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망명을 통한 매체성 고찰과 매체-기계 개념 마련을 위한 연구 : 버틀러, 아감벤, 들뢰즈의 논의를 중심으로
Study on Media Attribute through Cyber-exile and Establishment of Media-Machine Concept
초록/요약
‘사이버-망명(cyber-exile)’이라는 언표 안에는 무한한 자유와 유한한 운신(運身) 사이의 긴장이 그대로 응축되어 있다. 이 긴장의 한 쪽에는 시간과 공간에 귀속되지 않는 사이버 공간이 여전히 변함없는 자유로움을 선전(propaganda)하고 있으며, 다른 한 쪽에는 사이버 공간에서조차 떠돌아야만 하는 추방된 존재들이 현실 속 삶 만큼이나 불안한 삶을 영위하고 있다. 현실과 마찬가지로 사이버 공간에서도 자유와 비자유의 경계 사이에 위치할 수밖에 없는 이중 구속된 존재들의 떠남과 도착(그리고 다시 떠남)이 서사를 이룬다. 여기서 사이버-망명 사이에 위치한 하이픈 ‘-’은 이 둘 사이의 불편한 결합과 모순된 관계를 드러내는 간극이자 기존의 (사이버 공간에 대한) 통념을 와해시킬 증상(symptom)임을 직접적으로 나타낸다. 다시 말해 사이버와 망명이라는 두 항을 ‘-’으로 연결하는 것은 결코 화해할 수 없는 긴장을 보여줌으로써 지금의 현실이 감추고 있는 복잡한 역학 관계를 현시(顯示)하게 만드는 동기가 될 수 있다. 그렇다면 사이버-망명은 정치적인 이유에 의해 우연히 발생한 현상 그 이상의 의미로 독해되어야 한다. 사이버 공간에서도 “자기 자리에서 벗어나는(Edward W. Said, 2001)” 망명자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이 공간 역시 현실 공간에서와 마찬가지로 권력과 통제, 억압과 추방, 감시와 처벌이 작동함을 말해준다. 그리고 이는 사이버와 현실이 ‘-’을 사이에 두고 긴밀히 엮여있음을, 사이버 공간을 정의하기 위해서는 현실의 어법을 차용할 수밖에 없음을 보여주기에 사이버 공간에 대한 존재론적 물음으로 이어진다. 사이버 망명의 발생은 사이버 공간이 과연 어떤 공간인지 되묻는 한편, 이를 확장함으로써 매체가 존립하는 근거 자체를 되묻는 시도로 이어지는 것이다. 본 연구는 서론과 결론을 제외한 4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4개의 장은 순서대로 사이버 망명에 대한 의미 분석, 버틀러의 수행성, 아감벤의 예외상태, 들뢰즈의 기계에 대한 논의로 이어지며, 연구 전체적으로는 이들 논의들을 매체라는 큰 틀 안에서 조망하고 있다. 본 연구의 내용을 요약·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 번째 장에서는 사이버 망명이 현실 속 망명의 언어를 차용할 수 있는지, 즉 현실 속 망명이 갖는 자유와 비자유의 역설이 사이버 공간에서도 통용되는지 살펴보고, 사이버 망명을 매체성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제기로 독해할 것을 제안한다. 현실 속 망명이 박탈의 상황을 생산하는 권력에 의해 발생한 것과 마찬가지로 사이버 망명 또한 외적 요인들에 의해 발생한 만큼 단순한 일탈이나 유행 정도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 망명은 은유이지만 동시에 현실의 상황이 압축되어 있기도 한 까닭이다. 또한 망명으로 명명할지라도 이 역시 일의적으로 규정할 수 없다. 망명은 추방이자 동시에 탈주라는 양가적 의미를 갖기 때문이다. 같은 현상이라도 이동 혹은 망명이 될 수 있고, 망명이라 하더라도 이 또한 추방 혹은 탈주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은 의미가 선험적으로 내재해 있는 것이 아니라 어떤 배치 속에서 무엇과 접속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즉 사이버 공간이 국정원의 인터넷 패킷 감청이나 검찰의 이메일 검열 등과 같은 배치와 접속해 사이버 망명이라는 사건이 발생할 경우, 사이버 공간은 더 이상 자유로운 공간이 아닌 ‘가상적 포섭’까지도 가능하게 하는 기제로 작동하게 된다. 때문에 사이버 망명은 매체가 갖는 속성들과 이 속성들이 구체적 맥락 속에서 작동하는 방식 사이에 간극이 있음을 보여주는 증상임과 동시에 나아가 기존의 매체 담론을 낯설게 보기 위한 사유의 계기가 될 수 있다. 두 번째 장에서는 사이버 공간을 일의적으로 규정해왔던 기존의 매체담론을 비판적으로 고찰하고, 선험적 속성을 전제한 매체성에 괄호를 침으로써 수행성(performativity)으로서의 매체를 정립한다. 선험적 속성을 전제하는 기존의 매체담론은 매체와 현실 사이의 간극, 즉 공간이라는 범주가 성립하지 않는 사이버 상에서 공간 이동의 극한인 망명이 발생했다는 사실을 설명하지 못 한다. 때문에 매체의 속성에 대해 판단을 중지한다면, 다시 말해 (선험적 속성을 전제하지 않고) 이 공간에 괄호를 친 후 사후적으로 구성하는 시도를 한다면, 이 공간이 ‘존재(being)’가 아닌 ‘행위(doing)’들로 구성된 수행적 공간임을 볼 수 있게 된다. 수행성으로서의 매체는 정체성을 스스로의 행위로 구성하며 자신을 근거 지을 초월적 가치를 부정한다. 매체가 갖는 매체성이 담론을 형성하고 국면을 창출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담론과 국면이 특정한 매체성을 작동시키는 것이며, 매체성은 이들의 숨겨진 원인이 아니라 담론의 효과일 뿐인 것이다. 이를 통해서 선험적 매체성에 기반한 논의를 대체할 이론적 근거를 얻을 수 있다. 세 번째 장에서는 수행성의 공간을 정립하기 위해서는 수행성의 작동이 멈추는 지점, 즉 예외상태를 참조해야 됨을 논의한다. 사이버 망명을 예외상태라는 개념으로 이해함으로써 매체 일반에 대한 새로운 개념화를 시도하는 것은 정상상태가 예외상태와의 관계를 통해서만 비로소 자신의 정상성을 구축할 수 있다는 논리와 구조적 동형성을 갖는다. 다시 말해, 사이버 망명이라는 현상이 매체의 정상성을 인준하는 뇌관으로 작동할 수 있음을 밝힘으로써, 정상성의 영역이 선험적으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배제된 영역(예외상태, 즉 사이버 망명)과의 관계를 통해서 규정되는 가변적 영역임을 보려는 것이다. 예외상태는 규칙으로부터 배제되었다는 사실 때문에 규칙과 무관하지 않으며 오히려 규칙의 정지라는 형태로 규칙과 관계를 맺는다. 때문에 사이버 공간은 사이버 망명이라는 예외상태와의 관계 속에서만 자신의 매체성을 정립하기 위한 시도를 할 수 있다. 이는 선험적 매체성을 논의의 대상으로 삼았던 기존의 사이버 담론이 사이버 망명이라는 모순된 현상을 설명하지 못하는 한 자신을 정립할 수 없음을, 오직 자신 안에 말소된 형태로 기입되어 있었던 모순된 현상을 직시하는 한에서만 자신을 규칙으로 만들 수 있다는 역설을 의미한다. 하지만 이로써 정립된 정상성은 기존의 매체성이 아닌 내부와 외부를 식별할 수 없는 ‘비식별역’에 다름없으며, 바로 여기에서부터 매체를 사유할 최소단위의 추출이 가능해진다. 네 번째 장에서는 예외상태를 참조한 후의 비식별역을 ‘매체-기계’라는 개념으로 재정립하고, 이를 매체철학과 문화연구를 절합할 수 있는 개념적 공간으로 구축한다. 사물을 둘러싸고 있는 배치가 변한다면, 그래서 그 사물과의 접속항이 바뀌어 새로운 사건으로 구성된다면, 그 사물은 전혀 다른 의미를 획득하게 된다. 들뢰즈와 가타리는 어떤 요소와 결합하여 질료적 흐름을 절단하고 채취하는 방식으로 작동하는 모든 것을 ‘기계(machine)’라고 정의한다(들뢰즈·가타리, 2001). 그렇다면 매체 또한 기계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매체도 선험적, 본질적 정의를 가진 채 맥락과 관계없이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무엇과 만나고 어떤 배치를 형성하느냐에 따라 결정되는 구성적 개념으로서의 ‘기계’로 작동하지 않을까. 매체를 그것이 지닌 내적 속성이 아니라 외부성의 관점 혹은 배치의 관점에서 사유하는 것, 그럼으로써 고정된 매체성의 발현이 아닌 특정한 상황과 관계 안에서 새로이 정의될 수 있는 매체-기계를 고안해 내는 것, 그것은 일상과 매체가 교호하는 실천적 지점을 가능하게 한다. 매체에 괄호를 침으로써 이 공간이 수행성의 공간이며 단지 매체-기계로 존재할 뿐이라는 사실을 이해한다면, 바로 여기에서부터 수많은 매체 경험을 설명할 수 있는 근본적인 사유의 시작점을 도출해 낼 수 있게 된다. 다시 말해 매체가 고정되어 있지 않다는 것, 매체-기계로서의 매체는 일상 속에서 끊임없이 재정의 되는 가변적이고 다층적인 영역이라는 것에서부터 ‘출발’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매체가 어떤 경험을 가능하게 하는지의 문제는 구체적 실천들 속에서만 설명될 수 있다는 점에서 문화정치학에 다름없다. 그리고 이는 ‘매체-기계’라는 개념적 지반 위에서 구축되기에 매체철학과 문화연구를 절합할 수 있는 접점이 된다.
more초록/요약
In the expression of ‘cyber-exile’, the tension between infinite liberty and limited movement are condensed as it is. On one side of the tension, the cyberspace which is not restricted by time and space is propagandizing its constant liberty as ever and on the other side, the expellees who should wandering around cyber space live as uneasy lives as their real lives. In the cyberspace as well as reality, the departure and arrival (and departure again) by the double-restrained beings that cannot help standing on the border between liberty and non-liberty is in the prologue. Here the hyphen ‘-’ which is located between cyber and exile means the gap revealing its uncomfortable combination and contradictory relation between the two words and the symptom to collapse the previous common notion (toward the cyberspace). That is to say, connecting the two items of cyber and exile with ‘hyphen(-)’ shows the tension in which they can never be reconciled, and therefore, it can be a motive to make us uncover the complicated dynamic relationships hidden in the reality. If so, cyber-exile should be interpreted as more meaning than the phenomenon which occurred by chance by the political reasons. The fact that there exist the exiles “getting out of his/her own space (Edward W. Said, 2001)” even in the cyberspace means that power and control, suppression and expulsion, vigil and punishment are working in the cyberspace in the same way as in the real space. And as it shows that cyber and reality are closed connected by having ‘hyphen(-)’ between them and the language usage of reality has only to be used in order to define the cyberspace, it leads to the ontological question regarding the cyberspace. While the question what kind of space the cyberspace is asked again due to the occurrence of cyber-exile, it lead to the trial to repeat the questions to ask about the basis how the media exist by extending it. This study consists of four chapters excluding the introduction and the conclusion. Four chapters are made up of the analysis on the concept of cyberspace, Butler’s performativity, Agamben’s state of exception and Deleuze’s discussion on machine in the order named, and over all, the research takes a view of these discussions within the big format of media. The contents of the study can be summarized as below: In the first chapter, whether the cyber-exile can borrow the language of exile in the reality, that is, whether the paradox of liberty and non-liberty is available even in the cyberspace will be looked over and it is proposed to interpret the cybers-exile as raising fundamental questions on media attribute. As the exile of reality occurred by the power producing the situation of deprivation, in the same manner we should not understand the cyber-exile occurred by external factors as simple deviations or new fashion. It’s because exile is expressed as a metaphor but condensed with the current situation at the same time. Moreover, although it is named as exile, it cannot be fixed as one meaning. It’s because exile has the dual meanings of deportation and escape. The fact that the same situations can be a migration or an exile and a certain exile can be a deportation or an escape shows that some meanings are not inherent transcendentally, but can be different according to in which agencement and what it is connected with. That is to say, in case that the cyberspace is connected with the agencements such as the packet intercept on the internet by the National Intelligence Service(NIS) or E-mail censorship by the prosecutory authorities and so on, and as a result, a case of cyber-exile happens, the cyber-space is not a liberal space any more and will work as an already settled matter making ‘virtual subsumption’ possible. Therefore, the cyber-exile is not only the symptom which shows that there is a gap between the attributes of media and the ways the attributes work in concrete context, but also can be the opportunity of the reason to be unfamiliar with media discourse. In the second chapter, the previous media discourse which has defined the cyberspace with one meaning will be criticized and by parenthesizing the media attribute which presupposes the transcendental attribute, the concept of media as performativity will be established. The previous media discourse which presupposes the transcendental attribute, in the cyberspace where there exists the gap between media and reality, that is, the category of space, cannot explain the fact that the exile, the limit of the movement through space happens. Therefore, if the judgment on the attribute of media is suspended, that is to say, if the space is parenthesized and then the post-composition is tried (without the presupposition of transcendental attribute), we can find that the space is the performative space made up of ‘doings’, not ‘beings’. The media of performativity compose its identity with its own doings and deny its transcendental values based on themselves. The media attribute possessed by media do not form the discourse and create the phase, but rather, the discourse and the phase operates a specific media attribute. The media attributes are not their hidden reasons, but only the effects of discourse. It leads to the theoretical basis to be substituted for the discussion based on transcendental media attribute. In the third chapter, it will be discussed that in order to establish the space of performativity, the point that the working of performativity stops, that is, the state of exception should be created. The trial of new concept regarding common media by understanding the cyber-exile as the concept of the state of exception has the structural homology with the logic that normal situation can build up its normality only through the relationship with exceptional situation. In other words, by clarifying the fact that the phenomenon of cyber-exile works as the detonator to confirm the normality, it is recognized that the scope of normality is not given transcendentally, but the flexible scope decided by the relations with excluded scope (state of exception, that is, cyber-exile). The state of exception, owing to the fact that it is excluded from rules, is not irrelevant to the rules and gets related to the rules in the form of the suspension of rules. Therefore, the cyberspace can attempt to establish its own media attribute only in the relations with the state of exception, the cyber-exile. It is the paradox that means that the previous cyber discourse which has regarded the media attribute as the target of discussion cannot establish itself as long as it cannot explain the contradicted phenomenon called the cyber-exile and can make itself as a rule only when facing up the contradicted phenomenon written in itself in the form of obliteration. However, the normality established in that way is not different from ‘threshold of indistinction’ which cannot distinguish between the inside and the outside, and from this point, it will be possible to extract the minimum unit to possess the media. In the fourth chapter, the threshold of indistinction after referring to the state of exception is re-established as the concept of ‘media-machine’ and the conceptual space that can put together media philosophy and cultural studies is built up. If the agencement surrounding the object is changed and then the ports of connection are changed and composed into new event, the object will obtain a completely different meaning. Deleuze and Guattari defined ‘machine’ as everything that works in the method of breaking and producing substantial flow by connecting with certain elements. If so, can the media be also a machine? Can the media work like ‘a machine’ as a constitutive concept which is decided according to what it meets and what kind of agencement is formed, not fixed regardless of context with a transcendental and intrinsic definition. Possessing the media in the viewpoint of externality or agencement, not internal attribute and designing media-machine which can be newly defined in specific situation and relation, not the revelation of fixed media attribute makes the practical point where the daily life and the media alternate with each other possible. If we understand the fact that this space is the space of performativity and exists only in the form of media=machine by parenthesizing the media, from that point, we can derive the starting point of fundamental possession that can explain numerous experiences of media. In other words, it is necessary to start from the fact that the media are not fixed, that is, the fact that the media as the concept of media-machine are the flexible, multi-layered scopes to be redefined constantly in daily life. In that the issue to ask what kind of experiences the media make possible can be explained only in concrete practices, it is not different from cultural politics. And as it is constructed on the conceptual basis of ‘media-machine’, it will be the interface to connect media philosophy and cultural stud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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