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리부 이야기 : Malibu, the dog
- 발행기관 서강대학교 영상대학원
- 지도교수 변동현
- 발행년도 2008
- 학위수여년월 2008. 8
- 학위명 석사
- 학과 및 전공 영상대학원
- 식별자(기타) 000000108614
- 본문언어 한국어
목차
존재의 유기에 대해서 생각한다. 살아가며 우리가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유기가 바로 동물의 그것이다. 길을 걷다가 초라한 행색으로 촉각을 곤두세운 채 음식 쓰레기를 뒤지는 고양이나 꼬리를 말아 넣고 사람들을 슬슬 피하는 개를 마주치기란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다. 요즘에는 개나 고양이, 여타 사람들이 키우며 함께 사는 동물을 반려동물이라 한다. ‘반려’는 ‘짝이 되는 동무’를 의미한다. 흔히, 일생의 짝을 찾았을 때 그를 반려자라고 하는 것처럼, 인간과 짝이 되어 함께 살아가는 동물을 일컫는 것이다. 이렇게 소중한 이름으로 불리는 존재가 유기를 당하는 수는 실로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다. 2006년을 기준으로 한 해 동안 유기된 애완동물은 그 수가 6만 마리에 달한다고 한다. 그 중 유기견이 5만 마리 가량으로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한다고 한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07년 서울에서 신고 된 유기견 1만4000여 마리 중, 주인이 찾아간 경우는 560마리, 희망자에게 분양된 경우는 480마리 정도였다. 분양되지 않은 유기견은 기증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안락사 후 소각 처리 된다. 전체 유기견의 80% 가량이 생명을 잃게 되는 것이다. 최근에는 그나마 30일이던 보호기간이 10일로 줄어들기까지 했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 병을 얻거나 굶으며 열흘을 보내면 곧 죽게 되는 것이다. 수치를 들어가며 이야기를 시작한 것은 그 현실에 대해 막연하게나마 감을 잡는데 도움이 되기를 바람이다.
애완동물들이 인간과 다른, 인간보다 못한, 버려져도 그렇게 살아나갈 수 있는 존재라고 여겨지는 것이 아니고는 불가능할 것 같은, 납득이 힘든 현실 속에서 나는 그 존재의 유기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었다. 인간이 사용하는 언어 대신, 눈으로 대화하고 행동으로 표현할 수 있는 존재들에게 ‘유기’라는 것은 ‘내다 버려지는’ 것 그 이상의 의미가 아닌가 한다. 대체 어느 인간이, 하루아침에 형제부모를 잃고 잠자리와 식사를 모두 잃고 길거리에 내쳐진 상황에서 잘 살아나갈 수 있는가. 앞의 말에서 ‘인간’을 ‘개’, ‘고양이’로 바꾼다고 달라질 것이 있는가. 이것이 나의 질문의 시작이다. 가족과 반려동물이 같을 수 없다면 인간은 동물을 집으로 들여 길들이고 훈련시키며 그들로부터 한결같은 사랑을 받는 것을 당장 그만두어야 한다.
인간으로서, 먹이 사슬의 최상부에 위치한 막강한 동물로서 존재의 유기에 관해서 생각해본다. 그 존재는 모든 생명이다. 이번 프로젝트의 경우, 그 존재는 조금 더 약한 생명에 관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