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비(韓非)는 전제군주제의 옹호자인가? : Is Han Fei a defender of absolute monarchy?
- 발행기관 서강대학교 대학원
- 지도교수 강정인
- 발행년도 2008
- 학위수여년월 2008. 8
- 학위명 석사
- 학과 및 전공 정치외교학과
- 식별자(기타) 000000108421
- 본문언어 한국어
목차
이 논문은 『한비자(韓非子)』에서 전개되는 한비 사상의 핵심인 세·법·술론(勢·法·術論)에 대한 재해석을 담고 있다. 한비에 대한 기존 연구들은 대개 한비가 존군론자(尊君論者)로서 강력한 전제군주제 혹은 독재정치를 옹호하는 사상을 전개한 것으로 주장해왔다. 이는 한비의 사상이 군주권의 강화를 주장하면서도 폭군정의 등장을 규제할 수 있는 수단에 대해 고려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그가 주장하는 세·법·술론이 필요에 따라 폭군정의 이론적 기반으로 이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비는 군주의 자의적인 횡포를 규제할 수 있는 방법을 고심했으며, 그의 사상은 군주가 권력을 전횡하여 폭군정에 이르는 것을 용인하지 않았다. 한비가 제시한 것은 군주권을 통제할 수 있는 새로운 정치 패러다임과 정치의 작동 원리이며, 그는 세·법·술론 각각에서 군주의 사익 추구를 공익에 합치되는 방향으로 이끌고, 군주권의 전횡을 막기 위한 다양한 이론적 장치를 마련했던 것이다.
한비 사상의 바탕은 역사와 인간에 대한 현실주의적 통찰이다. 한비는 당대를 이익 추구형 인간들이 기력(氣力)을 다투는 시대로 파악했다. 그리고 ‘세를 지닌 군주에 의한 법·술의 운용’만이 그 시대에 적합한 통치이며, 이를 통해서만 공적 이익을 증대시킬 수 있다고 보았다. 그러나 한비는 군주 개인의 능력에 의한 지배를 신뢰하지 않았으며, 군주권의 자의성을 배제하기 위한 요소들을 강구하였다.
우선 세론에서 한비는 군주의 정치적 기반인 세가 백성들에 대한 군주의 공적(功績)과 그로부터 기인한 백성들의 동의 및 인정으로 인해 정당화된다는 점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를 통해 군주에게 백성들의 복리에 기여해야 한다는 공적(公的) 의무를 부과한다. 또한 한비의 군주는 그 자신이 지닌 군주라는 특수한 지위로 인해, 자신의 사익 추구 행위를 공적 이익의 추구로 전환시킬 수 있는 ‘공익의 담지자’이다. 그리고 이 논리 하에서 군주의 이익 추구 행위는 공적 이익에 구속당한다.
한편 법론에서 한비의 법은 상벌의 기준이 명백히 제시된 공개된 성문법으로,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게 적용되고, 나아가 군주에게까지도 준법을 요구하는 최고의 기준으로서 절대성을 가진다. 그리고 이때 법은 군주의 자의적인 통치를 제어하는 중요한 수단이 된다. 또한 한비는 일정한 입법의 기준을 제시한다. 그는 법이 그 내용에 있어서 만물의 이치에 합당하고 시세에 맞아야 하며, 명확하고 세세하게 규정되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동시에 군주가 제멋대로 법을 변경하는 것에 대해 단호히 반대한다. 즉 군주가 입법권을 악용하는 폐단을 막고자 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술론에서 한비는 체계적인 제도와 조직에 의한 통치를 지향하고, 무능한 군주에 의한 일인(一人) 통치의 위험성을 줄이고자 한다. 특히 그는 군주가 관료들의 견해에 귀를 기울이고, 모든 관료를 공정하게 대하며, 공적에 따라 임용할 것을 강조함으로써 군주가 정사를 독단하는 것을 경계한다. 또한 한비는 군주에 대한 여러 금기를 담은 무위술(無爲術)을 제시하는데, 이는 군주의 사사로움과 폭정을 막는 방어 기제로서의 역할을 한다.
종합적으로 고찰할 때, 한비는 법의 지배를 실현하여 군주제 하에서 백성들에게 가장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는 자의적인 통치(人治)를 전적으로 배제하고, 백성들의 복리를 증진시키기 위한 정치사상을 전개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한비를 전제군주제의 옹호자라고 평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오히려 그는 전제군주제에 대한 강력한 반대자였던 것이다. 그리고 이처럼 한비의 세·법·술론을 재해석하여 한비의 사상을 재평가하는 작업은 그간 간과되었던 한비 사상의 새로운 면모를 발견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런 기초적인 연구는 이후 한비 사상으로부터 보다 풍부한 현대적 가치를 발굴하는 데 토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목차
This thesis examines and reinterprets the core philosophy of Han Fei, which involves the concepts of shih(勢), fa(法) and shu(術), as explained in his book Han Fei Tzu(韓非子). Most of the existing studies on Han Fei argue that he was a monarchist who developed an ideology in support of powerful, absolute monarchy, or dictatorship. This conclusion was based on the premise that the ideology of Han Fei asserts the need for consolidation of power of the ruler, but does not appear to consider the means of preventing despotism, and thus his theories on shih, fa and shu could be misused as a theoretical base for the rule of a despot.
In reality, Han Fei gave much thought to the matter and tried to find a way to control the risk of tyrannical rule by a monarch. His theories do not accept that a ruler should become a despot through abuse of his power. What Han Fei suggested was a new political paradigm to control the ruling power and the functional principles of politics. He steers the ruler’s pursuit of private interest towards the public interest, and creates various theoretical devices to prevent despotism.
The basis of Han Fei’s thought is the realistic observation of history and mankind. He understood his time as a historical period during which people pursuing their interests would fight with one another. Thus, he saw ‘the application of fa and shu on the basis of a monarch’s shih’ as being suitable for his time, and he believed that such a process was the only way that the public interest would increase. However, Han Fei did not believe that a monarch could ensure good governance simply by his personal ability, and sought the elements to prevent tyrannical rule.
First, in his theory of shih, Han Fei shows that the shih which is the political basis of the monarch must be justified by the agreement and acknowledgment of the people, who appreciate the ruler’s merits and achievements. As a result, the official duty of the monarch to contribute to the wellbeing of the people is established. Han Fei’s monarch is, because of his special title as a ruler, the ‘person responsible for the public interest’ who transfers the pursuit of his own personal interest to the pursuit of the public interest. In this theory, the monarch’s pursuit of his own interest is curbed by the public interest.
On the other hand, in his theory of fa, the fa takes the form of written legislation in which the standards for reward and punishment are clearly set out and are fairly applied to everyone. Even the monarch is required to observe the fa, and thus it has the character of the ultimate benchmark. The fa then becomes an important tool to control any misuse of the monarch’s authority. Furthermore, Han Fei suggests certain standards of legislation. He argues that fa should be correct in its reasoning, and appropriate for the time, and must be set out in details in clear fashion. At the same time, he strongly opposes the idea of a monarch changing a fa according to his preference. He wishes to prevent the monarch abusing the legislation right.
Lastly, in the theory of shu, Han Fei pursues the governance by systematic management and organization to reduce the risk which could be caused by an inadequate monarch, acting alone. He especially emphasizes the point that the monarch should listen to opinions of his officials, treat them fairly and appoint them according to their merits to prevent the risk of him ruling totally independently. Han Fei also suggests ‘Shu of non-doing(無爲術)’ including various prohibiting measures against a monarch, which serve to prevent tyrannical rule based on arbitrary and personal decisions.
In conclusion, it can be said that Han Fei developed the political thought in which, through the realization of the rule of law, the people’s wellbeing was enhanced by preventing the arbitrary governance(rule of men) which can be an undesirable feature of a system of rule by monarchy. Therefore, it is not correct to evaluate Han Fei as a supporter of despotism. On the contrary, he was a strong opponent of despotism. This reevaluation work through the reinterpretation of Han Fei’s theory on shih, fa and shu, aims to demonstrate a new facet of Han Fei’s thought which has so far been overlooked. This fundamental study could become a basis for Han Fei’s thought being spread more widely, and its value better understood in the modern world.