정치를 결합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자유주의적 이론과 달리 문화다양성의 맥락에서 자유주의의 한계가 드러난다고 보고 그 대안을 모색하는 논의로 존 그레이(John Gray)의 가치다원주의와 비쿠 파레크(Bhikhu Parekh)의 상호작용적 다문화주의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전자는 자유주의의 보편성 명제에 대한 강력한 비판을 제시하고, 후자는 문화다양성에 관한 풍부한 논의를 펼치기 때문이다. 그레이의 가치다원주의 이론은 인간의 다양한 가치를 특정 삶의 양식이나 개별 사회가 온전히 실현할 수 없음을 전제로 한다. 다양한 가치관이나 삶의 양식이 충돌할 때, 이를 어떤 최고의 선을 기준으로 삼아 해결할 수 있다는 주장은 합리주의의 오만이 빚어낸 착각으로 비판된다. 이처럼 통약불가능한 가치와 삶의 양식 사이의 충돌이 일상화된 현대사회에서는 잠정협정 다원주의가 요청되며, 이를 통해 상이한 문화와 정치체제들이 평화공존할 수 있다고 주장된다. 이러한 잠정협정은 보편적 최소도덕을 벗어나지 않는 한 인정되어야 하며, 그 구체적 결과는 정치적 타협과 조정에 따른 열린 가능성으로 남는다. 파레크의 상호작용적 다문화주의는 문화와 문화다양성에 대한 통찰을 토대로 문화간 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레이와 마찬가지로 파레크는 개별 문화가 인간의 모든 가능성을 모조리 실현하지 못한다는 사실에서 출발한다. 그러나 그레이와 달리 파레크는 문화다양성이 인간 자유의 핵심조건인 자기인식, 자기초월, 자기비판을 촉진한다는 점에 주목하고, 이러한 문화다양성의 가치를 실현하는 방법으로 문화간 대화를 제시한다. 파레크는 이러한 다문화주의 이론을 소수집단의 권리 요구에 관한 것이 아니라 상이한 문화공동체들의 적절한 관계에 관한 것으로 정의한다. 이런 관점에서 인간에게는 안정된 문화적 고향이 필요한 동시에 다른 문화와 접촉하는 일도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킴리카의 자유주의적 다문화주의, 그레이의 가치다원주의, 파레크의 상호작용적 다문화주의를 종합적으로 평가해볼 때, 문화다양성의 정치를 접근하는 일반적 틀로는 파레크의 관점이 킴리카나 그레이의 그것보다 설득력이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그것은 문화다양성에 관한 심층적 이해를 가능케 하면서, 자유주의 문화와 비자유주의 문화의 갈등 문제에 비교적 유연하게 접근할 수 있게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문화다양성의 정치를 소수집단의 문화적 요구에 관한 것이 아니라 문화공동체들의 상호발전에 관한 것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한다. 그러나 상황에 따라서 파레크의 관점은 타당성이 떨어질 수 있다. 특정 소수문화를 보호하는 것이 왜 정당한가에 대해서는 자유주의적 정의 및 평등 원칙에 기반을 둔 킴리카의 이론이 더 강력한 논거를 제시하며, 이에 따라 어떤 소수문화가 소멸 위기에 처해 있는 상황이라면 킴리카의 이론이 더 현실적이라고 볼 수 있다. 아울러 파레크의 관점은 문화공동체 사이의 갈등이 고조되어 있거나 오래 지속된 상황에는 적용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이런 경우에는 그레이의 잠정협정 다원주의가 더 효과적일 수 있다. 문화간 갈등에 큰 비중을 두는 그레이의 이론은 정치적 조정과 타협을 통한 평화공존을 제일 목표로 삼기 때문이다. 이처럼 문화다양성의 정치를 상호작용적 다문화주의의 관점에서 접근하되 상황에 따라 자유주의적 다문화주의나 잠정협정 다원주의로 보완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이러한 제안의 실효성은 현실 사례에서 검증되어야 하지만, 본고의 연구는 이론적 논의에 그쳤다. 따라서 철학적 관점을 현실의 문제에 대한 해결 방안으로 구체화하는 연구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특히 비자유주의 사회에서 문화간 대화를 강조하는 상호작용적 다문화주의의 관점이 얼마나 타당한가를 현실적으로 따져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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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요약

The objective of this study is to critically review Western theories dealing with multiculturalism. In other words, it is to examine Western debates concerning multiculturalism, concentrating on liberal universalism and liberal multiculturalism which conceive of liberalism as a valid principle for a multicultural society on the one hand, and value pluralism and interactive multiculturalism which pay more attention to limitations of liberalism in the context of cultural diversity on the other. The reason why this study of Western debates on multiculturalism is focused on liberalism is both because liberalism is a prevalent ideology and culture in the West, and because theoretical discussions taking place against such a background are basically about whether liberalism remains to be seen as a valid political idea despite the challenges of cultural diversity. The Western debates have been centered around the pros and cons of multiculturalism. However, this has tended to narrow theoretical visions on the politics of cultural diversity by making theorists immersed too much in the work of justifying or refuting the accommodation of cultural demands of minorities. Alternatively, this study highlights explications on cultural perspectives for dialogue and creative cross-fertilization between cultures. Then, strengths and weaknesses of both streams of theoretical discussions are analyzed in the hope that it will make a contribution to expanding the scope of reflections on the politics of cultural diversity. Unlike previous times, the contemporary society has witnessed cultural diversity acquiring political significance. This can be observed both nationally and internationally. Political demands and discord emanating from the existence of culturally heterogeneous groups within a state, and their competition and cooperation in that regard have continued despite the modern state's project of cultural homogenization. Internationally, too, political mobilization and solidarity along the line of cultural differences, and ensuing conflicts and confrontations among states have gained more importance particularly in the post cold war era. To capture clearly this distinctive aspect of today's society in this study, cultural diversity is defined as cultural differences related with ethnic groups, nations, and races, and the politics of cultural diversity as political interaction surrounding demands for recognition of such cultural differences and identities. Liberal political theories on the politics of cultural diversity can be divided into universalism and multiculturalism, depending upon one's view as to whether it is just to treat minority cultures differently. The first takes the position that common citizenship without special treatment is sufficient to deal with the challenges of cultural diversity, whereas the latter puts forward the argument that along with common citizenship, additional rights and differentiated policies are necessary for minority cultures. Brian Barry's liberal universalism very well demonstrates the logic of the first position, while Will Kymlicka's liberal multiculturalism offers an excellent exposition of the second position. While the two positions are the same in that they claim liberalism's validity in a multicultural society, Kymlicka's theory can be said to be more persuasive on three points. First, cultural domination and subordination over particular groups can occur even in a situation where universal human rights or common citizenship is guaranteed. Second, with respect to equal opportunity, a central concept of liberal theory of justice, minority groups can be burdened by unequal opportunities or by higher costs, as compared with majority groups. Third, it is necessary to combine the politics of redistribution and the politics of recognition in order to reduce social oppression. Besides these liberal theories, we need to consider John Gray's value pluralism and Bhikhu Parekh's interactive multiculturalism, which point out limitations of liberalism in the context of cultural diversity and explore its alternatives. The first provides a strong criticism against the thesis of the universality of liberalism, while the latter unfolds a rich discussion of cultural diversity. Gray's value pluralism is based on the premise that diverse human values cannot be fully realized in a particular way of life or an individual society. When diverse values or ways of life collide each other, the argument that such collisions can be resolved by appealing to a certain highest good as a criterion is criticized as an illusion resulting from rationalistic hubris. In the contemporary society where the clash between incommensurable values and ways of life has become a fact of everyday life, a modus vivendi pluralism is required which Gray argues will enable the peaceful coexistence of different cultures and political regimes. For Gray, a modus vivendi is valid as long as it does not violate minimum universal morality, and its concrete results are open to political negotiation and settlements. Parekh's interactive multiculturalism underscores the importance of intercultural dialogue on the basis of his insights into culture and cultural diversity. Like Gray, Parekh starts from the fact that an individual culture cannot thoroughly realize the full range of human possibilities. Unlike Gray, however, he appreciates that cultural diversity facilitates self-understanding, self-transcendence and self-criticism, essential conditions of human freedom, and proposes intercultural dialogue as a way of realize such values of cultural diversity. He defines multiculturalism not as something to do with minority groups' demands for certain rights but as something to do with adequate relationships between different cultural communities. From this perspective, he argues that for human beings, both stable cultural homes and access to other cultures are equally important. When considering Kymlicka's liberal multiculturalism, Gray's value pluralism, and Parekh's interactive multiculturalism together, we can suggest that Parekh's perspective is more persuasive as a general framework to approach the politics of cultural diversity than Kymlicka's or Gray's. It renders a deeper understanding of cultural diversity and allows for a more flexible solution of the problem of conflicts between liberal and non-liberal cultures. And, above all, it enables us to view the politics of cultural diversity as concerned with mutual development of cultural communities, not as concerned with cultural demands of minority groups. On the other hand, Parekh's perspective may be less valid on certain respects. Kymlicka's theory, based on liberal principles of justice and equality, is more powerful in explaining why it is just to protect a particular minority culture, and thus it is more plausible than Parekh's when, for instance, a certain minority culture is threatened to disappear. Also, Parekh's perspective may be difficult to be employed in situations where conflicts between cultural communities are intensified or have long lasted. In such cases, Gray's modus vivendi pluralism may be more feasible. Gray's theory, which gives more weight to intercultural conflicts, has as its primary goal peaceful co-existence through political negotiation and settlements. Therefore, it is sensible to approach the politics of cultural diversity generally from the perspective of interactive multiculturalism and, where appropriate, to supplement it with liberal multiculturalism and modus vivendi pluralism. Though the plausibility of this proposition should be tested in actual cases, the present study has stopped short of it. So further studies must follow to concretize philosophical perspectives into ways of resolving problems in reality. Particular attention should be given to the question of how valid the perspective of interactive multiculturalism stressing intercultural dialogue will be in non-liberal socie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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