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중반 이후, 북한주민에 의한 "일상적 저항"의 정치
The Politics of the "Everyday Forms of Resistance" Adopted by North Koreans Since the Mid-1990s
초록/요약
이 연구의 목적은 최근 북한에서 '일상적 형태로 나타나고 있는 저항'의 현상들을 특정한 이론적 관점에서 검토함으로써, 현재 북한의 상황을 보다 분석적으로 설명하고, 이를 토대로 향후 북한의 변화상을 전망해보는 데 있다. 이러한 목적 하에서, 이 논문은 다음과 같은 질문에서 출발한다. "왜 북한주민들은 심각한 위기상황 속에서도 집단적 혹은 대규모의 반란을 일으키지 않는가?" 이러한 질문은 첫째, 북한의 체제변화와 관련하여 북한주민들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하나의 주체인지 혹은 수동적인 존재에 머물러 있는지, 둘째 이들이 체제 변화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면, 어떠한 방식으로 그것이 나타나는지에 대한 물음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에 대해 북한의 체제변화를 다루어 온 다수의 연구들은 주로 북한의 지배계급의 행태 측면에 초점을 맞추어 왔다, 이에 따라 자연스럽게 북한주민들의 행태와 역할에 대한 설명은 상대적으로 경시되어왔다. 이에 대해 이 연구는 북한주민들에 대한 상대적 경시가, 첫째, 북한주민들을 체제변화 과정에서 '수동적이고 미약한 존재'로 인식하는 데 기인하고 있음과 둘째, 이들의 행태를 효과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이론적 분석틀이 부재했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그리고 이에 대해 반론을 제기하면서, 북한주민들은 주어진 조건 속에서 합리적으로 판단하여 행위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이들의 행태가 북한의 체제변화 혹은 유지에 일정 부분 기여하고 있음을 밝히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서, 이 논문은 다음과 같은 방법을 사용하였다. 첫째, 북한주민들이 벌이고 있는 '일상적 저항'이 어떠한 논리 하에 선택되고, 그것이 어떠한 방식으로 작동하고 있는지를 스캇(James C. Scott)의 이론적 설명을 토대로 검토하였다. 둘째, 북한주민들의 미시적 행태를 보다 엄밀하게 설명하기 위해서는 사실상 참여관찰의 방법이 효과적임을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이 방법은 현재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따라서 이를 극복하기 위해 탈북자들을 대상으로 심층면접을 실시함으로써 이론적 설명에서 발생할 수 있는 공백을 채우고자 하였다. 그런데 스캇의 설명이 피지배계급의 '일상적 저항'이 발생하는 원리를 설명하는 데 유효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하더라도, 그것을 북한주민들의 행태를 설명하는 데 효과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비판적 검토과정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논문에 다음과 같이 반영하였다. 첫째, 스캇의 이론적 설명에서 부재하고 있는 외부적 환경의 변화와 그것이 북한 사회에 미칠 수 있는 영향력을 고려하고자 했다. 둘째, 일상적 저항이 집단적 저항으로 전환될 수 있는 임계점. 즉 생계위협의 수준을 측정할 수 있는 보다 명확한 지표를 설정하고자 했다. 한편 북한주민들에게 일상적 저항이 그들에게 유효한 수단이 될 수 있음을 검증하기 위해서는 일상적 저항과 그것으로 인해 나타나게 결과들 즉, 특정한 정책 및 제도적 보상 혹은 당국의 대응 등이 효과적으로 제시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는 연구 대상 공간에 대한 접근의 어려움으로 인해 효과적으로 제시되기 힘들다. 따라서 이 논문은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심층면접의 방식을 통해 도출된 사실을 통해, 북한주민들과 당국자들 간에 일상적 저항을 매개로 만들어지는 특정한 관계를 보여줌으로써 북한에서 일상적 저항은 하나의 주요한 생활 패턴으로 고착화되어 있음을 보여주고자 하였다. 이러한 비판적 검토과정을 거쳐, 이 글은 현재 북한 사회에서 나타나고 있는 일상적 저항의 양상과 작동 원리를 설명할 수 있는 분석틀(36쪽 참조)을 재구성하였으며, 이것에 기초하여 위에서 제시한 문제를 풀어나가고자 하였다. 먼저, 일상적 저항이 진행되는 첫 단계는 북한주민들이 불만을 인식하는 단계이다. 북한주민들은 '대외적 요인'과 '대내적 요인(정치경제적 요인)'에 따라 불만을 인식하게 된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최근 중동 및 북아프리카 지역에서 나타나는 체제변화의 양상과 이러한 외부정보의 북한 사회 내 유입과 같은 대외적 요인들이 아직까지는 일정한 북한주민들의 불만 인식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현재 북한에서는 이러한 외부 정보의 유입을 차단하기 위한 법적, 제도적, 기술적 통제 장치가 여전히 강력하게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북한주민들은 현재 그들이 위치하고 있는 정치경제적 상황 속에서 불만을 인식하게 된다. 다음 단계는 불만을 인식한 주민들이 그것을 해소할 수 있는 저항의 방식을 결정하는 단계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북한주민들은 다양한 형태의 저항 방식들 중 '일상적 저항'과 같은 소규모의 저항 방식을 선택하게 된다. 왜냐하면, 첫째, 여전히 북한 사회에는 주민들에 대한 강력한 사회통제메커니즘이 존속하고 있으며, 이들에 대한 억압기제가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주민들은 자신들의 손해를 최소화하고자 하는 위험회피전략에 근거하여 위험부담이 큰 대규모 저항보다는 소규모의 저항을 선호할 것이다. 둘째, 공식적 경제와 비공식적 경제가 공존하는 북한의 이중경제 시스템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비록 90년대까지 이어진 '고난의 행군' 시기를 거치면서 북한의 공식적 사회보장시스템은 붕괴하였으나, 여전히 북한 사회 내에는 주민들에게 최소한의 생계를 보장할 수 있는 비공식적 보장체계가 존속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북한주민들은 공식적 보장체계의 회복을 위해 투쟁하기 보다는 비공식적 경제체계 속에서 일정한 수준에서 생계보장을 추구하는 방식이 보다 합리적이라는 판단을 내릴 것이다. 결론적으로, 위와 같은 상황에서 주민들의 선택지는 위험부담이 큰 대규모 저항 보다는 일정 수준의 생계를 보장받을 수 있을 정도의 소규모 일상적 저항이 될 것이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이러한 북한주민들의 저항 방식의 결정은 합리적인 판단 하에서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셋째, 이러한 일상적 저항은 북한 사회 내에서 주민-당국자 사이에 특정한 커넥션을 형성하게 함은 물론 고착화 된다. 이에 따라 일상적 저항은 북한 사회에 하나의 주요한 생활 패턴으로 자리잡게 된다. 그리고 이를 통해 주민들의 체제 변화에 대한 지향성은 감소되며, 결과적으로 이러한 메커니즘은 체제 변화를 지연시키는 데 일조하게 된다. 여기에서 주민과 당국자 간에 맺어지는 커넥션은 '뇌물 주고받기'의 메커니즘을 통해 설명될 수 있다. 주민들의 경우, 뇌물에 들어가는 비용보다 안정적인 사적 경제 활동의 보장이라는 이익이 더 크다는 점에서 뇌물이라는 비법적 수단을 선택하게 된다. 또한 간부들의 경우에도, 단속활동을 벌이고 공식적으로 얻게 되는 보상 보다는 뇌물을 통해 얻는 이익이 더 크다는 판단 하에서 비법적 활동에 동참하게 된다. 주민들의 뇌물 제공, 간부들의 비법적 경제활동의 묵인 및 허용 등은 결과적으로 북한 사회 내에서 일상적 저항이 반복 및 유지되고 저항의 수준이 확대되는 것을 방지하게 된다. 그리고 이를 통해 이러한 메커니즘이 고착화되고, 주민들의 체제 변화에 대한 지향성은 감소하게 되어, 이들은 체제변화가 아니라 오히려 체제가 유지되는 데 일정한 기여를 하게 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북한주민들이 주어진 상황 속에서 합리적으로 판단하여 결정한 일상적 저항의 방식은 북한주민들에게 일정 수준의 기초 생계를 보장하는 데 기여하는 한편, 체제의 변화를 지연시키는 데 일정하게 기여하게 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이 논문의 연구 결과는 다음과 같은 점에서 의의를 갖는다. 첫째, 북한연구에서 그동안 상대적으로 경시되어 왔던 기층 단위 인민들의 행태를 분석적으로 설명하고, 이들의 미시적 행태를 토대로 이들이 북한의 체제변화 및 유지에 일정 부분 기여하고 있음을 밝혀냈다는 점이다. 둘째, 북한주민들의 미시적 행위에 대한 분석을 토대로 향후 북한 체제 변화의 가능성을 전망해 보았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향후 북한 체제는 어떻게 전개되어 갈 것인가? 이 연구의 설명에 비추어 볼 때, 다음과 같은 전망이 가능할 것이다. 먼저, 일상적 저항이 뿌리를 내리고 북한 사회에 전반적으로 확산되어 있는 현 상황에서 기층 단위에서의 급격한 변화는 단기간 내 일어날 가능성이 낮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러한 안정 상태는 지금처럼 사적 경제활동을 통해 일정한 수준에서의 생계가 지속적으로 보장된다는 전제 조건하에서 가능하다. 스캇 역시 최소의 생계보장 메커니즘이 붕괴되었을 때, 농민들은 집단적 저항에 나서게 됨을 지적하였다. 공식적인 경제 시스템이 붕괴되어버린 상황에서, 지속적인 공급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결국 비공식적 경제체계 속에서 이루어지는 자원의 공급도 한계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다시 말해, 공급의 부족이라는 구조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비공식적 경제 체계에 의존하여 생계를 지속적으로 보장받는 것은 분명 한계가 있다. 결론적으로, 이러한 비공식적 메커니즘조차 붕괴되어 작동하지 못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되면, 북한주민들의 저항 방식에 대한 결정은 변화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는 집단적이고 대규모의 저항으로 전환,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향후 북한 사회에서 나타날 수 있는 이와 같은 저항의 성격 변화는 본 논문에서 전망한 수준을 넘어 앞으로 지속적으로 연구되어야 할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more초록/요약
This study aims to examine the "everyday forms of resistance" presently occurring in North Korea from a particular theoretical viewpoint in order to arrive at a more analytically rigorous understanding of conditions in that country and based thereon to predict changes that may hereafter occur in its society. The analysis begins with the following question: "What prevents ordinary citizens of North Korea from responding to intense oppression with collective or large-scale revolt?" This preliminary question leads to two others: First, whether ordinary North Koreans are or can be active agents of regime change, or rather tend to passively conform to existing socio-political structures; second, if they can and do engage in action that may in time contribute to regime change, then what forms such actions take. Most studies on the possibility of regime change in North Korea have focused on the behavior of the country's ruling class, which tendency has naturally led to less attention being given to the behavior and role of ordinary citizens of that country. This thesis points out that the discounting of ordinary citizens in such studies has contributed, first, to a prevalent sense in the literature that non-ruling class North Koreans are passive and weak and do not play a significant role in developments that may lead to regime change, and second, to the absence of a theoretical framework capable of effectively explaining their behavior. This study rejects common assumptions and seeks to illustrate that ordinary North Koreans conduct their affairs based on judgments that are rational in light of the constraints with which citizens are faced, and that the behavior so produced does partially contribute toward regime change or regime maintenance, as the case may be. The thesis uses the following methodology to achieve these aims. First, it borrows from the theoretical framework found in the studies of James C. Scott to examine the logic behind North Koreans' choice to engage in "everyday resistance" and the forms that such resistance takes. Second, while direct observation would no doubt lead to a more precise explication of the behavior of ordinary North Koreans, given the impracticability of such field work, the study seeks to remedy some of the gaps that must necessarily remain in a purely theoretical explication through in-depth interviews with North Korean refugees. However, even though Scott?s analysis provides helpful tools for understanding the processes by which everyday resistance comes to surface, his theories must be subjected to critical evaluation before they may be effectively deployed to explain the behavior of ordinary North Koreans. Thus, the study supplements Scott's theories in two significant ways. First, it attempts to take into account changes in the external environment, which factor is missing from Scott's analysis, and the possible effects of such changes on North Korean society. Second, it attempts to provide a clearer index of the level of threat to subsistence necessary to reach the critical point where everyday resistance turns into collective resistance. In order to persuasively show that ordinary North Koreans deploy everyday resistance tactics in effective ways, one must be able to describe both the forms of resistance and the changes that ensue, such as policy shifts, institutional compensation, and measures taken by the authorities. However, these tasks are made difficult by the almost complete lack of direct access to the field under study. This thesis attempts to mitigate such difficulties by using facts gained from the author's in-depth interviews to illustrate the particular relationships that are formed between ordinary citizens and the authorities through the former's engagement in everyday resistance, and to show that everyday resistance has become an established way of life in North Korea. After such critical evaluation, the thesis reconstructs an analytical framework (see p. 36) for explaining the characteristics and operative mechanisms of everyday resistance in North Korean society, and attempts to use this framework to solve the problems presented above. The first stage in the process culminating in "everyday resistance" is awareness of discontent. Such awareness can be caused by either external or internal (politico-economic) factors. Significantly, external factors such as the recent string of regime changes in Middle Eastern and North African regions and the influx of information concerning such into North Korean society have not, to date, had a significant impact on ordinary North Koreans' awareness of discontent. This is due to the continued vitality of legal, institutional, and technological controls over the dissemination of outside information. Thus, ordinary North Koreans generally come to experience discontent within existing politico-economic structures. The next stage involves the citizens' choosing the means wherewith to release their discontent. At this juncture, ordinary North Koreans choose resistance on a small, day-to-day scale over more aggressive forms of resistance. This is due to several factors. First, powerful social control mechanisms remain in operation in North Korean society, and under such circumstances, citizens use risk avoidance strategies to minimize personal loss, choosing small-scale resistance over large-scale resistance. The second factor is North Korea's dual economy, i.e., the coexistence in that country of an official and unofficial economy. Although North Korea's official social security system imploded during the "March of Tribulation" of the 1990s, there remains in North Korean society an unofficial security system that ensures to its citizens a minimum means of livelihood. In this situation, ordinary North Koreans tend to conclude that it is more reasonable to pursue security as to basic means of living within the unofficial economic order than to battle for the restoration of the official social security system. In sum, because of the circumstances described above, citizens end up choosing everyday resistance of a scale just large enough to allow them to acquire basic means of subsistence, rather than large-scale resistance, which carries high risks. The important thing to note here is that the citizens make this choice based on rational decision-making. Thirdly, a special connection is formed between citizens and governmental authorities through the former's use of everyday resistance, and such forms of resistance become ingrained in North Korean society. As everyday resistance becomes a significant way of life, ordinary North Koreans' appetite for regime change becomes diminished, and the small-scale insubordinations in the agglomerate operate to delay regime change. Here, the connection that exists between officials and the citizens under their authority may be explained through the mechanism of bribery. On the side of the citizen, the cost of bribing officials is less than the expected benefit-namely, guaranteed security regarding the citizen's private economic activities-which is why the citizen chooses this extralegal method. On the side of the official, compensation for enforcing regulations is less than what the official can earn through bribery, which is why the official also takes part in the extralegal activities. As the result of the citizens? payment of bribes and the officials' overlooking and permitting of extralegal economic activities, everyday resistance occurs repeatedly and continuously in North Korean society, without becoming something bigger and more dangerous. The mechanism becomes a fact of life and citizens' desire for regime change is weakened so that instead of contributing to systemic change, everyday resistance contributes to system maintenance. In short, everyday resistance, chosen by ordinary North Koreans based on rational decision-making, on the one hand helps them to secure a certain limited means of living, but on the other delays the onset of more fundamental change. Thus, this study has the following implications. First, it analyzes the behavior of ordinary North Koreans, a group that has been largely ignored in North Korean studies, and by means of a micro-level examination of their behavior shows that this group has partially contributed to systemic change or maintenance of the status quo, as the case may be. Second, it uses this micro-level analysis of citizen behavior to assess the possibility of future regime change in North Korea. What will North Korean society look like in the future? In light of the claims and evidence set forth in this study, the following predictions are possible: First, in circumstances similar to the present, where everyday resistance has taken root and is widespread, the possibility of radical change originating from the grassroots level is very low. But the important thing is that this maintenance of the status quo is only possible on the condition that ordinary citizens can acquire basic means of living through private economic activities, as they do presently. Scott himself pointed out that the collapse of the mechanism ensuring basic means of subsistence would engender collective resistance. In a situation where the official economic system has collapsed, if there is no continuity of supply, then chances are high that the supply of materials within the unofficial economic system will too reach its limit. In other words, absent resolution of the systemic problem of supply deficit, there is no guarantee that citizens will be able to continue to procure means of subsistence through the unofficial economic system. To conclude, if the unofficial economic mechanism also collapses, the choice of ordinary North Koreans regarding the form of resistance to adopt will change. It is certainly possible that under such circumstances, resistance will become collective and more radical. The possibility of a shift in the nature of citizens' resistance is an important subject that merits much more exhaustive study than that undertaken in this 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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