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소설의 인물묘사와 유가적 사유와의 상관관계
The characterization of Korean classical novels and it's relation with Confucian thinking
- 주제(키워드) 고전소설 , 인물묘사 , 담화 , 유가적 사유 , 유가적 체용론 , 유가적 천 개념 , 유가적 심성론
- 발행기관 서강대학교 일반대학원
- 지도교수 김현주
- 발행년도 2011
- 학위수여년월 2011. 8
- 학위명 석사
- 학과 및 전공 일반대학원 국어국문학과
- 실제URI http://www.dcollection.net/handler/sogang/000000047033
- 본문언어 한국어
- 저작권 서강대학교의 논문은 저작권보호를 받습니다.
초록/요약
이 글의 목적은 고전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묘사와 유가적 사유와의 상관관계를 밝히는 것이다. 그동안 고전소설의 담화 방식에 대한 관심은 이야기 내용에 비해 많이 부족했다. 주로 고전소설의 내용을 통해서 주제 또는 사상에 대한 연구가 집중적으로 이루어져왔던 것이다. 고전소설의 인물묘사에 관한 논의도 몇 가지 존재하지만 대부분 인물묘사의 양상 자체에 집중했을 뿐, 묘사 양상에서 나타나는 담화 특성과 당대의 사유체계 간의 상관성을 밝히는 데까지는 이르지 못했다. 고전소설의 인물묘사에 나타난 담화 특성이 자리매김하게 된 데에는 당대의 사유체계의 영향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사유체계는 담화에 끊임없이 영향을 주어 담화로 하여금 일정한 결과 짜임새를 갖게 하는 정신적 조건 또는 환경이라고 할 수 있다. 고전소설의 담화 특성은 당대의 여러 사상의 영향을 받아 형성되었을 것인데, 이 글은 그중에서 유가적 사유에 주목하고자 한다. 이 글에서는 고전소설의 인물묘사에 나타나는 담화 특성을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살펴보았다. 첫 번째 담화 특성은 표현/외면적 자질이 내용/내면적 자질을 대신하여 묘사하는 경향이고 두 번째 담화 특성은 미(美)와 선(善)의 근원을 모색하는 경향이다. 그런데 두 번째 담화 특성의 경우 내용 상 변별되는 지점이 있어 다시 초자연적 지표가 등장하거나 빛의 자질이 동원되는 경향과 선천성과 맑음이 중요시되는 경향으로 항목을 나누어 살폈다. 그리고 이어서 각 담화 특성과 유가적 사유와의 관계 분석을 시도했다. 그런데 판소리계소설에서는 이 글에서 제시한 두 가지 담화 특성이 어느 정도 변화를 겪은 채로 나타나는데, 이러한 변이 양상에 대해서는 조선 후기의 사회 문화적 변동 양상과 관련지어 다루었다. 먼저 고전소설의 인물묘사에는 표현/외면적 자질이 내용/내면적 자질을 대신하여 묘사되는 경향이 짙다. 인물의 문재(文才)를 묘사할 때, 서체(書體) 및 서법(書法)묘사가 서의(書意)묘사보다 확연하게 활성화되는 양상이 관찰되는 것이다. 이를 <소현성록>을 대상으로 통계적 분석을 시도하여 알아보았다. 그리고 과거 상황 속에서 행해지는 문재묘사 장면의 사례를, 당대의 실제 과거제도의 상황을 통해 살폈다. 그 결과 이 묘사장면은 실제 과거 상황과 배치되는 양상을 띠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과거 시험의 채점 상황에서 서의보다 서체 및 서법의 묘사가 더 활발하게 이루어진다는 것은 역사적 사실 관계에 비추어볼 때 납득하기 힘든 점이다. 즉 이러한 묘사 경향은 서체의 미적 관찰을 통해 충분히 서의의 질을 대신하여 따져볼 수 있다는 당대의 인식적 정황을 반영하고 있다. 이는 외양묘사와 품성묘사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외양묘사는 품성묘사보다 더 많은 분량으로 이루어질 뿐만 아니라 질적인 측면에서도 비교적 풍성하게 이루어진다. 고전소설의 내용이 대개 윤리적 문제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인물의 품성보다 외양에 더 서술적 노력을 들인다는 점 역시 이해하기 힘들다. 즉 이러한 묘사 경향 역시 인물의 외양이 품성을 대신하여 묘사될 수 있다는 인식을 반영하고 있다. 이러한 고전소설의 담화 경향은, 유가적 체용론(體用論)과 깊은 상관관계를 지니고 있다. 체용 사상은 사물을 체(體)와 용(用)의 두 측면으로 나누어, 그 각각의 의미와 상호 연관성 속에서 사물을 이해하는 사고방식이다. 여기에서 용은 단지 형이상학적 실체로서의 체의 작용적 국면을 가리키는 것이므로, 애초부터 체와 용은 서로 다른 실체를 가리키는 것이 아니다. 이러한 ‘체용일원(體用一源)’의 사유는, 서의를 서체와, 품성을 외양과 서로 다르게 보지 않았던 당대의 인식을 해명하는데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한다. 다음으로 고전소설의 인물묘사에는 미와 선의 근원을 모색하는 경향이 농후하다. 우선 초자연적 지표가 등장하고 그 지표가 가리키는 초자연적 존재의 영향력을 의식한 입장에서, 미모와 뛰어난 글재주를 표현하려는 경향을 들 수 있다. 이 때 초자연적 지표와 인물 간의 이항적 관계가 아니라, 인물 주변의 자연물들도 묘사 구도에 등장시킨 다항적 관계 속에서 묘사가 이루어진다. 또한 빛의 자질을 동원하여 묘사 대상을 묘사하는데, 이는 빛의 연원이 되는 존재를 직간접적으로 상정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묘사 경향은 인간의 특출한 재능이 형성되는 원리가 개별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물의 조형 원리와 본질적으로 동일하다는 인식이 담화 차원에서 실현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는 유가적 천(天) 개념과 연관시켜 생각해 볼 수 있다. 유가 사상에서 천에 대한 관점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진다. 먼저 천은 의인화된 존재이며, 외재적인 상태에서 인간에게 영향력을 실현한다는 관점이 있는데, 이는 초자연적 지표를 내세우는 담화 경향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즉 여기서 천과 인물 간의 관계 구도는 수직적이다. 한편, 천은 천보다는 천리(天理)에 가까운, 총체적 원리로 보는 관점이 있는데, 이는 빛의 자질이 두드러지는 담화 경향과 관련을 맺으며, 이 때 천과 인간 간의 관계는 수평적이다. 그리고 선천적 자질을 강조하여 맑은 이미지를 강조하는 경향도 미와 선의 근원을 모색하려는 인식 하에서 설명될 수 있다. 미모(美貌)묘사의 경우, 맑음을 드러내는 담화지표는 선천성을 드러내는 담화지표와 자주 연계되어 인물의 묘사 국면에 등장한다. 이 때 추모(醜貌)묘사의 경우는 선천성을 드러내는 담화지표가 등장하지 않을뿐더러, 맑음 대신에 탁하고 얼룩짐을 가리키는 담화지표가 등장한다. 이는 유가적 심성론과 상응되는 면이 많다. 유가 사상에서는 악을 선과 대등한 개념이 아니라, 선의 부족에서 나오는 부차적 산물로 인식했다. 인간 본연의 성질은 선할 수밖에 없는데, 개개인이 지니는 기질(器質)의 속성 때문에 본래의 선함이 왜곡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고전소설에서 인물의 미모와 선한 성품을 묘사하는 방식이 천편일률적인 것은, 미와 선을 선천적이며 전일(全一)적인 공통성에 입각해 있는 것으로 여겼던 당대의 인식적 정황과 관련을 맺고 있다. 한편, 판소리계소설의 저작 배경인 조선 후기의 사회 문화적 흐름의 사상적 이면에는, 크게 보아 물질주의적 인식론과 사실주의 정신이 자리 잡고 있다. 여기에는 실학사상의 대두와 실물 경제의 변화가 한 몫 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러한 사회문화적 변동 양상으로 인해 판소리계소설에는 앞서 소개한 고전소설의 담화 특성이 일정 부분 변화를 거쳐 나타난다. 판소리계소설에는 등장인물의 품성이 묘사될 때, 이들의 외양에 대한 언급이 거의 동원되지 않고 직접적으로 서술되는 경향이 강하다. 또한 인물의 품성을 사건화하여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서사 단락도 존재하는데, 이는 경험적이고 구체적인 것을 선호하는 경향을 반영하고 있다. 이러한 경향은 당대에 대두된 물질주의적 인식론 및 사실주의 정신으로 인해 표현/외면적 자질과 내용/내면적 자질과의 관계를 체와 용이라는 관념적이고 선험적인 이론에 의거하지 않고, 두 항을 어느 정도 독립적으로 떼어보려는 시각이 형성된 것과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외양묘사 장면에서도 신체보다 복식(服飾), 맑고 투명한 자질보다 색채적인 자질을 중시되며, 미적 연원을 모색하려는 경향도 줄어든다. 즉 미적 연원을 대상 자체에서 구하거나, 인물의 자질이 후천적인 데 기인한 바가 크다는 신념이 강화된 것이다. 여기에는 물아이분관(物我二分觀)의 관점을 지닌 실학 사상의 영향이 크다. 즉 전일적인 천리에 의거하여 각각의 개체가 모두 설명될 수 있다는 인식보다, 개체는 그 자체가 가진 자질에 의해 설명되는 것이 더욱 타당하다는 인식에 기인한 것으로 생각된다. 이처럼 고전소설에서 등장하는 인물묘사의 담화 특성과 유가적 사유 간에는 밀접한 상관관계를 상정할 수 있다. 즉 이러한 담화 특성이 형성된 데에는 당대 유가적 사유의 영향이 크게 한 몫 했을 것으로 판단된다.
more초록/요약
This study aims to take a look at the characterization of Korean classical novels and identify its relation with Confucian thinking. Previous attention to ways of discourse in classical novels has lacked compared to the attention to the story. Specifically, studies on themes or ideas have been carried out mainly through the stories of classical novels. Even though there have been a few discussions on the characterization of classical novels, most of them had restricted their focus to the characterization itself and failed to identify features of discourse and correlation between thinking systems of the time. The thinking systems of the time plays an important role in the fact that features of discourse in classical novels have their standing. The systems could be considered mental conditions or environment that give discourse certain structure and organization by having continuous effects on discourse. The features of discourse in classical novels must have been made by the effects of many ideas and this study tries to put its focus on Confucian thinking. This project divided features of discourse in the characterization of classical novels into two categories. First feature is the tendency that instead of contents/internal qualifications, expressive/external qualifications describe characters. Second feature is the tendency to seek beauty and good. However, as the second feature has distinguished points, the author redivided it into two categories: the tendency where supernatural indicators appear or qualifications of light are mobilized and the tendency where innateness and serenity are regarded important. Then the author continued to try to analyze the relationship between each feature of discourse and Confucian thinking. The two features of discourse presented in this study appear with some degree of changes in Pansori novels and the author dealt with the changes in relation to social and cultural shifts in the late Joseon period. (Pansori is a form of Korea traditional folk music in the mid-to-late Joseon Dynasty. Pansori novels are novels originated from Pansori works.) First, when it comes to the characterization of classical novels, there is the tendency that instead of contents/internal qualifications, expressive/external qualification describe characters. In other words, when describing characters' ability to write, it is observed that the description of penmanship and method of writing is distinctively more apparent than that of the meaning of literature. The study tried statistical analyses of <Sohyunsungrok>- a classical novel of an unknown era by an unidentified author - to prove the observation. In addition, this project took a look at cases that describe abilities to write happening in the past through the real Gwageo of the time. (Gwageo is the highest-level state examination to recruit ranking officials during the Goryeo and Joseon Dynasty.) The result showed that the descriptions conflicted with the real Gwageo conditions. Considering historical facts, it is difficult to understand that the grading of the exam focused more on penmanship and method of writing than on the meaning of literature. In other words, this description tendency reflects cognitive circumstances of the time that the quality of the meaning of literature could be fully reviewed through aesthetic observations on penmanship. This is the same with the relationship between the description of appearance and that of personality. Specifically, the number of the description of appearance is more than that of personality and the quality of the former is richer than the latter as well. In addition, considering the fact that classical novels are mainly about ethical issues, more focus on characters' appearance than their personality is difficult to understand. In other words, this tendency also mirrors the thought that characters' appearance could be depicted instead of their personality. It has a deep correlation with Confucian Ti-Yong theory, which divides things into Ti, substance, and Yong, function, and tries to understand and study things considering meanings of each concept and their interrelation. As Yong is only referred to as functional aspects of Ti as an metaphysical entity, Ti and Yong are not different from each other in the first place. This thinking of 'TiYongIlWon', which means Ti and Yong are not different from each other, provides hints to explain the recognition of the time that thought the meaning of literature isn't different from the penmanship, and characters' personality isn't different from their appearance either. Second, the characterization of classical novels has a strong tendency towards pursuing the origin of beauty and good. First of all, there appear supernatural indicators and with the realization of supernatural beings' influence, it tends to express the beauty and great abilities of characters. The description takes place not in the relationship between two factors, supernatural indicators and characters but in the relationship between multiple factors including natural objects around characters. In addition, classical novels portray characters using qualifications of light, which means the direct and indirect presumption of the being of the source of light. This tendency could mean the realization by discourse that individual ways for people's individual extraordinary talents to build up don't exist and they are fundamentally the same with ones for natural objects to be born. It could be considered in relation to the Confucian concept of Chun, the heavens. Views on Chun is roughly divided into two categories. First, Chun is a personified being and has an influence on humans in external conditions, which is considered that Chun would have a close relationship with the discourse presenting supernatural indicators. In other words, the relationship between Chun and characters is vertical. In the meantime, Some view Chun not Chun itself but an overall concept closer to Chunlee, the heavens principle, which is related to the tendency of discourse focusing on qualifications of light where the relationship between humans and Chun is horizontal. Additionally, the tendency to highlight the image of serenity with an emphasis on innate talents could be explained under the recognition of the pursuing the origin of beauty and good. When it comes to the depiction of beautiful appearances, discourse indicators to show serenity appear in the characterization frequently related to discourse indicators to show innateness. However, when portraying ugly appearances, discourse indicators to show innateness don't even come out and discourse indicators to point murkiness and stains instead of serenity. This corresponds to Confucian Simseungron, the Theory of Human Nature. Confucian thinking viewed evil as a byproduct of lack of good rather than an equal concept to good. Specifically, human nature cannot but be good but the natural good is distorted due to individual's disposition. Therefore, that ways to describe characters' beauty in classical novels are monotonous is related to cognitive circumstances of the time that considered beauty and good innate and based the beauty and good on holistic unity. In the meantime, in a broad manner, materialistic epistemology and realism are laid behind social and cultural mood in the late Joseon when Pansori novels were produced. In addition, the rise of Silhak, Realistic School of Confucianism, and changes in real economy played quite a role. With these social and cultural changes, features of discourse in classical novels appeared in Pansori novels with some alterations. When the personality of characters are portrayed in Pansori novels, it tends to directly depict the personality almost without any mention of their appearances. Additionally, there are paragraphs where the personality is directly showed using specific events, which reflects the tendency in favor of experimental and specific ways. The tendency seems related to the view which, with the effects of materialistic epistemology and realism of the time, was shaped to see expressive/external qualifications and contents/internal qualifications as independent concepts to some degree rather than depending on abstract and transcendental theory of Ti and Yong which understands the two qualifications are correlated. Moreover, when portraying appearances, wardrobe and jewelry are considered more important than physical features, color is regarded more essential than serenity, and it is less likely to pursue the origin of beauty. In other words, there were more beliefs that try to obtain the origin of beauty from the subject itself and that qualifications of characters are acquired, not inborn. These beliefs are hugely affected by Silhak with views of Mulahyibumgwan. In other words, they come from the realization that it is more proper for entities to be explained by their own qualifications rather than the realization that each entity could be all explained based on the overall Chunlee. In conclusion, it could be stated that there is a close interrelationship between features of discourse in the characterization in classical novels and Confucian thinking. In other words, it is understood that Confucian thinking of the time played a big role in the creation of these features of discour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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